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지갤러리는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작가의 3인전 《세 개의 전날 저녁(Three Yesterday Nights)》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페리지갤러리는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작가의 3인전 《세 개의 전날 저녁(Three Yesterday Nights)》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페리지갤러리(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는 8월 9일(수)부터 9월 11일(월)까지 35세 이하 젊은 작가에 주목하는 기획전 프로그램 'Perigee Unfold'의 2023년 전시로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작가의 3인전 《세 개의 전날 저녁(Three Yesterday Nights)》을 개최한다.

페리지갤러리는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작가의 3인전 《세 개의 전날 저녁(Three Yesterday Nights)》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페리지갤러리는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작가의 3인전 《세 개의 전날 저녁(Three Yesterday Nights)》을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전시 《세 개의 전날 저녁》의 기획은 동시대 미술이 서사를 그려내는 방식에 주목하며 시작되었다. 과거의 미술 이론은 미술의 고유한 형식을 탐구하기 위해 내용이 되는 서사를 배제하는 식으로 둘 사이의 대립구도를 각인시켜 두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내용의 존재감은 꽤 크게 나타나는데, 많은 경우 픽션과 논픽션, 신화와 일상의 요소들을 뒤섞고, 작업 안에서 특유의 세계관을 구축해가곤 한다. 그러나 미술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일반적이고 친절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도록 순서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술의 방식은 무엇인가? 

이 전시 또한 하나의 메시지를 상정해두기보다는 ‘쓰기로서의 읽기’라는 문제의식과 ‘이야기의 여러 갈림길’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고요손, 김상소, 정주원 세 사람의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정주원 작가의 회화들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작가의 회화들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설렁거스 훈', 2023, 캔버스에 아교 템페라, 60x60cm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설렁거스 훈', 2023, 캔버스에 아교 템페라, 60x60cm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날씨와 시간감각', 2023, 세라믹, 15x12x2.7cm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날씨와 시간감각', 2023, 세라믹, 15x12x2.7cm ​[사진 김경아 기자]

정주원, 김상소 두 작가는 회화의 평면 위에서 서사적인 요소를 다룬다. 정주원의 작업은 주로 개인적인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그는 이야기를 ‘다 알려주지 않는’ 회화의 특성을 잘 인지하고 있기에 실제 서사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다양한 해석 가능성으로 열어둔다. 과거에 머물렀던 몽골이라는 장소는 일종의 환상적인 세계로 인식될 수 있지만, 다시 현실로 마주하면서 익숙함과 두려움이 교차된다. 계산적인 인간관계와 같은 예상치 못한 요인이 끼어드는 순간. 정주원은 바로 그러한 순간에서 파생된 단상들을 보여준다.

​김상소, '헤라클레스 Hercules', 2023, 나무패널, 유화, 아크릴, 린넨, 목탄, 2x3m [사진 김경아 기자]
​김상소, '헤라클레스 Hercules', 2023, 나무패널, 유화, 아크릴, 린넨, 목탄, 2x3m [사진 김경아 기자]

김상소는 소설을 회화와 전시의 문법으로 ‘번역’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가 이번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은 앤 카슨의 소설 『빨강의 자서전』은 ‘다시 쓴’ 신화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 당한 빨강 괴물 게리온에 관한 에피소드는 두 차례 다시 쓰였으며, 비극의 서사를 지닌 주인공으로 전환된 게리온은 풍부한 이미지의 자서전을 보유하게 되었다. 김상소는 다시 쓰인 게리온과 헤라클레스의 다면적인 캐릭터성에 주목하여 그들의 면면을 분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조합해 나간다. 

고요손, 'Michel2: Ink and love backup 2-5', 2023, 커튼, 알루미늄, 송풍기, 조명, 가변크기 ​[사진 김경아 기자]
고요손, 'Michel2: Ink and love backup 2-5', 2023, 커튼, 알루미늄, 송풍기, 조명, 가변크기 ​[사진 김경아 기자]

고요손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이었던 《미셸》(2021)에 대한 ‘다시 읽기'이자 '다시 쓰기’를 시도하여 일종의 속편이기도 한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지금까지 조각을 바라보는 것 이외의 감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하고 풍성한 방식을 실험해왔고, 그 일환으로 조각이 주인공이 되는 극을 만들어왔다.

전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