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당신은 무엇이 가장 놀라운가?

 다양한 의견이 있겠으나 그 중 최고는 바로 47분의 단군(檀君)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은 단군이 47명인지, 그리고 그 '단군'이라는 호칭이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직책의 이름이라는 것에 놀란다. 이를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물론이오 그 교사들을 책임지는 교장도, 심지어는 교육감도 잘 모르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스럽지 아니한가. 

 진실은 이렇다. 옛 조선(고조선)은 47대의 단군이 2,096년간 다스린 나라이다. 즉, 한 분의 단군이 평균 약 44년 3개월 정도를 통치하신 셈이다. 근세 조선의 영조는 52년을 통치했고, 북한의 김일성이 1950년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부터 시작하여 죽을 때까지 44년간 통치하였으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347년 전의 1 세 단군 왕검(王儉)으로 부터 47세 단군 고열가(古列加)에 이르기까지 47대 단군의 이름과 재위기간 중의 정사와 상황을 소상하게 적어 놓은 책이 있다. 하지만 한민족의 맥을 밝히고 이어주는 이 귀중한 책이 있다는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모른다. 해방 된지 60년이 넘도록 학교와 정부 당국에서 이에 대해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니 더욱 놀랄 일이다.

▲ 행촌 이암 선생의 자화상 [제공=국학원]

 이 놀라운 책은 바로 <단군세기(檀君世記)>이다. 그 저자는 행촌(杏村) 이암(李嵒 1297~1364, 고성 이씨 9세손)선생이다. 이암 선생은 고려 말, 공민왕 때의 ‘국무총리 겸 참모총장’을 지낸 충신이다. 그는 ‘신라의 김생’과 비견되고 ‘동국의 조맹부’로 불린, 고려 최고의 명필이자 애국, 애민의 대학자이며 저술가이다.

 이암 선생이 살던 시대의 고려는 세계 최강 몽골제국의 폭압에 시달려야 했던 국가적으로 불우한 시기였다. 고려 25대 충렬왕부터 30대 충정왕까지 77년간은 왕의 이름이 ‘충(忠)’자로 시작되니 곧 ‘몽골에 충성하는 고려왕’이라는 뜻이다. 고려의 신하들 중에 류청신(柳淸臣), 오잠(吳潛)이라는 대신은 "고려(高麗)’라는 이름을 없애고 원나라의 통치를 직접 받는 일개 성(省)이 되자"며 ‘입성책동(立省策動)’을 벌이기도 했다. 이암선생은 <단군세기> 서문에 그때의 일을 이렇게 통렬하게 적시한다.
 

 “아, 통탄스럽도다! 과거에 오잠과 류청신같은 간신배가 떠들어댄 사악한 말이 은밀히 백귀와 더불어 야행하여 고구려의 역신인 남생과 발기의 역심과 상응하여 합세하였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도와 그릇이 함께 없어지고 형체와 혼이 다 사라지는 때에 어찌하여 자신만 편안코자 한단 말인가!

 금일에 외인(몽골인)이 정사를 간섭함이 갈수록 심하여 왕위에서 물러나고 다시 오름을 저희들 멋대로 조종하되, 우리 대신들이 한갓 속수무책인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나라에 역사가 없고, 형체가 혼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로다. 대신 한 사람의 능력으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온 나라 사람이 나라 구하기를 스스로 기약하고 나라를 구하는 데 무엇이 유익한 것인지 찾아낸 연후에 비로소 구국을 말할 수 있으리라.”

 (嗚呼痛矣. 向年 潛淸輩之邪論 陰與百鬼夜行 以男生發岐之逆心 相應而合勢 爲國者抑何自安於道器兩喪 形魂全滅之時乎. 今 外人干涉之政 去益滋甚 讓位重祚 任渠弄擅 如我大臣者 徒束手而無策 何也 國無史而形失魂之故也. 一大臣之能 姑無可求之爲言 而乃擧國之人 皆救國自期 而求其所以爲有益於救國然後 方可得以言救國也.)

 이암 선생은 고구려가 비록 동북아시아의 강력한 주인이었으나 연개소문의 아들 남생의 반역으로 쉽게 멸망하였음을 명시하였다. 시간을 뛰어넘어 일제시기 우리나라 일부 지식인들은 일본에 편입하자고 강변했다. 해방이 된 뒤에는 일부 정치인들이 "한국은 하와이에 이어 미국의 51번째의 주(州)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자립심부터 바로 세워 지금부터라도 의식을 크게 개조해야 할 일이다. 자립심은 자신의 정체성을 바르게 아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 거룩한 일을 이암 선생이 <단군세기> 저술로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나라에 국사가 왜 필요한지를 피를 토하듯이 웅혼한 필치로 써내려간 <단군세기>의 서문은 우리 역사상 실로 귀중한 글이 아닐 수 없다.

 

사단법인 국학원 원장(代), 전국 민족단체 협의회 대표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