한 포털사이트에 ‘정월대보름’이라고 검색하니 음식이 연관검색어로 나오더군요. 오곡밥과 묵나물에 관한 콘텐츠가 많았습니다. 요즘엔 먹는 방송이 유행이고 식당의 주방장을 뜻하는 ‘셰프(Chef)’가 가수나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s)에서도 맛집을 다녀와서 음식 사진을 공유합니다. 오죽하면 같이 밥 먹는 자리에서도 상대방보다 음식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제는 음식이 주인입니다. 이러한 배경은 먹고살기 힘들어진 경제 불황이 클 것입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같이 밥 먹을 수 없는 외로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공동체는 무너지고 개별화되는 사회의 모습입니다. 정월대보름 또한 단순히 음식만 탐해야 할까요? 선조들의 철학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민속학자들은 설날이 주로 개인의 건강과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데 비해 정월대보름은 마을 공동의 풍년을 기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냅니다. 동제(洞祭)가 그것입니다. 제당의 이름은 산제단, 산신당, 서낭당, 본향 등이 있습니다. 유교와 불교, 도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있었던 우리나라 고유의 선도문화(仙道文化)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월대보름은 여자 명절이라는 주장입니다. 민속연구가 박호순 씨는 “예로부터 설날은 큰 명절 또는 남자 명절이라 하고 정월대보름은 작은 명절 또는 여자 명절이라 하였다”라며 “시집온 며느리의 경우 남자 명절인 설날은 시집에서 설을 쇠고 여자 명절인 정월 대보름은 친정에 가서 늦게나마 친정 부모에게 세배를 드리며 이삼 일간 보내며 휴식을 취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달이 음양(陰陽)으로 보면 음(陰)에 해당하고 여성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만월(滿月) 때 대지의 여신에게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것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부럼’은 대보름날 아침에 먹는 호두 밤 잣 땅콩 등과 같이 껍데기가 딱딱한 열매를 말합니다. 이로 깨문 후 “부럼 나가라”는 소리와 함께 지붕으로 던지고 나서 자신의 나이 수대로 이로 깨서 먹습니다. 일 년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고 이가 튼튼해져서 어떤 음식이든 잘 먹게 된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부럼은 열매, 곧 씨를 의미합니다. 선조들은 씨는 생명의 근원이므로 힘이 있다고 봤습니다.
 
‘귀밝이술(耳明酒)’은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고 찬 귀밝이술을 한 잔 마시는데 일 년 동안 좋은 소식만 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복토훔치기’란 부잣집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집 부뚜막에 발라 복을 비는 것입니다. ‘용알뜨기’는 부인들이 닭이 울 때를 기다렸다가 서로 앞을 다투어 우물물을 긷던 풍속입니다. 용알뜨기란 우물에 있는 용의 알을 뜬다는 뜻입니다.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이 물을 떠와서 집안에 복을 가지고 오고 싶었던 것이죠. 
 
‘다리밟기’는 대보름날 저녁에 다리 위를 왔다 갔다하며 건강을 기원하는 풍속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 수대로 또는 일 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열두 개의 다리를 밟아야 한다는 속설에 따라 여러 다리 위를 돌아다니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었습니다.
 
이제는 정월대보름날밤에 뜨는 크고 둥근 달을 보러가야겠죠. 이를 달맞이(영월迎月)라고 합니다. 남보다 먼저 달 보는 사람이 그해에 재수가 있습니다. 쥐불놀이 때 사용했던 깡통에 불을 지펴 들고 동산에 올라 달보기를 하는데 이때 불을 큰 원으로 돌리며 “망월이요, 망월이요”하며 외칩니다. 깡통의 불이 만드는 원 모양의 불은 ‘달맞이불’입니다.
 
한편 쥐불놀이는 쥐들을 쫓기 위한 놀이죠. 또 타오르는 불로 잡귀를 쫓고 액을 멀리하여 1년 동안 무병하게 살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해로운 것을 모두 없앴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려던 선조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오는 22일을 전후해서 지자체나 국학원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정월대보름축제를 개최합니다.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보름달을 보면서 올해의 소원과 공동체의 안녕도 함께 빌어보면 어떨까요? 더불어 오곡밥도 먹고 전통놀이도 즐길 수가 있을 것입니다. 
 
■ 참고문헌
 
김영조, <키질 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인물과사상사 2012
박호순, <알고보면 재미있는 우리민속의 유래>, BMK 2014
국립국어연구원, <우리문화길라잡이>, 학고재 2002
국립민속박물관 편,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