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 샵들 중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자립시스템을 갖춘 몇 안 되는 점포이다. 3인의 공동대표는 어떤 경영철학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녹여 독서링, 자석 고리 등 소품을 만드는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녹여 독서링, 자석 고리 등 소품을 만드는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알맹상점의 경영철학은 무엇인지.

무조건 껍데기는 벗기자는 것이고요. 하하.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유통업체만 좋은 일은 아닌지 가치를 중요시합니다. 식료품 원재료도 정말 비건인지 확인하고요. 더 나아가 다음 스텝까지 생각합니다.

그중 하나가 팜유가 든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죠. 팜유는 우리 주변의 음식, 화장품, 과자, 비누 등 정말 많은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죠. 그런데 생산 농가가 오랑우탄 서식지를 착취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형태의 생산구조로 되어 있기때문에 구매하지 않습니다.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아보카도 재배가 물 부족을 일으키기 원인이기 때문에 소비가 줄어든 것처럼요.

알맹상점에는 어느 곳보다 다양한 리필스테이션이 있다. 독일 비누 장인 가문 3대 후계자 엠마누엘 브로너가 미국 이주 후 설립한 브랜드에서 생산한 유기농 비건 제품 리필을 시범 보이는 이주은 공동대표. 사진 강나리 기자.
알맹상점에는 어느 곳보다 다양한 리필스테이션이 있다. 독일 비누 장인 가문 3대 후계자 엠마누엘 브로너가 미국 이주 후 설립한 브랜드에서 생산한 유기농 비건 제품 리필을 시범 보이는 이주은 공동대표. 사진 강나리 기자.

환경은 나이 불문하고 전 연령대가 공감하고 소통할 주제

상점의 이용자는 주로 어떤 계층인지.

처음 예상은 30~40대 주부가 많지 않을까 했는데 스님, 수녀님부터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해요. 연령대도 20~30대가 제일 많은 편인데, 10대 청소년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전 연령대에서 리필과 자원순환을 하러 옵니다.

다른 주제는 세대 간 격차가 있다는데 환경이란 주제는 나이를 불문하고 소통할 주제라는 걸 많이 느낍니다. 어린아이도 ‘지구가 아파요’라고 공감하고요. 우리 세대가 환경 위기를 직면하겠지만 우리가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실천하면 조금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서울시 지원으로 수많은 제로웨이스트 샵이 생겼다가 대다수 문을 닫았다.

속상합니다. 지원 사업에 저희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어요. 그때 ‘이렇게 하면 자원이 끊겼을 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 상권도 보호해야지 신규사업만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죠.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절충안으로 기존 사업자도 일부 지원하게 되었죠.

저희도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집 근처에 가게가 있어서 누구나 산책 삼아 가서 실제 구매도 하고 체험도 해야 수익이 나고 지속 가능한데 관심만으로 이 사업구조가 지속 가능하진 못합니다. 언론 인터뷰나 보도가 되어 홍보가 되더라도 시민들은 ‘맞아, 여기에 있었네. 다음에 가봐야지’하는데 그 간격까지 살아남아 버티는 것이 굉장히 힘듭니다. 막상 가보면 없어진 경우가 점점 많아졌어요. 게다가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언론의 환경이슈 보도가 줄고 시민 관심도 줄었어요. 요즘은 지출을 줄이는 추세이니까요.

집 근처 어디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는지 찾으려면?

다음 포털사이트에 ‘대동여지도’라고 제로웨이스트 샵 위치와 자원순환 관련해 어떤 것을 모으고 있는지 표시한 정보 지도가 있어요. 우리 알맹상점 누리집에도 지도와 정보가 링크화되어 있고요.

매장 한 켠에 마련된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 가정에서는 분리수거가 되지 않지만 재활용 할 수 있는 물품을 직접 분리하여 모은다. 사진 강나리 기자.
매장 한 켠에 마련된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 가정에서는 분리수거가 되지 않지만 재활용 할 수 있는 물품을 직접 분리하여 모은다. 사진 강나리 기자.

알맹상점은 어떻게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들었는지 경영노하우를 공개할 수 있나?

물론이죠. 지금도 손님의 반 이상이 제로웨이스트 샵 사업에 대한 관심으로 물건 공급처를 묻곤 하시죠. 초창기에는 개별적으로 알려드리다가 요즘은 사업설명회를 열고 자문과 강의, 학교와 기업에서 환경 교육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무포장 물건을 들여오려면 어떤 상품은 100개 이상, 50 kg이상 구입해야 하고 화장품도 개별상품이 아니라 벌크로 들여오려면 최소 수량이 있죠. 그래서 2021년 2월부터 도매몰을 운영해서 소규모로 필요한 상점들에 공급하고 있어요.

알맹상점은 2개 매장에 직원을 고용하는데.

