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사극 영화 명량-회오리바다, 군도: 민란의 시대, 역린이다. (사진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극장가는 사극이 뒤덮을 기세다.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1597)은 <명량-회오리바다>로 재탄생한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흥행에 성공한 <최종병기 활>의 감독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치르는 3박 4일을 조명한다. 김 감독은 전남 광양에 지어진 초대형 세트에서 박진감 넘치는 해전(海戰)을 촬영했다고 한다. 일생일대의 전투를 앞둔 이순신 장군의 역엔 최민식, 왜군 장수 구루지마 역엔 류승룡이 각각 캐스팅됐다.

이어 조선 철종 시기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의적집단을 조명한 <군도 : 민란의 시대>도 주목할 만하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흥행에 성공한 윤종빈 감독이 맡은 첫 사극이다. 강동원이 전역하고 고른 첫 복귀작이며 하정우와 연기 대결을 펼친다.

현빈의 복귀작인 <역린>도 놓칠 수 없다. 조선의 군주 정조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를 그린 작품이다. <베토벤 바이러스>, <다모> 등 오랫동안 드라마 PD로 활동했던 이재규 감독이 장편 데뷔작이라 관심을 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흥행에 이름을 올린 이병헌은 칸의 여왕 전도연과 무협사극에서 만난다. 박흥식 감독의 <협녀 : 칼의 기억>가 그것이다.

판타지를 가미한 사극 영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산적 장사정(김남길)과 여자 해적 여월(손예진)이 조선의 국새를 찾아 바다로 떠나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담은 <해적>이 있다. 손혜진과 김남길이 드라마 <상어>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박제현 감독의 <조선미녀삼총사>도 있다. 조선시대 여성 현상금 사냥꾼에 관한 이 영화는 하지원, 손가인, 강예원 등 세 여인이 활약하는 ‘코믹액션사극’이다.

사극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05년 개봉한 ‘왕의 남자’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1년 '최종병기 활(747만명)',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명)', 2013년 '관상(913만명)'이 속속 개봉됐다.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 수가 2억 명을 돌파한 것도 기대감을 나타낸다. 국민 1인당 한해 4번 정도 영화관을 찾은 셈이다. 현대극과 달리 사극은 세트 제작과 의상 소품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영화시장이 커진 만큼 사극을 좀 더  쉽게 기획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40대 이상 중년 관객층이 몰리는 것도 사극의 흥행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대하드라마 조선을 개국한 일등공신 <정도전>을 역사사극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배경에도 중년층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인 공수창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문화스토리텔링 전공, 53)는 “사극은 언제나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TV에서 조선 왕과 신하의 권력다툼, 후궁과 중전의 암투 같은 것이 많았다. 이제는 실제로 역사를 움직였던 민중들의 모습이 많아진 점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 교수는 “사극 영화가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풀어간다면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희진 역사학자(51, 고대사 전공)는 “영화를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겠지만 역사적인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다”라며 “역사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 사실에 근거해서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