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은 6월 4일까지 《리처드 케네디: 에이시-듀시(Richard Kennedy: Acey-Deucey)》 전을 개최한다[사진 김경아 기자]
전남도립미술관은 6월 4일까지 《리처드 케네디: 에이시-듀시(Richard Kennedy: Acey-Deucey)》 전을 개최한다[사진 김경아 기자]

전남도립미술관은 6월 4일까지 《리처드 케네디: 에이시-듀시(Richard Kennedy: Acey-Deucey)》 전을 개최한다. 

미국 출신의 리처드 케네디(Richard Kennedy, 1985년 생)는 현재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다. 음악, 퍼포먼스는 물론 회화, 영상 등 다재다능한 작업을 펼치며 파격적인 예술 형식을 제시하는 청년 작가이다. 

전시명인 ‘에이시-듀시(Acey-Deucey)’는 작가의 아버지가 즐겨 하던 놀이의 이름이다. 아버지가 게임을 하고 있을 때의 모습과 하지 않을 때의 모습이 너무나 상반되게 다른 모습에서 인간이 하나의 모습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세상의 고정 관념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하고자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발레를 공부하여 서구의 ‘고급’ 문화를 익숙히 알고 있던 작가는 퀴어 아프리카계 미국인인다. 그의 작품은 흑/백, 남성/여성, 정신/육체, 스승/제자, 성공/실패, 사회/개인, 영속성/순간성 등 세상의 이분법적 고정관념과 가치 체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허물어 버리려는 시도이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방으로 구분되어, 각 방은 특성에 맞는 색상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검은 방'은 칠흑처럼 어두운 전시장을 배경으로 짙은 숲속을 거니는 느낌으로 연출되었다. 8개의 모니터에서 보여지는 퍼포먼스 영상은  작가가 베를린의 집집마다 버려진 크리스마스트리를 주워와 가상의 숲을 만들며, 각자의 삶을 기적을 만드는 과정으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모니터들은 알파벳 'o'와 'h'처럼 보이도록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감탄사 '오(oh)'인 동시에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낸 오하이오(Ohio)를 의미하기도 한다. 

기적을 만드는 중, 8채널 비디오, 2023 [사진 김경아 기자]
기적을 만드는 중, 8채널 비디오, 2023 [사진 김경아 기자]
내게 기대, 린넨에 아크릴릭과 유채, 그물망, 360x382cm, 2022 (부분 이미지) [사진 김경아 기자]
내게 기대, 린넨에 아크릴릭과 유채, 그물망, 360x382cm, 2022 (부분 이미지) [사진 김경아 기자]

두 번째 '하얀 방'은 학교의 교실처럼 꾸며진다. 작가가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받았던 거친 훈육과 모멸감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고자 퍼포먼스를 행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장에 제시한다. 또한,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어떤 사람은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것과 추후 사회 권력 구조의 주요 요소가 이미 학창 시절부터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하얀 방'은 학교의 교실처럼 꾸며진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추후 사회 권력 구조의 주요 요소가 이미 학창 시절부터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김경아 기자]
두 번째 '하얀 방'은 학교의 교실처럼 꾸며진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추후 사회 권력 구조의 주요 요소가 이미 학창 시절부터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김경아 기자]

마지막 '장미빛 방'에서 리처드 케네디는 다채로운 회화 작품을 보여준다. 마치 놀이방처럼 아늑하고 또 조금은 독특하게 꾸며지는데, 흑백의 구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의 기쁨을 관객과 공유하는 장(場)이다. 캔버스 조각을 천처럼 엮은 직조 작업을 선보이는데, 자신의 '망친' 작업을 잘라서 재구성한 것이다.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한 컬러 팔레트로 제시되는 이번 전시는 관객을 예술품과 마주하는 순수한 기쁨으로 초대하는 동시에 본인의 삶을 작품에 투영하여 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이끌 것이다.

'장미빛 방'에서는 다채로운 회화 작품을 볼 수 있다. 놀이방처럼 아늑하고 또 조금은 독특하게 꾸며진다 [사진 김경아 기자]
'장미빛 방'에서는 다채로운 회화 작품을 볼 수 있다. 놀이방처럼 아늑하고 또 조금은 독특하게 꾸며진다 [사진 김경아 기자]
시리야, 마티카의 "토이 솔져"를 틀어줘, 린넨에 아크릴릭과 유채, 그물망과 알루미늄 프레임, 191x193cm, 2022 (부분 이미지) [사진 김경아 기자]
시리야, 마티카의 "토이 솔져"를 틀어줘, 린넨에 아크릴릭과 유채, 그물망과 알루미늄 프레임, 191x193cm, 2022 (부분 이미지) [사진 김경아 기자]

전남도립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