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립의 날'.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대한민국 독립의 날'.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해방 공간 5년의 한국 사회 풍경과 정서를 담은 뉴스영화와 다큐멘터리/극영화 총 14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광복 80주년 특별전: 스크린으로 인화된 해방의 빛》을 시네마테크KOFA(상암동 소재)에서 개최한다.

광복은 어둠을 걷어낸 빛이었지만, 그 빛의 가장자리에는 깊은 혼란도 함께 있었다. 해방 직후 한국 사회는 주도권을 되찾은 감격 속에서 새로운 국가의 방향을 모색해야 했고, 개인들은 가난과 불안을 넘어 일상을 회복하려 애썼다. 이번 특별전은 해방 공간 한국 사회의 혼란과 회복 과정을 영화 기록을 통해 조명한다.

■기록의 눈, 해방을 응시하다

1946년에 제작된 <해방 뉴-쓰> 4편과 최근 KBS에서 발굴하여 디지털화를 완료한 <대한민국 독립의 날>(1948), <김구 국민장>(1949) 영상을 한 자리에 모아 해방 공간의 혼란과 열망, 애도와 희망을 스크린 위에 다시 불러낸다.

<해방 뉴-쓰>는 해방 2년차의 서울과 지방의 풍경을 담은 역사적 뉴스영화로, 제1회 전국 특산품 전람회, 8·15 1주년 기념식, 서울소방서 훈련, 조선농회 전시회, 한강 수해 장면, 한글 반포 500주년 기념식, 김구 ‘총리’의 지방 순찰 등 다양한 장면을 담았다. 특히 <해방 뉴-쓰>의 한 편(회차 미상)은 1946년 10월 항쟁이 확산되던 당시, 좌우합작을 통한 국민통합과 ‘폭동방지’를 주제로 한 존 R. 하지 미군정장관의 담화와 김규식의 담화를 각각 비중 있게 다루며 해방 공간의 정치적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 해방 뉴-쓰(회차 미상)' 하지 중장 담화.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 해방 뉴-쓰(회차 미상)' 하지 중장 담화.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대한민국 독립의 날>은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을 선포하던 날의 광경을 담은 기록 영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과 맥아더 최고사령관의 연설을 볼 수 있다. 또한 서울 거리와 시청 앞 광장이 새 국가의 탄생을 기념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어 <김구 국민장>은 경교장에서 열린 발인식부터 영결식, 효창공원 안장에 이르는 장례 절차를 생생하게 담았다. 태극기와 국화로 덮인 운구 행렬, 조문하는 시민들의 표정을 통해 한 인물의 죽음을 넘어선 상실감을 고요하게 증언한다.

여섯 편의 뉴스영화는 기록을 넘어서 당시 해방 공간의 정치와 감정, 거리와 군중의 표정을 동시에 그려내어 한국 사회가 맞이한 광복의 복잡한 윤곽을 응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해방의 서사, 극영화로 되살아나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뉴스영화와 더불어, 해방 공간 5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극영화 8편을 함께 상영한다. 상영작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국가만들기를 비롯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과 사회의 풍경을 재현한 기록이자 예술적 시도들이다.

' 해방 뉴-쓰(회차 미상)' 김규식 담화.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 해방 뉴-쓰(회차 미상)' 김규식 담화.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상영작에는 일제강점기 말엽의 영웅 신화를 되짚은 <안창남 비행사>(1948, 노필)와 실향과 이산, 가난과 청춘의 표류를 정서적으로 담아낸 <푸른언덕>(1948, 유동일), 그리고 여성의 억압과 가족 제도의 문제를 다룬 <청춘행로(촌색시)>(1949, 장황연)이 포함된다. 이 세 작품은 현재 불완전판 필름으로 상영된다.

무성영화 마지막 변사로 유명한 신출 선생의 음성이 포함된 교사와 검사 사이의 권위와 감정을 교차하는 <검사와 여선생>(1948, 윤대룡), 최인규의 독립삼부작 중 2편 <자유만세>(1946), <독립전야>(1948), 어촌 여성의 삶과 이별을 시적으로 그린 <해연(일명 갈매기)>(1948, 이규환), 향수와 가족의 정서를 다룬 <마음의 고향>(1949, 윤용규)까지, 해방기 한국 사회의 감정 지형을 더 섬세하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담아낸다.

영화 '검사와 여선생'.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검사와 여선생'.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이번 기획은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해방기의 영화들이 어떻게 당대의 현실과 감정을 형상화했는지를 되묻는 자리다. 특히 <해연> 상영 후에는 8월 12일, 한상언 연구자가 해방 공간과 영화인들을 주제로 한 강연이 마련되어, 격동의 시기를 살았던 영화인들의 고민과 흔적을 되짚는 시간을 갖는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