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헌

국학원 설립자 ㆍ학교법인 한문화학원 이사장

 

대한민국이 또 다시 깊은 혼란과 분열의 시기를 맞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은 우리 사회의 깊은 균열을 드러냈고,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치 이념의 대립을 넘어 노사 갈등, 빈부 격차, 교육 현장의 갈등, 지역 간 반목, 학력 차별, 성별 대립, 세대 간 불신이 더해져 우리나라는 '갈등 공화국', '분열 공화국'이 되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반으로 갈라놓았고, 혐오와 불신의 정치는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서로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분열의 뿌리, 이기심과 배타성

분열과 갈등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과 집단적 이기심에 있다. 승자독식의 정치 구조 속에서 각 집단은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좁은 시야로는 결코 국가 전체의 안녕과 발전을 이룰 수 없다.

현대 민주주의의 큰 모순은 '다수결의 원칙'이 종종 '승자독식'의 논리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세력이 패배한 세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념과 정책만을 밀어붙이는 현상은 통합이 아닌 분열을 심화될 뿐이다. 이처럼 협소한 '나와 우리'만을 위한 정치는 결국 모두의 상처와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 

국민이 열망하는 진정한 통합의 길

국민은 이제 진정한 화합과 통합을 갈망한다. 모든 대선 후보자가 ‘국민 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과연 그들의 통합론은 진정성이 있을까? 자신의 이념과 정당만이 옳다는 편협한 생각으로는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좌우 어느 쪽이 이기든, 승자의 이념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는 국민 통합이 아니라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뿐이다.

국민 통합은 단순한 선거용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중심 가치가 필요하다. 그 중심 가치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바로 한국인의 정체성 속에, 우리의 정신문화 속에 있다.

K스피릿, 국민 통합의 중심 가치

지난 40여 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나는 한국인의 정신, 즉 'K스피릿'을 알려왔다. 그 핵심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철학이다. 이는 단군 조선의 건국이념이자 대한민국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교육이념으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깨달은 점은, 어떤 나라에도 '홍익'과 같은 가치를 중심에 둔 철학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홍익의 정신은 나만, 우리 가족만, 우리나라만 잘 살자는 좁은 이기심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가 함께 잘 살고,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지향한다. 이 철학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 인성의 가치가 담겨 있다.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 배타성이 아닌, 포용성을 그 핵심으로 한다. 

이러한 홍익의 정신은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의 근간이며, 국민을 하나로 묶는 내적 정신력이다.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국민이 하나로 뭉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정신이 우리 안에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결속력과 희생정신은 바로 이 홍익 정신의 발현이었다.

통합 리더십의 길

K스피릿을 중심가치로 삼을 때, 우리는 진정한 국민 통합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차기 대통령은 어느 정당, 어느 계층, 어느 지역의 대통령이 아닌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당파적 이해관계에 갇혀 국가의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대통령은 당적을 정확히 버려야 한다. 당에 소속된 대통령은 필연적으로 당파성에 빠지게 된다. 진정한 이 시대에 필요한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임을 섬기는 심부름꾼이여야 한다.  

둘째, 인사 정책에서 보은(報恩) 인사가 아닌 능력 위주의,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재를 당파를 초월하여 등용해야 한다. 조선시대 영조의 탕평책에서 배울 점이 있다. 현대적 탕평책은 정파를 초월한 인재 등용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 지역, 세대의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하는 포용적 국정 운영을 의미한다. 

셋째,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자신의 공약만을 고집하지 말고, 경쟁 후보들이 제시한 좋은 정책과 아이디어도 과감히 수용하고 실천하는 포용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통합의 리더십이다. 

새로운 희망의 대한민국을 향하여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은 지금 분열을 넘어 화합하고 하나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 희망의 대한민국을 갈망한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당선자는 국민의 마음을 하늘의 뜻으로 받들고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겸손하게 봉사해야 한다. 

국민 통합은 구호가 아닌 실천이다. 화려한 언변보다는 작은 실천이, 거창한 약속보다는 진정성 있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 홍익인간의 정신, K스피릿을 중심 가치로 삼아 모든 국민이 하나로 뭉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 품격 있는 나라로 거듭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통합과 도약의 계기로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를 열어가자.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하나 된 국민의 힘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국학원 설립자 이승헌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