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정희정'. 이미지 예술은공유다
연극 '정희정'. 이미지 예술은공유다

제1회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 수상, 제2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공식 쇼케이스 초청,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후보작에 올랐던 화제작 연극 <정희정>(연출 윤혜숙)이 부산에서 공연된다. 

연극 <정희정>의 제목 정희정은 한 개인의 이름이자, 동시에 사회적 구조 속에서 침묵해온 수많은 여성의 총체다. 작품은 출산, 육아, 병간호, 노년기 요양에 이르기까지 “돌봄 받는 몸 → 돌봄 하는 몸 → 다시 돌봄 받는 몸”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통해 여성이 감당해 온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윤혜숙 연출은 “돌봄이 돌고 돌며, ‘돌봄 받는 몸’과 ‘돌봄 하는 몸’이 내 몸 안에 다 있다는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었다”라며, “내 몸의 역사, 내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돌봄을 주고받는다는 이미지를 계속 생각했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연극 <정희정>은 여성의 돌봄이 단지 가족의 책임이나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문화적 규범이 밀어 넣은 자리임을 드러낸다. 그 안에는 계급, 생명윤리, 복지정책, 여성노동, 젠더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 복잡한 문제를 직접적인 주장보다는 섬세한 시선, 시적 장면, 신체와 오브제의 이미지 언어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연극 '정희정'. 이미지 예술은공유다
연극 '정희정'. 이미지 예술은공유다

연극 <정희정>은 연출 윤혜숙을 중심으로 배우 이유주와 허진이 직접 구성에 참여하며 공동창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작품에는 실제 가족의 간병, 요양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 인터뷰 리서치가 바탕이 되어 있다. 강문영, 성애연, 윤주영, 이수가, 임가연 다섯 명의 인터뷰이가 들려준 구체적인 돌봄 경험이 작품의 뼈대를 이뤘다.

특히 무대에서 두 배우는 고정된 배역 없이 각 세대의 모-녀 역할을 서로 바꾸어가며 연기함으로써 돌봄의 순환을 표현한다. 30대 배우들이 노인 인형을 직접 자기 몸으로 입음으로써 노인을 표현하는 방식은 ‘부양’을 감각적으로 제시하며, 한 사람의 몸에 돌봄의 면면이 중첩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윤혜숙 연출은 “관객들의 마음이 여러 번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양원 장면에서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가는 딸의 입장이다가 또 할머니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그다음에는 그 할머니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는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연극 '정희정'. 이미지 예술은공유다
연극 '정희정'. 이미지 예술은공유다

이번 공연은 부산의 창작 중심 소극장 어댑터씨어터와 페미니즘 관점의 기획을 꾸준히 실현해 온 페미씨어터가 공동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다.

연극 <정희정>은 7월 18일부터 27일까지 어댑터씨어터(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102) 2관에서 공연한다. 만 12세 이상 관람가능하다. 약 80분간 진행되는 공연은 베리어프리 공연으로 한글자막해설이 진행된다. 7월 20일에는 공연이 끝나고이 끝나고는 윤혜숙 연출과 관객과의 대화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