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도 반지의 제왕처럼 재밌고 스펙터클한 이야기
중국은 단군을 소수민족의 건국신화로 알고 ‘위기의식’ 느껴
단군 스토리텔러 47명은 공동 집필자, 여름에는 중국 동북 3성을 가고파

영화 <알포인트>로 유명한 영화감독인 공수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문화스토리텔링전공, 53)는 단군(檀君, Dangun)을 만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부활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지난달 4일 천안 국학원에서 3천여 명의 국학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이날 공 교수는 고조선을 통치한 47대 단군과 같은 47명의 스토리텔러를 양성하겠다. 5년 안에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한 달이 지났다. 지난 4일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서울캠퍼스(강남구 압구정동)에서 공 교수를 만나 ‘단군 스토리텔링’을 들어봤다.

▲ 영화 <알포인트>로 유명한 영화감독인 공수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문화스토리텔링전공 주임교수는 단군도 <반지의 제왕>처럼 재밌고 스펙터크클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고조선을 통치한 47대 단군과 같은 47명의 스토리텔러를 양성해 5년 안에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사진=본인 제공)

- ‘단군 영화’라고 하니,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실은 겁도 나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 한편으로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너무 앞서 간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한 것인가?

“2011년 9월에 학교에 교수로 왔고 처음으로 국학원을 방문했다. 1층 전시관을 보는 순간에 ‘아~이것은 영화다.’ 치우천황 그림도 있고 천부신공 인형도 있다. 그 옆에는 스승에게 제자가 빨래하고 공부도 하고 그야말로 우리 전통의 사제 모습이었다. 이것을 보는 순간에 나는 스토리(Story)로 받아들인 것이고 이것으로 이야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오래전인데, 왜 지금에서야 발표했나?

“당시 단군 영화에 대해 국학원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조금 실망을 했다. 말하자면 ‘리액션(반응)’이 없었다. 내가 서툰 방법으로 말한 게 아닌가. 많은 시간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오자마자 말한 게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어쨌든 다시 영화를 해야겠다고 한 것은 단군이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과 영화나 TV드라마 관련해서 상의한 적이 있었다. 그들도 단군을 알고 있더라. 중국 소수민족의 건국신화로 알고 있고 이것으로 뭔가를 해보겠구나. 그게 어떤 식으로 묘사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또 이승헌 총장님이 다큐 <체인지>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이다. <체인지2> 제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는 무르익었다고 봤다.”

- 소설 단군왕검, 뮤지컬 웅녀 등 작품들은 있었다.

“뮤지컬 웅녀는 직접 보지는 못해도 (원고를) 읽어봤다. 뮤지컬은 나왔지만 생각보다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러한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있다. 반면 이것을 막는 사람은 집단적이고 용의주도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역사에 없는 이야기다, 우상숭배다, 종북이라고도 말한다. 북한에서 단군릉을 짓고 국가적으로 연구하지 않나. 그런 것을 타파하기 위해 만화나 영화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가?

“우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방법은 (단군에 관한) 이야기, 저작권을 갖는 것이다. 잘 만들면 영화, 드라마, 게임, 뮤지컬 등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이 스토리로 게임을 만든다면 우리에게 저작료를 주어야 한다.”

- 최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인기가 높다.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 스토리 시장은 커지고 있지 않나?

“그렇다. 그런데 이것이 ‘시너지(상승작용)’를 얻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였기 때문에 시너지를 얻은 것이다. 만일 허구였다면 이렇게까지(1천만 관객 돌파)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단군도 마찬가지다. <반지의 제왕>처럼 굉장히 재밌고 스펙터클한 이야기인데, 우리 조상인 단군의 실화라고 한다면 그것은 시너지를 얻는 것이다.”

▲ 왼쪽부터 터미네이터, 아바타, 쥬라기공원, 뮤지컬 미스사이공, 뮤지컬 캣츠. 영화감독인 공수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문화스토리텔링전공 주임교수는 스토리텔러를 양성한다면 단군을 주제로 영화, 뮤지컬 등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자료=글로벌사이버대학교 문화스토리텔링 전공)

- 단군이라고 하면 액자나 동상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단군저금통 등 새롭게 콘텐츠화하는 부분도 있다.

“캐릭터화가 필요하다. 단군이 너무 근엄하게 계시면 안 된다. 일상으로 오셔야 한다. 단군 할아버지가 농담도 하고 술도 한 잔 마시고 축구도 해야 한다. 캐릭터에 대한 그림도 필요하겠지만, 캐릭터에 대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아더왕의 전설>을 보면 바위에 꽂힌 칼을 뽑은 사람이 왕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귀족이나 대중보다 못한 떠돌이 아이가 칼을 뽑아서 왕이 된다. 그러한 스토리텔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 단군 영화를 보고 재미있고 박수쳐야 한다. 그러면서 단군할아버지가 숭고한 뜻으로 이러한 일을 했구나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47명의 용사라고 해야 하나? 47명 특공대가 할 것이다.”

