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재즈쿼텟(위)과 11월 19일 공연에 참여하는 게스트 보컬리스트 김준, 마리아킴(아래). 사진 플러스히치
서울재즈쿼텟(위)과 11월 19일 공연에 참여하는 게스트 보컬리스트 김준, 마리아킴(아래). 사진 플러스히치

2022년 여름과 가을, 한 콘서트가 한국 재즈계에 진기한 기록을 남겼다. 재즈인들 사이에 레전드로 불리는 ‘서울재즈쿼텟(Seoul Jazz Quartet)’이 해체 25년 만에 다시 뭉쳐 개최한 재회콘서트였다.

이 공연으로 일천 석 콘서트홀 마포아트센터은 전석이 매진되었고 두 달 뒤에는 예정에 없던 앙코르 콘서트까지 열었다. 이는 외국 유명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 국내 단일 연주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올해 서울재즈쿼텟이 11월 19일 저녁, ‘2023 서울재즈쿼텟 콘서트’(마포아트센터)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별히 공연을 위해 만든 자작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며 시대별 재즈 명곡을 엄선하여 모던재즈에서 퓨전까지 장르를 망라하는 재즈의 모든 것을 연주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재즈 1세대 보컬리스트인 김준과 4세대 보컬리스트이자 2022 한국대중음악상 재즈보컬음반상을 수상한 마리아킴이 특별 게스트로 함께한다.

서울재즈쿼텟 공연 포스터. 이미지 플러스히치
서울재즈쿼텟 공연 포스터. 이미지 플러스히치

서울재즈쿼텟은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꼽히는 거장 그룹이다.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재즈 색소폰 연주자인 이정식을 필두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드러머였던 김희현, 《재즈베이스 교본》으로 많은 음악학도에게 영향을 끼친 장응규, 섬세하고 투명한 피아니즘으로 90년대를 대표했던 양준호가 뭉친 4중주 밴드다.

가요 일변도의 그룹사운드들이 활동하던 1980년대 후반, 재즈를 천명하고 나선 연주그룹이 서울재즈쿼텟이었다. 88서울올림픽을 맞아 개최되었던 <한강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데뷔했다. 밴드의 연주 실력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재즈밴드로는 유일하게 대형 콘서트홀에서 연주했고, 일본과 한국재즈가 경연했던 <한일재즈트레인>에 초청되는 등 한국재즈의 최전방에서 활약했다.

그 후 1990년대 후반 서울재즈쿼텟은 해체되었고 각자의 밴드로 활동을 이어갔다. 레코딩 세션맨으로 활동하며 조용필, 이승환, 김현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신승훈 등 가요 음반 곳곳에 재즈적인 사운드를 제공했는가 하면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치고 연주 교본을 펴내는 등 우리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했다.

다시 뭉친 서울재즈쿼텟은 평균 나이 64세의 ‘노장 밴드’가 되었다. 팀의 막내 양준호(피아노)가 1964년생, 맏형인 김희현(드럼)이 1952년생이다. 그러나 화려한 연주력은 전성기 시절 그대로다. 오히려 재즈명장다운 관록으로 우리 시대 볼 수 있는 최고의 연주를 펼쳐 보인다.

2022년 재회콘서트에서도 비트감 넘치는 퓨전재즈에서 올드팝, 스탠더드 재즈, 우리 가요에 이르기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으로 큰 호응을 끌어냈다. 특히 우리 국악의 리듬과 장단을 재즈의 즉흥성과 결합해 보여준 ‘뱃노래 변주곡’ 같은 장면은 역대급 퍼포먼스라는 후일담을 남겼다.

11월 19일 저녁 7시, ‘2023 서울재즈쿼텟 콘서트’(마포아트센터)로 다시 무대에 서는 서울재즈쿼텟. 한국재즈의 중흥기를 견인했던 슈퍼밴드 서울재즈쿼텟이 깊어 가는 가을밤을 진한 재즈로 물들일 그 감동을 다시 또 기대해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