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New French Extremity)’는 200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떠오른 영화 흐름으로, 신체 훼손, 고문, 성폭력 등의 강도 높은 이미지와 불편한 감각을 통해 관객의 윤리와 감정, 주체의 경계를 뒤흔드는 작업들로 주목받았다. 영화 비평가 제임스 콴트가 처음 명명한 이 용어는 단순한 폭력적 경향을 넘어 신체와 정체성, 감정과 이미지의 관계를 전복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가리킨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오는 8월 19일부터 9월 3일까지 프랑스 극단주의 영화(New French Extremity)의 전개와 확장을 조망하는 기획전 <경계를 감각하라!: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의 쾌락과 불쾌, 그 이후>를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상암동 소재)에서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1998년 필립 그랑드리외의 <솜브르(Sombre)>를 시작으로, 2008년 파스칼 로지에의 <마터스>에 이르기까지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의 주요 흐름을 따라가는 동시에, 201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형식의 불쾌함과 감각의 분열을 탐색하는 작품들까지 포괄한다. 상영작은 크게 두 시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 흐름은 2000년대 초반 등장한 대표작들을 통해 신체와 폭력, 욕망이 전면화되던 시기를 조망한다. 클레어 드니의 <트러블 에브리 데이>, 마리나 드 반의 <인 마이 스킨>,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 등이 포함된다. 이 작품들은 충격을 위한 충격을 넘어, 고통을 감각화하며 인간 경험의 한계를 묻는다. 특히, <인 마이 스킨>은 Severin Films(세버린 필름스)가 2025년 5월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바탕으로 4K 리마스터링한 버전으로 상영되며, 이번 기획전을 통해 국내 프리미어 상영된다. 또한, <엑스텐션>은 35mm 검열 필름 버전(1회)과 디지털 일반 버전(1회) 두 가지로 상영된다. 35mm 버전은 일부 잔혹 장면(예: 알렉스의 부모 살해 장면 일부 컷 등)이 검열되어 있지만, 원작의 긴장감과 감각적 연출은 고스란히 유지된다. 이번 상영은 프랑스 개봉 당시의 버전으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두 번째 흐름은 2010년대 이후의 작품들로, 육체적 파괴보다는 감각의 교란과 정체성의 분열을 중심에 둔다. 뤼실 하지할릴로비치의 <에볼루션>, 얀 곤잘레스의 <칼+심장>, 줄리아 뒤쿠르노의 <티탄>, 그리고 카트린느 브레야의 복귀작 <라스트 썸머>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좀더 섬세하고 복합적인 불쾌함의 감각을 통해,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 이후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번 기획전은 단일한 경향을 정의하기보다, 흐름의 틈과 균열, 충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다. 선정된 작품들은 예리한 이미지와 불협의 감각을 통해 오늘날 관객에게 새로운 윤리와 감각의 질문을 던진다. 또한 단순한 상영 프로그램을 넘어,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가 던지는 윤리적, 감각적 질문을 더욱 심화해보는 자리로 확장한다. 이를 위해 두 차례의 강연과 두 번의 대담을 진행한다.
8월 19일(화) 저녁, <인 마이 스킨> 상영 후에는 유은정 감독과 박동수 평론가가 신체와 감정, 여성의 자기파괴 충동을 둘러싼 질문을 중심으로 대담을 진행한다. 8월 23일(토) <티탄> 상영 후에는 조혜영 평론가가 “피, 살, 쇠의 친밀성: 육체, 폭력, 트랜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며, 트랜스 바디와 젠더, 감각의 정치가 교차하는 지점을 살펴본다. 8월 30일(토) <엑스텐션> 상영 후에는 김봉석 평론가가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 세상의 불안, 육체의 파괴, 장르의 변이”라는 주제로,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의 형성과 장르적 진화를 고찰한다. 같은 날 오후에는 <칼+심장> 상영 후 김경묵 감독과 이동윤 프로그래머의 대담이 이어진다. 이들은 퀴어 슬래셔 영화의 형식 실험과 감각적 서사를 중심으로, 장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할 예정이다.
자세한 상영일정은 영상자료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