- 단군의 역사를 강의하는 사람은 많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에서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단군에 대해 이야기하면 ‘에이,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안다고 하는 데 단 몇 줄 밖에 없다. 그 이상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다. 초등학생에게 단군을 전할 때 어떤 캐릭터와 스토리로 다가갈 것이냐? 스타워즈에서 ‘아임 유어 파더(I’m your father)’와 같은 스토리로 할 것이냐? 해리포터를 가지고 갈 것이냐?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많이 있다. 우리 단군 이야기와 아더왕의 이야기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우리 이야기를 재미있고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국문학과와 문학창작과는 많다. 국내 유일 문화스토리텔링전공은 무엇이 다른가?

“국문과와 문창과는 공룡처럼 멸종되고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대학교가 대기업 입사를 위한 ‘고등직업훈련소’처럼 전락했다. 또 하나는 국문과와 문창과가 시대에 맞게 변화를 못 한 것이다. 21세기에 글을 쓴다는 작가와 스토리텔러는 21세기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그런데 20세기에 특화가 되어 있다. 그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영상의 시대다. 그러한 모든 것이 스토리텔링에 들어가 있다.”

- 예를 든다면?

“이전에는 박물관에 가면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 순간부터 ‘박물관이 내게 말을 걸다’처럼 테마별로 바뀌고 있다. 유물이나 유적에 대한 기획에서 스토리가 들어간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행사를 만들 때 스토리텔링이 연계된다. 대표적으로 순천만 행사(순천만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는 스토리텔링)가 있다.

- 올해 첫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나?

“25명이 배출된다. 직장 다니시는 분들도 많고 작가로서 전망을 가진 분들도 있다. 인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교수님 말씀은 뜨겁고 하고 싶은 데 저는 글쓰기에는 소질이 없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 글쓰기는 소질이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렸다. 그렇다면 자료를 찾아서 후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단군 스토리를 만들면 47명 모두 공동 집필자가 되어야 한다. 모두 작가로서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여름방학에는 중국 동북 3성에 갈 계획도 있다. 국학의 저명한 분을 초청해서 47명이 강연도 듣고 공부하는 것이다. 만화가를 초청해서 단군 만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려면 어떠한 내용을 가졌으면 좋겠냐고 강연을 듣는 것이다. 또 그동안 나온 작품들이 왜 히트를 못 쳤을까? 그런 부분도 공부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이 그런 것이다.”

■ 공수창 교수

베트남전 영화 중 단연 최고라는 평을 들은 <하얀 전쟁>, 하드 고어 스릴러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 영화 스릴러를 깜짝 놀라게 한 <텔미 썸딩(Tell me something)>, 널리 알려진 일본 영화를 번안하여 원작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게 한 견인차가 된 <링> 등의 각본을 담당, 공포와 스릴러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필력을 가진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그의 감독 데뷔작인 <알 포인트>는 ‘월남전’이라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는 사회적 공간에 ‘귀신 이야기’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진 ‘전쟁공포’라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선보였다. 2004년 최고의 공포 흥행작이며 가장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2008년에는 영화 <GP506>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직접 연출했다.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학부 문화스토리텔링전공 주임교수로 있다.

■ 문화스토리텔링전공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문화스토리텔링 전공은 공수창 교수 외에도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결혼 못하는 남자>, <9회말 2아웃>, <7급 공무원>등 다수의 드라마를 제작한 중견 제작사 (주)사과나무 픽쳐스의 윤신애 대표와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 <내 인생의 단비>등을 집필한 고봉황 작가 등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들이 있다. 다양하고 독보적인 커리큘럼과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한 현장학습을 통해 21세기 글로벌 문화 스토리텔러를 양성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물론 드라마 작가, 게임 작가, 애니메이션 작가, 예능 구성작가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사이버대학교(총장 이승헌)는 한민족의 정신문화적 자산과 가치를 세계화하는 복지, 문화, 경영분야의 독창적인 융합대학교로서, 문화예술학부(문화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기획, 방송연예), 글로벌경영학부(비즈니스, 마케팅), 사회복지학부(사회복지, 실버복지), 상담심리학부(상담심리), 뇌교육융합학부(뇌교육전공), 동양학부(동양학), 실용외국어학부(영어전공) 7개 학부, 11개 전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