일이 많아지고 손님이 늘어나면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많아서 체험을 못했다거나 방법을 묻지 못해 리필을 못했다고요. 그래서 알짜분(알맹이만 찾는 분)이라고 동참하는 활동가에게 물건포인트를 지급하면서 주말에 1~2시간 만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월급을 줄 수 있는 구조가 되어 1~2명을 고용했죠. 그중에는 주 5일이 아니라 친환경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주 2~3일만 일하겠다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데 점점 바빠지고 도매몰을 운영하다보니 포장 등 여러 면에서 인력이 필요했어요. 서울시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6개월 인턴십 채용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식구가 늘었어요. 그렇게 6개월간 일하다가 친환경 분야에서 보람을 찾고 더 일하겠다는 청년들을 고용 승계해서 꾸준히 일하고 있죠. 지금은 2곳에 7명이 함께합니다.

서울역에 2호점을 개설했는데

옥상정원에 터를 마련했어요. 한화에서 서울역사를 운영을 하는데 옥상정원에 환경관련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가 우리 상점을 소개받았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2021년 7월에 서울역점을 개설하게 되었죠.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 최근 반려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견, 반려묘를 위한 제품도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 최근 반려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견, 반려묘를 위한 제품도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지금 새로 추진하는 친환경 콘텐츠가 있다면.

다회용품 커피차를 시도하고 있어요. 연예인뿐만 아니라 요즘은 대학교 축제나 회사, 소규모 모임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어요. 그런데 업체에서 일정 금액, 일정 인원 이상이 되어야만 다회용품을 쓸 수 있다고 하니까 할 수 없이 포장 도시락으로 대체하는데 결국 설거지를 할 수 없으니 쓰레기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회용품 커피차가 가능한지 시범으로 진행했어요. 첫 케이스가 방송인 줄리안 씨와 배우 임세미 씨였어요. 우리 상점 이용자이기도 하고 쓰레기 문제, 환경 정책변화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 고마워서 제안을 했더니 흥쾌히 하자고 하시더군요.

다회용품 커피차와 관련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

가장 문제되는 설거지는 사용한 컵을 세척해서 밀폐해 보내주는 업체를 이용했어요. 현실적으로는 차량렌트비가 가장 부담이 되더군요. 그런데 차량만 있으면 할 수는 있겠다는 게 우리 3인 공동대표의 결론이었어요. 앞으로도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맞춰 보다 친환경으로 실현할 방법을 계속 모색할 겁니다.

환경문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의 지지. 사진 강나리 기자.
환경문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의 지지. 사진 강나리 기자.

시민에게 이것만은 친환경 소비를 하자고 권하고 싶은 아이템은?

일상생활용품이에요. 대나무 칫솔, 고체치약, 천연수세미처럼 계속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물품을 바꿔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특히, 주방세제나 세탁세제 리필을 하고 나면 훨씬 저렴해서 이용 후 뿌듯함이 크다고 하세요. 덕분에 또 다른 용기를 낼 수 있다고요. 그렇게 리필을 하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면서 ‘탄소실천포인트’도 적립할 수 있으니 1석 2조이기도 합니다.

탄소실천포인트로 소비자는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

지난해 5월부터 환경부와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제도인데 포털사이트에서 ‘탄소실천 포인트’를 검색해서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회용컵을 사용하거나 리필을 하면 하루 2,000원씩 포인트가 쌓여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요. 주로 대기업 몰의 앱과 매칭되어 있고, 소규모 리필스테이션 상점과는 포스기로 매칭되어 있는데 관리상 어렵다고 확대하지 않고 있어요. 가끔 시스템이 좀 불안정해서 누리집 로그인이 안 될 때도 있고, 페이백 적립 시기도 자주 변동이 생기고 있어요. 하지만 올해도 지원되는 사업분야를 확대했으니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혜택을 누리면서 친환경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알맹상점에는 친환경 제품 구매뿐 아니라 친환경 체험과 무료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도 다양하다. 사진 강나리 기자.
알맹상점에는 친환경 제품 구매뿐 아니라 친환경 체험과 무료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도 다양하다. 사진 강나리 기자.

정부나 지자체에 친환경 관련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1회용컵 보증제 시행이 자꾸 밀리고 있어요. 재작년과 작년 시행시기가 두 차례 밀렸다가 1년 간 권고사항으로 전환되고, 시행지역은 전국에서 대전과 제주로 축소되었죠. 그러다 보니 왜 우리 지역만 하느냐고 반발도 생기고요. 100곳 이상 매장이 있는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직접 대상인데 일부에서 매장을 일부러 99개까지만 운영하는 꼼수도 있다고 해요.

무엇보다 전면 시행을 앞두고 다회용컵 제공업체와 계약을 했던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계약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실제 시행하면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퇴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한다.

관심은 있는데 무엇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시도가 어렵습니다. 먼저 내가 1회용품을 쓰는 게 당연하지 않다고 선언하고 산책 삼아 나가서 음식 한 가지를 가져간 용기에 담아오는 ‘용기내’를 해보면 좋겠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시도하는 용기를 내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