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사직단 뒤에 자리한 단군성전. 이곳에는 1년 365일 성전의 불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이건봉 현정회 사무총장(60). 그는 15년 이상 단군을 지키고 있다.

성전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걸으면 10분 거리에 있다. 정문 맞은편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면 현정회 사무실이 있다.

이 총장의 머리는 반백이고 주름은 있지만, 미소는 따뜻했다. 성전을 건립한 이숙봉 여사(李淑峰, 1917∼1996)가 그의 어머니이다.

▲ 단군성전 지킴이 이건봉 현정회 사무총장(사진=윤한주 기자)

- 언제부터 단군성전을 맡게 되셨습니까?

“저는 형님이 둘이고 누님이 둘입니다. 막내이지요. 어머니가 병환으로 있을 때 형제들은 캐나다와 미국에 있었습니다. 일본 설계사무소(건축)에서 휴가를 내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병상에 계시면서 사찰과 현정회 사업을 진력하시던 어머니를 뒷바라지할 사람은 저 말고 없었습니다. 이것이 어머니께서 혼을 쏟아 부으셨던 필생의 사업을 이어받게 된 배경입니다. 제 이름이 굳셀 건健 받들 봉奉인데, 이름을 주신 그대로 굳세게 받들어 모시는 일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 15년 이상 단군을 맡으셨다면 꿈에 단군이 출현한 적은 없습니까?

“가끔은 꿈에 어머니가 밝게 웃으며 격려해주시고 단군 할아버지께서 웃어주시죠. 매년 어천절과 개천절을 지냅니다. 신기한 것은 비가 내리다가도 제례시간이 되면 비가 그치고 하늘이 열리는 것입니다. 어느 해는 폭우가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례가 시작되자 잠시 구름이 걷혔고 제례가 끝나자 다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습니다. 확률적으로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그 현상이 신기했습니다. 왜 개천(開天)이란 뜻을 사용했는지 그 의미를  알게 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 어머니(이숙봉 여사)는 어떠한 분이셨습니까?

“무속부터 불교, 유교, 도교, 민족종교까지 두루 섭렵하셨습니다. 실제로 훌륭한 무속인을 배출했는데, 대표적으로 남이장군 사당제 인간문화재인 이명옥 여사입니다. 불교계로는 범진 스님도 있고 많은 인물을 배출했습니다. 대종교에서 홍익인간상을 받으셨습니다. 어머니를 무속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신어머니도 없으셨고 불교 수계는 받았지만 승복을 입은 적도 없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대종교의 중광절인 음력 정월대보름이었습니다. 당시 국회의원을 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도 문상을 와서 ‘겨레의 큰 별이 지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조상님 중에 단군과 관련한 분이 있으셨습니까?

“외할아버지(이한철 옹)께서 충남 봉황산에서 단군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독립운동을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 철저히 교육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 뜻을 어머니와 형제들이 이어받으신 것 같습니다.”

▲ 왼쪽부터 막내아들인 이건봉 사무총장이 일본에서 귀국해서 어머니(가운데)와 찍은 사진이다. 오른쪽은 단군성전 건립의 주역인 이숙봉 여사와 그의 자매인 이희수, 이정봉을 비롯한 친인척과 지인 100여 명이 기념촬영을 했다.(사진=이건봉 사무총장 제공)

- 1년 365일 문을 열고 있습니다. 사무총장님에게 단군이란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외국 생활을 해보면 애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이 5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365일 꺼지지 않는 촛불과 정안수 올리는 일, 분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근간이 전국에 산재해 있던 단군성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생각합니다.”

- 혼자서 성전을 지키는데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땅은 문화재청 소유이고 시설문은 종로구청 공원시설물입니다. 비영리법인인 현정회가 종로구로부터 수탁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설물을 유지 관리하는 점검요원과 안내요원이 절실합니다. 또 역사문화를 조명하기 위해서라도 시설물을 확충해야 됩니다. 하지만 종로구는 단 한 번도 시설물 점검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예산이 책정되지 않다는 이유로 유지 관리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1년에 몇 명 정도 방문합니까?

