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세상에 단 한 군데 밖에 없는 한민족역사문화공원도 온통 노랗고 빨간 가을옷으로 갈아입었다. 낙엽이 쌓이고 날려 다니는 모습이 청정하다. 군데군데 푸른 솔이 눈에 띄어 더욱 귀하고 아름답다. 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감나무의 주홍색 감들이 담뿍 정답게 열려있다. 한결 멀어진 푸른 하늘을 향하여 곧 솟아오를 듯한 황금 삼족오의 날갯짓도 더욱 힘차게 보인다.

▲ 삼족오 (원암 장영주 作)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이 깃든 천안의 ‘흑성산(黑星山)’은 ‘단군산(檀君山)’으로도 불리 운다. 원래 ‘검은산(儉恩山)’이었으나 외세에 의하여 언제부터인가 ‘흑성산’으로 바뀌어 불렸다는 설이 있다. ‘검은산’은 ‘왕검(王儉)의 은혜(恩惠)를 잊지 말자’는 마음이 지명이 되어 전해온 것이라고 한다. 왕검은 우리의 국조 제1세 단군의 자연인으로서의 이름이다.

서기전 2,333년에 이미 조선이라는 나라를 건국하여 물려준 국조 단군왕검의 크고 밝은 그 은혜를 한민족의 후예라면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한∙중∙일 삼국의 정상들이 3년 반 만에 청와대에 모여 협력을 이야기하였다. 국조 단군의 홍익인간의 마음이 된다면 이 세상의 봄∙여름∙가을∙겨울에 걸친 모든 인간 역사에서 안 될 일이 없다.

‘봄'은 생명이 저마다 떨쳐 일어나니 ‘Spring’이다. 사방이 기지개 켜는 새싹들이요, 피어나는 꽃이요, 잉잉대고 너울거리는 벌과 나비, 새들이니 ‘볼 것’이 천지이다. 그래서 ‘봄’이다. 이어서 그 생명력이 열려 사방으로 펼쳐 뻗어 나가니 ‘여름’이다. 한여름 내내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을 견디면서 ‘열매’를 맺고 갈무리하니 ‘가을’이다. 이제 한 해의 생명 활동, 곧 생활(生活)이 ‘힘에 겨우면’ 쉬어서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그래서 ‘겨울’이고 11월은 겨울의 시작이다. 이처럼 빈틈없는 자연의 순환을 선조들은 치화경인 참전계경 ‘제91사 순(循)’ 편에서 다음처럼 가르친다.

“순이란 하늘이 돌고 도는 것을 말한다. 모습이 있는 하늘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윤회하는 까닭에 조금도 어김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이 이 흐름을 잘 살펴 천재지변을 눈여겨보고, 믿지 않음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하늘의 법도가 돌고 도니, 모든 생명도 나라도 또한 일어났다, 흥하고 소멸한다. 그러나 한민족이 세운 나라들은 비록 국체는 사라져도, 긴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홍익인간의 철학’으로 나라와 국민을 밝혀왔다.

지금까지는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계시는 건국시조들을 만나 뵈었다. 서기전 238년, 47분의 단군으로 무려 2,019년 동안 이어져 온 단군 조선이 폐관한 뒤 유민들에 의해 ‘부여’가 세워진다. 부여의 일족인 북부여로부터 갈라져 세워진 고구려를 세우진 ‘동명성왕 고주몽’, 백제의 ‘온조 대왕’, 신라의 시조 왕 ‘박혁거세’, 대 발해를 건국한 ‘고왕 대조영’, 고구려를 다물려 받으려 한 ‘고려 태조 왕건’의 나라를 세운 정신과 철학인 건극(建極)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제부터는 그런 나라가 위기에 처함에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걸고 바치신 대표적인 충신들에 대하여 알아보자.

옷깃을 여미고 그분들의 마음과 하나 되어 보자.
 

(사)국학원 상임고문,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