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려의 상징 삼족오 문양 [제공=국학원]


혹서(酷暑)가 시작되었다.

온 나라가 뜨겁고 습도도 높아 열대야로 짜증과 불쾌함이 몰려오기 쉬운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일 년 중 이때가 가장 곡식이 무럭무럭 자라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곡식이 잘 자라게 하는 것은 일 년 농사이고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것은 백 년 농사이다.

9백여 년간에 걸쳐 고구려를 동북아시아의 강성한 맹주로 키운 인물로 명재상 을파소(?~203년)가 있다. 을파소 선생은 고구려 2대 유리왕 시대의 재상 을음(乙音)의 후손이자 을밀 선인과 을지문덕의 선조이다.

을파소 선생은 백운산에서 수도하던 중, 하늘의 도움을 받아 참전계경(參佺戒經)을 고구려에 맞게 8강령(八綱領)으로 묶어 편집하였다. 그는 이를 널리 교육하여 국가의 동량들을 수없이 배출하여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선생은 “신시 환웅시대에 이미 참전계(參佺戒)로써 교화대행(敎化大行)하였다”며 참전계경의 출처를 밝힌 바 있다. 즉, 참전계경은 기원전 3897년의 환웅 천제 때부터 이어 내려온 가르침이라는 것. 참전계경은 그 유구한 세월을 지나 을파소 선생 때까지 약 4,000년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고구려에서 다시 새롭게 싹튼 셈이다.

참전계경은 신시 환웅시대부터 비롯되어 고구려, 발해를 넘어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연결되는 한민족의 치세방책이며 세계적으로 귀중한 인류문화 유산이다. 중국의 ‘사서삼경’, 유대인의 ‘탈무드’, 불교의 ‘팔만대장경’, 이슬람의 ‘코란’에 비하여 아무런 손색이 없다. 오히려 군더더기 하나 없으니, 이는 진리의 삶에 관통되어 이어져 있다.

이토록 빛나는 참전계경은 한민족의 인성교육을 집대성하고 있다. 참전계경의 제93사 ‘일월(日月)’을 보면 "낮이면 해가 뜨고 밤이 되면 달이 뜨며, 양기가 지나가면 음기가 오고 음기가 다하면 양기가 생겨나는 것이 털끝만치도 어김이 없다. 이것이 바로 하늘의 믿음이다. 사람의 믿음도 마땅히 하늘의 믿음과 같아야 비로소 밝은 이의 믿음이라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日爲晝 月爲夜 陽去陰來 陰盡陽生 分毫不差 此 天之信也. 人之信如天之信然後 可謂哲人之信也)

최근 그 어느 것도 시원한 소식이 없이 날씨처럼 무덥고 습한 사회현상이 지속 되고 있다. 무덥고 짜증이 날수록 변함없는 해와 달처럼 더욱 센스 있게 이웃을 배려하여 진실한 덕담과 맑은 미소를 선물해야 할 것이다.

국학원장(代), 전국민족단체연합회 대표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