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순천 조계산 품 안 선암사 경내 원통전 담 곁에 웅장한 뿌리와 기둥으로 서 있는 선암매. 600여 년의 시간만큼 낸 가지가 사방팔방으로 구불구불 뻗쳐 그 끝에 맑은 흰빛 꽃잎을 피워냈다.



다섯 장 꽃잎이 겹쳐 그 안에 또 다른 꽃을 피운 듯하다. 수술 끝 작은 황금 구슬까지 작은 매화 안에 수많은 세계가 보인다. 여기에 벌과 나비가 어우러지면 완전한 우주가 아닐까.


가지마다 많은 꽃송이를 피워낸 것은 아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작은 매화 송이와 전각 담장의 기와가 너무나 드라마틱한 풍경을 자아낸다.


선암사 경내 찻집 주인은 “나무가 나이가 많이 들어 꽃을 많이 못 피워요. 게다가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때 갑자기 눈 내리고 한파가 들어 올해는 영 예년만 못하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년 세월을 견디어온 생명력으로 고고하게 맑은 꽃을 힘껏 피워냈다. 날씨가 좋으면 내년에는 더욱 아름답게 피워낼 것이다. 3년을 별러 선암매를 앵글에 담고자 떠나왔는데 내년에 다시 한번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실제 천연기념물 제488호 선암매는 원통전 앞 백매화를 피우는 600여 년 수령의 나무로부터 각황전 담길의 홍매화까지 줄이어 선 50주 정도를 일컫는다. 짙거나 옅은 분홍빛으로 피어난 홍매화는 화사하기 그지 없다.

문헌에 전하는 기록이 없어 수령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찰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 년 전(2007년 지정 기준)에 천불전 앞의 와송과 함께 심어졌다고 전하고 있다고 한다.
선암사는 백제 성왕 7년(529) 아도화상이 비로암을 지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통일실라 경문왕 1년(861) 도선국사가 세워 선암사라 지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백제 아도화상 설에 의하면 약 1,500년, 신라 도선국사 설을 따라도 1,164년 천년고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