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산이라는 곳은 전하는 말에 의하면 발해 한가운데에 있는데, 속세에서 그리 멀지는 않다. 언젠가 가 본 사람이 있었는데 여러 신선들과 불사약(不死藥)이 모두 거기에 있고 모든 사물과 짐승들이 다 희며 황금과 은으로 궁궐을 지었다고 한다. 이르기 전에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구름과 같은데 막상 도착해 보면 삼신산은 도리어 물 아래에 있다. 배를 대려 하면 바람이 문득 끌어가 버려 끝내 아무도 도달할 수 없다.

- <사기(史記)> 봉선서 封禪書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 <사기> 속 신선들의 세계는 이런 곳이었다. 지천으로 널린 불사약을 먹고 신선이 된 이들이 흰 사물과 짐승들 속에서 황금과 은의 궁궐 속에서 산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교가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모습이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선으로 사는 것 말이다. 이는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을 이상향으로 삼았던 우리의 선도와는 분명히 다르다.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신선이 되기를 바라는 중국의 도교와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지향한 한국의 선도.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 '바다 위의 신선들' (김홍도, 조선) 서왕모의 요지연에 참석하기 위해서 각자의 지물을 갖고 바다를 건넜다고 하는 '팔선과해 각현신통'의 고사로부터 나온 도상. 국립중앙박물관

✔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선으로 살어리랏다 - 중국의 도교

 도교는 신선처럼 불로불사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다. 여기에 부귀다남(富貴多男,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아들이 많음)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한 사안이다. 지극히 세속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기복(祈福)적인 종교가 도교다.
 부귀를 누리며 영생하는 신선의 삶을 동경하는 도교 최고의 여신은 서왕모(西王母)였다. 곤륜산에 사는 서왕모는 자신의 과수원에 3천 년마다 열리는 복숭아를 먹으며 불로장생했다. 도교의 상징물로 복숭아가 잘 알려진 것도 서왕모의 복숭아와 관계가 깊다.


 학교에서 유ㆍ불ㆍ도는 가르치지만 선도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무속신앙 혹은 샤머니즘 정도로 설명하고 넘어가 버린다. 그러다 보니 선도와 도교에 대한 혼동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은 낭랑비 서문을 통해 "나라에 본시 현묘지도가 있었다(國有玄妙之道 )"고 밝혔다. 이는 우리의 선도(혹은 신선도)이건만 중국의 도교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삼국사기>를 쓴 고려시대 인물 김부식부터가 선도와 도교를 혼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선도와 도교는 다르다. 도교는 우리 민족 고유신앙 위에 탄생한 종교이다. 도교는 후한 말기인 2~3세기 도교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선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천신신앙 대신 황로사상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선도와 길을 달리하게 된다.

 실제로 도교의 신들 중에는 한국 고유의 토착 신들과 상통하는 것이 많다. 북두칠성에서 유래한 칠성신(七星神), 성곽이나 마을을 수호하는 성황신(城隍神), 불을 수호하는 조왕신(俎王神)이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들 신이 "도교의 신들이 한국에 들어와 토착 민간신앙과 무리 없이 어우러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선도를 모르고 훗날 생긴 도교만 아는 이들의 말이다.

 도교는 신선사상과 민간신앙을 핵심에 두고, 도가(道家) 철학과 음양, 오행, 주역(周易), 참위(讖緯) 등의 설과 의학을 더한 것에, 불교와 유교의 성분까지 받아들인 종교라고 할 수 있다. 대략 기원전 1세기 전한(前漢) 말기 노자(老子)와 전설 속 황제(黃帝)를 신격화한 황로도(黃老道)에 민간신앙이 합쳐지면서 도교의 시원이 만들어졌다. 이후 4~5세기 북위의 구겸지(寇謙之)가 세운 신천사도(新天師道)를 통해 교리와 조직이 갖춰지게 된다.

 '신시개천도'      [제공=국학원]

 선도의 시작은 환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인이 환국으로, 환웅은 신시로, 단군은 조선(고조선)으로 이상 국가를 건설한 것이다. 환인과 환웅은 신화적 인물이지만 단군을 통해 역사 속 실재하는 국가를 건국함으로써 이상향을 실현한 것이다.

 선도의 시작은 짧게 계산을 하더라도 단군조선의 건국부터이다. 즉, 기원전 2333년을 기점으로 한다. 정리하자면, 선도는 중국 도교의 모태가 된 것이다. 선도가 신선도라는 이름으로 동이족 고유의 종교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 한국의 선도

 선도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상은 '홍익인간'이다. 환웅이 다스린 '신시(神市)'의 통치이념으로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환인에서 환웅으로, 환웅에서 단군으로 계승된 정신으로 삼한과 삼국, 고려, 조선, 오늘날에까지 이어진 귀중한 민족정신의 핵심이다.
 홍익인간은 선도가 지향한 인간상이기도 하다. '홍익'에서 홍(弘)은 크고 넓다는 뜻, 익(益)은 유익하게 한다는 뜻으로 '홍익인간'이란 널리 인류의 이로움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선도에서는 인간을 '깨달음을 얻어서(성통性通) 널리 이롭게 하는 존재(공완功完)'라고 보았다. <삼일신고>에서 말하는 '성통공완자(性通功完者)'와 <삼국유사> 건국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이 같은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선도와 중국의 도교는 다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의 선도에서 비롯된 것이 중국의 도교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입증해낼 문헌자료가 없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태도라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선도 1~4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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