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부케 Bouquet of My Heart Ⅳ, 2024, Lacquer painting, mother of pearl on the wood, 53 x 45 cm. 이미지 갤러리 채율
내 마음의 부케 Bouquet of My Heart Ⅳ, 2024, Lacquer painting, mother of pearl on the wood, 53 x 45 cm. 이미지 갤러리 채율

갤러리 채율에서 10월 10일부터 열리고 있는 김정은 작가 개인전 《빛으로 피어나다, Blossom by lights》에서는 작가의 옻칠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김정은 작가는 옻칠 작가로 알려져 있다. 뉴욕, 홍콩 등 해외 전시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2020년 뉴욕 SCOPE 아트 페어와 홍콩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 쇼에서 독창적인 옻칠 예술을 소개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옻칠은 겹겹이 칠하고 말리는 과정에서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작품은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색채를 띠게 된다. ‘나전’이라고 하는 자개의 반짝이는 빛과 옻색을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표현하는 김정은 작가의 작품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상징하는 색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화풍난양 和風暖陽, 2024, Lacquer painting, mother of pearl on the wood, 130 x 97cm. 이미지 갤러리 채율
화풍난양 和風暖陽, 2024, Lacquer painting, mother of pearl on the wood, 130 x 97cm. 이미지 갤러리 채율

 

또한 오롯이 작가의 손길로 빚어낸 도자의 따뜻함과 옻칠의 깊이 있는 색채를 함께 담은 입체 작품은 현대적인 감각과 전통적인 예술이 결합된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매혹적인 색감은 화려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으로 공간에 특별한 포인트가 되어주며, 옻칠 특유의 시간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질감이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이 전시는 우리의 빠르고 치열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자연의 재료와 전통 공예 기법을 바탕으로 천천히 완성되어가는 예술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시간꽃Flower of Time, 2024, Lacquer painting, mother of pearl on the wood, 130 x 97cm. 이미지 갤러리 채율
시간꽃Flower of Time, 2024, Lacquer painting, mother of pearl on the wood, 130 x 97cm. 이미지 갤러리 채율

 

작품 속 자개와 옻의 색채는 그 화려함 뒤에 깊은 내면의 감정을 담고 있어, 관객이 자신의 삶 속 희로애락을 떠올리게 만든다. 꽃의 형상을 한 작품 속 꽃잎 하나하나에는 삶의 다양한 감정들이 층을 이루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그 안에서 연결된다. 작가는 과거에 대한 회귀보다는, 현재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재조명하여 과거와 현재의 감정이 공존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기억. 이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것을 내 안에 남기는 것이다. 내 안에 남겨진 기억들. 하지만 내게서도 희미하게 잊혀져간다. 나는 그러한 한 줄기의 연기같은 기억들을 색채로 남기고 있다. 같은 향에 같은 추억이 없고, 같은 노래에 같은 사연이 존재하지 않듯이 같은 컬러에 동일한 기억이 없다. 내 작품 속에 작가의 개인 색채의 기억과 감정이 아닌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자신만의 색채를 통한 기억의 통로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기억의 색채 퍼즐이 내 작품을 감상하는 다수의 개인의 기억들과 공유되길 바란다.”(김정은 ‘2024 작가노트’)

작품명 몽몽, B2전시 사진. 이미지 갤러리 채율
작품명 몽몽, B2전시 사진. 이미지 갤러리 채율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은 작가의 작품과 함께 채율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채율의 가구, 은기, 오브제 등이 함께 어우러져, 전통 공예와 현대 미학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선보인다. 채율은 전통 수공예의 가치를 지켜가며, 현대인의 삶에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공예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다. 전통의 기법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일상 속에서 쓰임이 있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 채율의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은 작가와 장인의 장인정신이 결합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채율의 공간과 작품이 김정은 작가의 작품을 품에 안아 고요함과 안정감을 준다면 김정은 작가의 작품은 채율의 공간과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김정은 작가 개인전 《빛으로 피어나다, Blossom by lights》B2전시 모습.  사진 갤러리 채율
김정은 작가 개인전 《빛으로 피어나다, Blossom by lights》B2전시 모습. 사진 갤러리 채율

 

이번 《빛으로 피어나다, Blossom by lights》 전시는 김정은 작가의 색채와 기억에 대한 철학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한다. 옻이 피어나고, 꽃이 피고, 인생이 피어나는 작가의 감각적인 작품을 통해, 각자가 품고 있는 내면의 감정과 기억을 깨우는 시간 말이다.

옻칠작가 김정은 개인전 《빛으로 피어나다, Blossom by lights》 는 당초 종료 예정일 11월 11일에서 연장하여 11월 29일까지 갤러리 채율(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17)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