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7월 2일 태어난 유현목 감독은 1960년대 한국영화 황금기를 이끈 대표적 시네아스트로, <오발탄>(1961)을 비롯해 당대 한국 사회의 모순과 윤리를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들로 시대를 증언해 왔다. 대학 강단에서는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교육자였고, 현장에서는 제작자로서도 깊은 족적을 남겼다.
그의 일대기를 돌아보면, 평론가 변인식이 “유현목은 영화다”라고 평한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문제의식과 영상 언어에 대한 실험은 당대는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 원장 김홍준)은 유현목감독탄생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영화의전당과 함께 6월 26일(목)부터 7월 5일(토)까지 ‘유현목 탄생 100주년전: 시대, 장르, 실천’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유현목 감독의 대표작은 물론, 그간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아온 코미디, 아동영화, 실험영화, 그리고 스승이자 제작자로서의 활동까지 아우르며, 그의 영화 세계가 지닌 폭넓은 스펙트럼과 미학, 사회적 실천성을 다층적으로 조망한다.
이번 기획전에서 특히 2022년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발굴한 유현목 감독의 미발굴작 <임꺽정>(1961)을 국내 최초로 상영한다. <오발탄>과 같은 해에 제작된 이 작품은 홍명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 영화로 그동안 영상자료원에서 필름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보유 중인 35mm 영문 자막 프린트 형태로 발굴하여 디지털 복원을 거쳐 4K로 공개된다. 아울러 디지털화가 완료된 <순교자>(1965) 역시 이번 기획전을 통해 최초로 상영된다. 기독교 박해와 순교자 서사를 통해 신념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유현목 감독의 세계관과 형식적 실험이 응축된 대표작. 고화질 이미지를 통해 그 미학적 깊이를 새롭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유현목 감독의 연출작 16편을 포함해 총 18편을 상영하며, 이 가운데 4편은 35mm 필름으로 상영된다. <오발탄>(1961), <순교자>(1965), <장마>(1979), <사람의 아들>(1980) 등 한국영화사의 이정표로 꼽히는 작품들은 디지털/복원 DCP(2K/4K) 버전으로 선보이며, 감독의 시선과 미학을 오늘의 관객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이외에도 <분례기>(1971), <그대와 영원히>(1958), <몽땅 드릴까요>(1968), <말미잘>(1994)은 당시의 질감과 공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35mm 프린트로 상영돼, 아날로그 시대의 감각을 극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기획전 기간동안 유현목 감독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기 위한 다양한 상영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6월 26일 개막을 시작으로, 한 차례의 포럼과 총 8회의 관객과의 대화, 씨네토크, 라운지 토크, 작품 소개가 이어진다. <임꺽정> 상영 후에는 이지영 영상자료원 수집 담당자와 석지훈 연구자가 참여해 작품 발굴의 과정과 영화사적 의의를 전하며, <춘몽>, <손>, <나의 한국영화 에피소드 6: 춘몽/창조/복원> 상영 후에는 김홍준 원장과 조준형 선임연구원이 영화 검열의 역사와 실험성을 설명하고 유현목 감독과의 실제 만남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이공희·김성수·양윤호 감독, 정재형·전찬일·맹수진 평론가 등이 참여해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유현목 감독의 미학과 시대적 문제의식을 함께 풀어낸다. 특히 일부 프로그램은 상영 직후 지하 1층 시네마테크KOFA 로비에서 관객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라운지 토크’ 형식으로 진행되어, 유현목 감독의 영화에 좀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유현목 탄생 100주년전: 시대, 장르, 실천’ 일정
-6월 26일(목) 14:30 개막식
-6월 26일(목) 18:00 <임꺽정> 상영 후 씨네토크(이지영 한국영상자료원 수집 담당자, 석지훈 근현대사연구자)
-6월 27일(금) 18:30 <손>, <춘몽>, <나의 한국영화 에피소드 6: 춘몽/창조/복원> 상영 후 씨네토크(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조준형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 선임연구원)
-6월 28일(토) 17:30 <김약국의 딸들> 상영 전 작품소개(이공희 감독)
-7월 01일(화) 15:00 <그대와 영원히>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맹수진 평론가)
-7월 03일(목) 15:00 <분례기>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전찬일 평론가)
-7월 04일(금) 16:00 <오발탄> 상영 후 라운지 토크(김성수 감독, 김수연 영화사연구자)
-7월 05일(토) 13:00 <말미잘> 상영 후 라운지 토크(양윤호 감독)
-7월 05일(토) 16:00 <사람의 아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정재형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