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게도 의식적이든 아니든 그 삶의 목적과 그에 따른 삶의 족적이 있다. 사회조직으로도 작게는 동호인모임이거나 직장, 크게는 나라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설립 목적이 있다.
나라의 건국에 따른 근본 원칙을 건극(健極)이라고 한다. 그것이 시공에 걸쳐 고유한 문화, 역사가 되어 나라마다의 국혼이 되니 민족(나라)의 얼이라고도 한다. 우리 한민족이 남달리 오랜 역사를 이어 오면서 때때로 나라가 바뀌니 국호도 당연히 바뀌었다. 이에 따라 건극도 달라졌음직도 하지만,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끊어질듯 미약하지만 놀랄 만큼 기적처럼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우선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한민족의 국호 변천사를 간편하게 살펴본다. 우리 한민족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라는 신라의 충신 박제상(朴堤上)님의 부도지(符都誌)에는 인류의 시조인 마고로부터 그 딸인 궁희, 소희를 거쳐 아시아의 시조격인 황궁 씨로, 다시 유인 씨로 이어져 한민족의 시원인 환인 환국(桓國, BC 7179년)이 건국되어 기록되기 시작한다. 이어서 환웅천왕의 신시 배달국(BC 3898년)을 걸쳐 단군조선(檀君朝鮮, BC 2333년)의 폐관으로 넘겨진다. 이어 북부여(BC 3세기경), 신라(BC 57년), 고구려(BC 37년)에서 백제(BC 18년)로 삼국시대가 된다. 고구려가 패망되고 그 자리에 발해(AD 698년)가 서고, 고려(AD 918년)에 이어 근세조선(AD 1392년)이 다하고 일제강점시대를 맞는다. 상해임시정부(AD 1919년)에 이어 광복으로 빛을 되찾고(1945년), 대한민국(1948년)이 세워져 지금에 이른다.

우리의 이 모든 나라의 건국이념은 두 가지 공고한 원칙에 기인한다. 하나는 모든 인간은 ‘존재의 빛’이 있다는 것(自在光明)이고, 하나는 ‘빛을 회복(光復)한 존재’로써 할 일인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 되라는 삶의 목표를 명시하는 것이다.

이제 시간과 공간을 거꾸로 올라가면서 우리의 각 나라마다 건국의 뜻을 알아본다.
대한민국의 건극(健極)은 헌법정신에 기초하여 제정된 교육법에 또렷이 명시되어 있다. 건국 다음해인 1949년 12월 31일 법률 제86호로 공포된 「교육법」은 ‘홍익인간 정신’을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으로 정립하였고,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6년간의 의무교육을 규정하였다. 상해임시 정부는 나라는 실체가 없음에도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三均主義)를 채택하여 모든 국민이 교육, 경제, 정치 앞에서 균등한 존재로서 보호받는 나라가 될 것임을 명시한다. 모두가 생명의 빛을 밝혀야 된다는 마음이다.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독립된 조국이 홍익의 문화강국이 되기를 꿈꾸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상해 임시정부 시대로부터 1,500여 년 전, 발해 태자 흠무가 즉위(AD 737년)하여 홍익인간을 백성의 표준으로 삼았다. 그는 연호를 대흥(大興)이라 고치고, 도읍을 동경 용원부에서 상경 용천부로 옮겼다. 이듬해 태학을 세우고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가르치고, 한단고사의 옛 역사를 강론하고, 또 학자들에게 국사 125권을 편찬하도록 명하였다. 문치는 예악을 일으키고, 무위는 여러 주변 족속을 복종시켰다. 이에 동방의 현묘지도가 백성들에게 흠뻑 젖어 들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교화는 만방에 미쳤다.
발해 태조 대조영은 역사를 다물(多勿)하여 한민족의 진리서인 삼일신고를 재 발간하면서 ‘삼일신고 기림글’(AD 714년)을 직접 쓴다. “-략- 모든 그릇됨을 되돌려 참됨으로 돌아감이여, 영원히 밝고 늘 즐거워 모든 것이 한가지로 봄과 같도다.” (返妄歸眞 恒照 恒樂)라면서 또한 빛을 이야기하신다.
그로부터 102년 전, 고구려에서는 살수대첩(AD 612년)에서 승리하여 나라를 지키신 을지문덕도 ‘홍익익간의 수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략- (수행의) 중요함은 날마다 재세이화하고 전수경도하여 홍익인간을 생각함에 있다.” (在世理化 專修境途弘益人間)

을지문덕보다 2,500여 년 전에는, 제 11세 단군 도해(道奚, BC 1891년 즉위)께서 홍익인간이 되어야 함을 가슴에 아로새겨 절대로 잊지 말라고 ‘염표문(念標文)’을 지어 내려주신다. '하늘은 끝없이 잔잔하니 그 길은 두루 크게 원만하고 그 일은 진실함으로써 하나가 됨이요, 땅은 하늘의 힘과 뜻에 따라 모아 저장하니 그 길은 하늘을 따라 원만하니 부지런함으로써 하나가 됨이요, 사람은 지능으로 큼으로써 그 길은 원만함을 선택함으로 화합으로써 하나가 됨이다. 그러므로 마음속 깊이 하느님이 임하시니 본성과 통하여 빛나고 세상을 진리로 되살리는 홍익인간이 되어야 하느니라'

도해 단군보다 약 2,000년 전인 기원전 3897년에 신시 배달국을 세우신 ‘거발한 환웅’께서도 홍익인간을 건국의 목표로 하셨다. ‘하느님께서 참마음을 내려 주신 바에 따라 사람의 본성은 본래 하느님의 광명에 통해 있으니 세상을 다스려 깨우치는 홍익인간이 될지어다.’ (一神降衷性通光明 在世理化 弘益人間)
환웅천왕의 16자의 염지표(念之標) 글을 2천여 년 뒤의 자손인 11대 단군 도해께서 65글자의 염표문(念標文)으로 완성하여 아름다운 물결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홍익인간의 철학은 최소한 5,900여 년을 대대로 이어오면서 우리의 얼이 되고 문화가 되고 있다. 결국 우리민족이 세운 나라의 건국이념은 세세손손 ‘홍익인간’이라는 ‘인간 완성’을 북돋우는 것에 있다.
결국 꺼지지 않는 자신의 생명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고 가장 거룩한 건극(健極)이 우리나라들의 변치 않는 건국철학인 것이다.

(사) 국학원 원장(대), 전국 민족 단체 협의회 대표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