“1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청소년현장학습체험장으로 지정되고 1만 명 방문합니다. 여행사나 지자체에서 문화해설사를 동반해 오는 관광객은 3만 명입니다. 인왕산이 개방되고 주말 등산객과 개별적으로 오는 외국인을 포함하면 5만 명 정도 방문합니다. 개천절과 같은 국경일과 명절 등에 정치인이나 가족 단위 참배객은 1만 명입니다.”

- 외국 대사관에서도 방문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알고 오는 것입니까?

“단군성전에 열리는 개천절 대제전은 정부 경축식과 함께 대표적인 행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행사장에 홍보물이 배포됩니다. 각국의 대사관들이 그것을 보고 안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의 대사관 직원들도 오고 콜롬비아 총리도 방문했습니다.”

- 사무실에 대형 TV를 컴퓨터와 연결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카카오톡으로 홍보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각국 대사관 직원이나 외국인들에게 자료를 홍보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캐나다는 이민세대를 위한 교육자료를 위해 방문했고 유럽에서는 국영방송이 취재했습니다. 루마니아 아시아과의 한 대학 교수는 유창한 한국말로 고조선 블로그를 개설한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단군성전에는 방문객을 위한 홍보나 교육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배포하고 청소하고 안내하는 요원도 전무합니다. 약소하나마 이런 것으로 홍보의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매년 10만 명이 방문한다는 단군성전을 안내하고 있는 이건봉 현정회 사무총장(사진=윤한주 기자)

- 전국에 단군성전이 세워지고 있고 관련해서 문화축제도 열리고 있습니다. 교류도 하십니까?

“단군성전 진설도, 제복, 제기, 위패. 영정, 소상, 제례절차, 아악 등으로 자료도 교환하고 행사내용도 상의합니다. 한류 확산을 위해 한 가지 제안한다면 개천절을 기해 국민참여형 민족문화 체험행사를 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천절 단체들에게 5천만 원씩 지원해서 국민참여형 행사를 10개 정도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문화유산 정가(正歌), 세계놀이문화의 원류인 윷, 민족무예인 국궁, 태권도와 택견, 비보이, 난타 등까지 포함해서 행사를 잘 만들면 프랑스의 캉캉축제나 브라질의 리오축제처럼 한류 확산도 되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국혼부활에도 일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일본은 젊은이들이 우익으로 돌아서고, 중국은 모택동을 민족의 아버지로 승화하는 민족운동이 한창이라 합니다. 우리는 개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이 국호인 대한민국처럼 큰 나라가 되고 인류 공영에도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단군성전

이숙봉 여사는 부친인 이한철 옹의 뜻을 받아 천안시 북면 오곡리에서 단군제사를 숨어서 지냈다. 광복을 맞아 일제에 의해 훼손된 남산에 단군제단을 설치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여의치 않았다. 이숙봉 여사는 이정봉, 이희수 등 세 자매가 주축이 돼 1968년 단군성전을 건립했다. 이어 현정회로 이관하고 서울시에 기부했다. 1973년 서울시보호문화재로 지정됐다. 1977년 신상균(申尙均)이 조각한 국민경모 단군상을 봉안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1968년 9월 5일자에 “민족의 시조 단군을 모신 단군성전과 사직기념관이 3일 오후 1시 30분 사직공원에서 준공 봉헌식을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2.9미터 높이의 단군좌상과 영정, 역대 창업주 충의열사 및 사직 신위 등 14위 위패를 모신 단군성전은 이희수 씨의 노력으로 8년 만에 250평 대지에 8백만 원의 예산으로 완공, 사단법인 현정회(이사장 이희승)에 이관했다"고 밝혔다.

∎ 찾아가는 방법

▲ 주소: 서울 특별시 종로구 인왕산로 22 ,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전화: 02-736-6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