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유현목 감독의 유실작 <임꺽정>을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이하 ‘의회도서관’)에서 발굴해 복원을 완료하였다. 한국 영화의 대표 걸작으로 꼽히는 <오발탄>(1961)과 같은 해 제작된 <임꺽정>은 1962년 장기 상영 2위를 기록할 만큼 당대 흥행작이자 유현목 감독의 드문 액션 오락 활극이다.
영상자료원은 2022년 의회도서관에서 이 작품의 유일본 35mm 필름을 발굴했으며, 이후 의회도서관과의 협업을 통해 4K 화질로 디지털 복원하였다.

2021년 북미 조사를 통해 영상자료원은 의회도서관에 소장된 1,800여 건에 달하는 한국 관련 영상자료 목록을 정리했고, 이 가운데 주요 작품들을 선별해 2022~23년 두 차례 현지에서 열람해 국내에 미보유된 주요 극영화 및 비극영화들을 찾아냈다. 이에 영상자료원은 <임꺽정>뿐 아니라 유실작인 심우섭 감독의 <예산시악시>(1971)와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 전후 주요 기록 영상 22편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임꺽정>의 필름은 미국 버지니아주 컬페퍼(Culpeper)에 있는 의회도서관 산하 패커드 영상음향보존센터(Packard Campus for Audio-Visual Conservation)에서 발견됐다. 이번에 발굴된 필름은 1970년대 초까지 미국 내 상영을 위해 제작된 35mm 상영용 프린트로, 영화진흥공사 LA 사무소가 수집해 의회도서관에 기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유현목 감독의 <임꺽정>은 1962년 장기 상영 2위를 기록하고 약 10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으며, 필리핀 등지에 활발히 수출되기도 한 당대 최고 화제작이었다. 그러나 이후 필름이 유실되면서 작품의 실체는 오랫동안 확인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 영화사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발탄>(1961)과 같은 해 제작된 이 작품은 유현목 감독의 드문 액션 활극 오락 영화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감독의 초기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홍명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임꺽정>에는 임꺽정 역의 신영균을 비롯해 의적 박노식, 엄앵란, 허장강, 최무룡, 문정숙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사회 비판적 리얼리즘으로 잘 알려진 유현목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오락성과 액션성이 두드러지는 이례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2025년은 유현목 감독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로, 유실된 채 실체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임꺽정>의 복원과 공개는 감독의 영화세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한국 고전영화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
복원된 <임꺽정>은 유현목 감독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유현목 탄생 100주년전: 시대, 장르, 실천’을 통해 6월 26일부터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일반 관객에게 최초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