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호 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기후 위기와 생태계 붕괴는 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이상기후, 생물 다양성의 급격한 감소, 물과 식량 문제는 이제 뉴스나 통계 속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갑작스러운 폭우와 가뭄, 예측할 수 없는 계절 변화는 농업 생산과 식량 안정성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며, 많은 생태계가 무너지는 현실은 지구의 건강을 넘어 인류의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침묵 속에서 절박한 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그 목소리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는 새로운 기술이나 정책의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과학기술은 중요한 해결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변화는 인간의 ‘의식’과 ‘태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구매하고, 어떻게 소비하며, 어떤 방식으로 일상과 관계를 구성해 나가고 있는지를 성찰하는 작은 자각이야말로 거대한 사회적 전환을 가능케 하는 첫걸음이다.
자연은 언제나 공생을 기반으로 작동해 왔다. 꽃과 벌, 나무와 새, 물고기와 바다 생명의 모든 존재는 서로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순환한다. 이 조화는 경쟁이 아닌 균형 속에서 이루어지며, 하나의 생명이 다른 생명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생태적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인류는 그 순환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개발과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은 생태계의 회복력을 압도하며 지구의 한계를 시험해 왔다. 결과적으로 지구는 점점 회복이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자연의 역습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나는 지금 지구와 공생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철학적이거나 추상적인 물음이 아니다.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 내가 배출하는 폐기물, 내가 소비하는 자원, 그리고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에서 출발한다. 예컨대 플라스틱을 줄이고 다회용 제품을 선택하는 일,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는 것을 선택하는 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제철 식재료를 구매하는 일 등 우리의 일상에는 이미 수많은 공생을 실천 기회가 존재한다.
공생은 선택이 가능한 삶의 방식 중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인 전환이다. 공생은 추상적인 도덕적 구호나 이념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에서 구현되는 삶의 방식이다. 지금 나의 작은 습관 하나가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반대로 고통을 가중할 수도 있다는 감각을 회복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변화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책임감이 모일 때 비로소 세상은 움직인다.
오늘날 우리는 더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일도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처럼, 우리의 소비와 행동, 무관심도 지구의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모두 ‘지구적 존재’로서 연결되어, 지구라는 하나의 공동 터전에서 살아가는 구성원이다. 그렇기에 공생은 단지 환경 보호를 위한 수단이 아닌, 인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자 책임 있는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태도다.
마시는 물 한 잔, 들이마시는 공기 한 모금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떠올려본다면 공생의 삶은 결코 멀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는 본성이며, 단지 다시 깨워야 할 감각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그 감각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지구를 위한 마음, 생명을 위한 선택, 그리고 공생의 실천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