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의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영화 '귀향'의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언니야, 이제 고마 우리 집에 가자.”

1940년대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강일출 할머니께서 직접 겪으신 일본군의 집단학살 현장을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귀향〉12에 나오는 대사이다.  영화는 어린 나이에 고통 속에서  절명했던 수많은 소녀들,  그 영혼이나마 고향의 품으로, 집으로, 가족 품으로 돌려 보내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귀향(歸鄕)’ 아니라 ‘귀향(鬼鄕)’이다.

영화 <귀향>은 2016년 2월 개봉된 영화로 조정래 감독이 연출하였고, 배우 강하나(정민 역), 최리(은경 역), 손숙(영옥 역), 황화순(송희 역), 서미지(영희 역) 등이 출현하였으며, 대한민국 국민이 만든 영화이다. 2002년 조정래 감독이 ‘나눔의 집’에 방문했다가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 이라는 그림을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영화 '귀향'의 포스터. 사진 네이버 무비.
영화 '귀향'의 포스터. 사진 네이버 무비.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과거는 1943년, 열네 살의 꽃다운 나이 정민이는 아직 철모르는 평범한 소녀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군에 의해 머나먼 중국 목단강에 있는 위안소까지 끌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정민이와 함께 끌려간 소녀들은 너무나도 끔찍한 고통과 감당할 수 없는 모진 아픔을 겪게 된다.

현재는 1991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은경은 어머니와 함께 송희(무녀)를 찾아가게 된다. 은경이는 굿당에 머물며 허드렛일을 하면서 이윽고 죽은 영혼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알아차리게 되고, 결국 영희의 부탁으로 타지에서 죽은 정민의 혼백을 불러내게 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아픔을 함께 직시하고 치유하고자 한다.

영화는 정민이의 평화로운 일상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정민 엄마 : “ 저 건너에 순사들이 나타나서 아무나 막 잡아간다 카데예. 잡혀가면 소식도 모르고 다 죽었다 카데예. ”

영화 '귀향'의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영화 '귀향'의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소문으로만 들었던 이야기가 불행히도 그것이 현실이 되고 만다. 정민이는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 기차 칸에서 정민은 함께 끌려온 또래 친구 영희를 만난다. 그들은 끌려왔기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중 한 명이 말한다. “우리 모두 신발 공장으로 간다더라.”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그저 해맑기만 했다. 끌려온 소녀들은 밤새 기차로 달려 낯선 어딘가에 도착한다. 일본군은 도착한 소녀들을 트럭에 태워 다시 어디론가로 향했다. 위안소에 도착한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의해 끌려와서 감금과 폭행, 치욕 등 일본군의 짐승만도 못한 만행에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급기야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기 어린 전쟁을 일삼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군들이 가는 곳마다 성폭행 등이 난무하여 원성이 자자하였고 반발이 심하였다. 그들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위안소 설치였다.

위안소 운영을 위하여 닥치는 대로 젊은 여인들, 특히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 와 일본군 위안부 일을 시킨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들은 무리하고 가혹한 성행위와 폭력에 시달리며 죽어갔다. 낮에는 병영 청소를 하는 노역, 밤에는 수많은 일본군을 상대하는 위안부로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소녀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었다.

함께 끌려 온 소녀 : “다친 데는 없나? 많이 맞았제?”

일본군 : “ 어이, 거기. 모여 있지 말고 다시 흩어져, 빨리 ”    

어느 날 다른 방에서 소란이 난 틈에 정민과 친구들은 탈출을 시도한다. 

일본군 : “도망자다. 잡아라. 빨리”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친구 중 하나가 길을 잃어 잡히게 되고

일본군 : “너 혼자야?”

친구 : “저 혼자 왔어요. 혼자요...”

친구를 버리지 못하고 그들은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게 된다. 잡힌 친구에게 공모자가 있는지 추궁하지만 끝내 말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소녀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영화 '귀향'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영화 '귀향'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한편 일부 소녀들이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로 갔다.

“어디 가는 걸까? 쟤들은...” 
“몸이 안 좋아서 병사들을 안 받았잖아”
“치료받으러 가는 거여”
“여기선 치료받기 힘들어”
“더 큰 부대로 간다고 하더라”

당시 일본군은 질병에 걸린 소녀들을 치료해 준다며 끌고 갔지만 그들은 미리 준비한 곳으로 데려가 총살한 후 불구덩이에 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정민 :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여서 나가야 한데이” “군인들이 안 싸우고 어디로 달아나더라”

일본군 : “밖으로 나와”

일본군 : “여자들을 차에 태워”

일본군의 패전이 예상되던 1944년 9월 자신들의 만행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막고자 위안부 여성들을 총살하였다. 정민과 친구들도 총살될 위기에 처해지는 데..... 

일본군 : “총들어” “조준” “발포”

영화 '귀향'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영화 '귀향'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갑자기 발생한 교전으로 아수라장이 되며 위기를 모면하고 탈출하는 정민과 영희 

영희 : “벗어난기제”

그러나 끈질기게 일본군 한 명이 따라오고 있었고 

일본군 : “나와 함께 지옥에 가자”

정민에게 치명상을 입하며 최후를 맞이한다.

영희 : “괘 안나. 눈 좀 떠보래이 ”

정민도 친구 영희 옆에서 숨을 거둔다.

현재의 영옥은 혼자서만 살아와서 미안하다며 정민의 영혼 앞에서 오열한다. 

영옥 : “미안하다, 내 혼자만 돌아왔다. 억수로 미안하다”

“너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지?”
“우린 벌써 다 죽은 기야”   
“여기가 지옥이다, 야”

영화 '귀향'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영화 '귀향' 스틸컷. 사진 네이버 무비.

영화 제목 ‘귀향(鬼鄕)’은 단순히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귀향(歸鄕)이 아니다. 이미 죽어 넋이 된 영혼만이라도 고향으로, 가족의 품으로 보내 영원한 안식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 한 끼 먹는 평범한 일상과 나비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장면은 우리 모두의 염원을 모아 위안부 피해자분들께 진심어린 사랑을 전하기 위함일 것이다.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모두에게 진정한 위로는 모두가 하나임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그들이 겪었고 겪어야만 했던 그 고통이 아직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끝난 것이 아니다.

역사는 자랑스러운 영광사만 존재하지 않는다. 아픔의 역사인 수난사도 우리 역사이다. 우리가 기억할 때 그 아픈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언니야, 이제 고마 우리 집에 가자”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