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오는 9월 4일(목)부터 9월 13일(토)까지 시네마테크 KOFA(상암동 소재)에서 ‘시대를 초월한 영화작가, 이만희 50주기전’을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이만희 감독의 타계 50주기를 기리며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만희 감독의 영화적 세계를 다시금 조명한다.
영상자료원은 이번 기획전에서 <04:00 -1950->, <군번없는 용사>의 4K 심화 복원판을 최초 공개하고 <암살자>, <0시(영시)>를 35mm 필름으로 특별 상영할 예정이다. 특별 부대행사로는 1966년 <물레방아> 이후 이만희 감독의 시나리오는 쓴 백결 시나리오 작가와의 대담, 이만희 감독의 막내딸인 이혜영 배우의 구술 낭독 행사, 김지운, 오승욱 감독의 시네토크 등이 있을 예정이다.
전쟁과 사랑, 이만희 영화 세계의 두 축
이만희 감독은 1931년 10월 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스무살의 나이로 군에 입대한 이만희 감독은 5년간 통신병으로 근무하며 전장의 한가운데를 경험했다. 이후 그는 출세작인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을 비롯해 <군번 없는 용사>(1966), <04:00 –1950->(1972),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 등 총 11편의 전쟁영화를 남겼다. 이는 그의 연출작 51편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로, 전쟁이 그의 삶과 영화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이만희 감독은 1965년작 <7인의 여포로>가 반공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고초를 겪은 이후에도 반공 일변도의 프로파간다 영화가 아닌 반전(反戰)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연출하며 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만희 감독의 영화 속에는 전쟁만큼이나 사랑이 중요한 주제이다. 이번 상영작 <귀로>(1967), <휴일>(1968), <검은 머리>(1964), <삼포가는 길>(1975)에서 그의 인물들은 사랑 때문에 방황하고, 사랑으로 삶의 용기를 얻으며, 때로는 사랑의 부재 속에서 죽음을 택한다. 영화, 삶, 사랑을 하나로 여겼던 이만희는 거울 속 자신의 표정과 리듬을 관찰하며 인물을 빚어낼 정도로 영화와 삶을 긴밀히 일치시키며 작품 속에 자신의 인생을 투영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주요작인 동시에 전쟁을 바라보는 이만희 감독의 시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인 <04:00 –1950->, <군번 없는 용사>의 4K 심화 복원판을 최초로 공개한다. <04:00 –1950->는 한국전쟁이 시작되는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휴전선 최전방 벙커를 무대로 한다. 또한 혼란한 시기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담은 <암살자>(1968), <0시(영시)>(1972)를 35mm 필름으로 특별 상영할 예정이다.
50년의 시간 너머, 이만희를 말하는 오늘의 목소리들
이번 기획전은 이만희 감독의 작품을 단순히 정전의 반열에 두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가 남긴 자취를 오늘날 관객과의 대화로 확장한다.

9월 4일 개막일에는 개막작 <휴일> 상영 후 영상자료원 조준형 선임연구원의 진행 하에 이만희 감독과 오랜 동료인 백결 시나리오 작가와의 대담이 열리고, 황민진 시네마테크KOFA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이만희 감독의 막내딸 이혜영 배우의 구술 낭독 행사가 이어진다. 9월 6일에는 오승욱 감독이 “<귀로>: 그 길위의 감정들” 시네토크를 진행하고 김지운 감독이 “<쇠사슬을 끊어라>: 한국식 웨스턴의 풍경” 시네토크에 참석할 예정이다.

2주차에는 한국영화사 연구자 박유희 고려대학교 교수의 “살부(殺父)의 윤리와 핍진성의 기율: <군번 없는 용사>” 강연, 금동현 영화사연구자·나원영 대중음악평론가의 “이만희와 청춘들: 끝에서 두 번째 세계” 대담, 신은실·김예솔비 평론가의 “<물레방아>: 낯섦과 어긋남” 대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평전·한국영화인열전》(영화진흥공사, 1983)을 쓴 이영일 저자는 이만희 감독을 이렇게 평가했다.

“<흑맥(黑麥)>(1965)·<시장(市場)>(1965) 등 초기의 철저한 사실적 영화와 <물레방아>(1966)·<만추(晩秋)>(1966) 등 원숙한 영상미의 표현, 그리고 유작인 <삼포 가는 길>(1975) 등에서 묘사한 심오한 존재의식의 투영 등은 이만희의 영화세계를 극명하게 돋보이게 하였다. 그는 현실고발과 인생의 페이소스라는 두 가지 주제를 추구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준 뛰어난 영화감독으로서 평가된다.”
이번 기획전은 이만희라는 영화작가가 비밀스럽게 남겨놓은 수많은 자취에서 50년의 세월 동안 누락되었던 틈을 메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세한 상영일정은 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