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호 작가는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흔한 나무를 어느날 관심 있게 바라보다 평소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았다. 사람의 형상이나 어머니의 품이 보였다. 이렇게 특별할 것 없던 나무가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면서, 작가는 나무라는 대상에 빠지게 되었다.
작가의 작품에서 나무는 단순히 시각적 대상이 아닌,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여러 가지 성찰을 담은 아이콘으로서 중요한 존재이다.
이러한 작업을 김민호 작가는 서촌 TYA(티와이에이) 갤러리에서 11월 11일 개막하는 《성찰지목省察之木: 존재의 확장》을 통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와시(和紙)와 동판화를 활용한 기법으로 자연과 존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하며, 나무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심볼로 다룬다. 짧고 가는 선들을 쌓아 나무의 기둥과 가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이 선들이 존재의 최소 단위이자 생명력을 담아내는 요소임을 탐구한다.

김민호 작가는 이번 작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번 작업은 기존의 나무 작품을 위해 제작했던 동판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이다. 동판화는 특성상 응용에 제약이 많다. 이를 극복하고자 기존의 판을 이용해 매우 얇고 고우며 질긴 와시(和紙)를 사용하여 프린트하고 이를 콜라주하였다. 와시는 섬세하게 프린트되면서도 높은 투명도를 지니고 있어, 다른 종이에 붙였을 때 얇은 종이의 물성이 거의 사라져 마치 직접 찍은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콜라주 작업에서 이미지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높여준다.
나무 이미지를 하나의 단위로 재구성함으로써 나무가 아닌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이는 마치 생물의 심장이나 혈관의 무더기 같기도 하고 에너지의 흐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무에서 출발한 이미지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덩어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환 과정은 존재의 형태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전시는 관객에게 자연과 존재의 경계가 얼마나 인위적인지를 환기하며 고정된 의미를 벗어나 변화하는 존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김민호 작가의 개인전 《성찰지목省察之木: 존재의 확장》은 서촌 TYA(티와이에이)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길 28)에서 11월 24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