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망원시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샵 알맹상점 망원 본점. 사진 강나리 기자.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망원시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샵 알맹상점 망원 본점. 사진 강나리 기자.

전통시장 먹거리가 많은 데이트 명소로 알려진 망원시장에서 5분 거리에 친환경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 망원 본점’이 있다. 본래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출발해 현재 서울역 옥상정원에 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 3층 상점의 문 앞에는 “당신의 용기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반기고, 안에 들어오면 “오늘도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바리바리 챙겨서 3층까지 으싸으싸 올라오시느라 힘드셨죠? 시원한 웰컴 티 텀블러에 담아드릴게요”라는 글이 기분 좋게 한다.

알맹상점 입구에는 환경에 관심을 갖고 방문한 이들을 응원하는 문구가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알맹상점 입구에는 환경에 관심을 갖고 방문한 이들을 응원하는 문구가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고 방문한 이들을 대하는 진심이 엿보이는 이곳의 특징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 구매뿐 아니라 실리콘처럼 집에서는 분리수거가 불가능한 것도 수거하고, 각종 친환경 실천 체험, 다양한 혜택을 받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목요일과 금요일 예약을 하면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이 가능하다. 잘게 조각낸 플라스틱으로 S자 고리, 독서 링, 자석 고리 등 예쁜 소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

17일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3인의 공동대표 고금숙, 양래교, 이주은 씨 중 막내인 이주은(33) 대표를 인터뷰했다.

알맹상점 3인의 공동대표 중 막내인 이주은 대표. 사진 강나리 기자.
알맹상점 3인의 공동대표 중 막내인 이주은 대표. 사진 강나리 기자.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5년 전에 미니멀 라이프를 제 생활에 접목해보자고 짐 정리를 하는 데서 출발했어요. 첫 번째로 옷을 정리하다가 내 집에서는 깨끗하게 버려지는데 폐기물 옷들이 쌓여 있는 걸 보니 정말 제대로 재활용이 되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정보를 찾다 보니 합성섬유로 인해 플라스틱이 생기고 그게 음식으로도 먹게 된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집에 있는 용기를 가져가 식재료나 음식을 담아오기도 하고 쓰레기 줍기도했어요. 혼자 하다보니 거절도 많이 당하고 나중에는 지치더라고요.

알맹상점 3인의 공동대표는 어떻게 만났는지.

플라스틱 관련 포럼에서 고금숙 대표님을 만났죠. 남편과 데이트코스로 자주 가던 망원시장 인근 사는데 ‘용기내 캠페인(포장용기를 직접 가져가 물건만 사오기)’을 전개하고 있고, 함께 동참할 캠페이너(활동가)를 찾는다고 하시더군요.

전 당연히 그런 캠페인은 시에서 주관하는 줄 알았는데 개인이 한다는 걸 알게 되어 지원했어요. 양래교 대표님도 캠페이너 2기로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망원시장 한켠 1평 무인샵으로 시작하다

첫 출발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지역 내에서 자발적인 모임으로 20여 명이 활동하면서 우리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어요. 그때 용기내 장보기를 실천해봐도 쓰레기 총량이 크게 줄지 않는 걸 보고 살펴보니까 공산품 관련 쓰레기가 많았어요. 샴푸, 주방세제는 물로 칫솔 하나도 케이스가 있잖아요. 이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 망원시장 낸 상인의 집 카페에서 1평을 할애해 주었죠.

거기서 세제 리필스테이션, 대나무 칫솔, 플라스틱 대안 상품들을 무인숍 형태로 운영했어요. 그때는 사업자도 아니고 그냥 제품 원가에 택배비를 포함한 금액으로 판매해 수익을 내진 않았어요. 공부하는 셈이었죠. 2주에 한 번씩 공간을 살펴보고 손님이 있으면 설명도 하곤 했죠. 그러다 2019년 겨울쯤 그 공간을 빼달라는 연락을 받았죠.

큰 위기였겠다.

맞아요. 당시 남아있는 세제나 상품으로 활동가끼리 1/N해서 나누고 끝내고 캠페인 활동만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희 세 사람은 이런 공간이 정말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우리 망하더라도 한번 해 보자’라고 의견을 모았어요.

6개월 정도 준비해서 2020년 6월에 처음 문을 열었죠. 리필스테이션을 주력으로 했는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화장품까지 포함했어요. 화장품은 맞춤형 조제관리사 자격을 따야 했는데 초기 합격률이 7% 정도로 매우 어려운 시험이었죠. 꾸준히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을 해서 지금은 합격률이 조금 올라갔습니다. 지금 선크림, 로션, 토너 등 다양한 화장품을 다루고 있어요.

(위) 다양한 화장품 리필스테이션. (아래)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 리필스테이션. 사진 강나리 기자.
(위) 다양한 화장품 리필스테이션. (아래)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 리필스테이션. 사진 강나리 기자.

이름을 ‘알맹상점’으로 한 이유는?

아마 이름 후보가 3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직관적으로 ‘껍데기를 벗기고 진짜 알맹이만 가져가는 가게였으면 한다’라는 우리의 취지가 딱 들어맞아서 선택했어요.

혼자서 재활용할 수 없는 물품 모으는 ‘커뮤니티 회수센터’,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 공간 마련

알맹상점 만의 독특한 코너나 체험 공간이 있다면.

‘커뮤니티 회수센터’라고 해서 자원순환을 할 수 있는 물건을 받고 포인트를 부여합니다. 그냥 배출하면 재활용이 안 되는 것 중 우리 상점이 받아서 재활용할 수 있는 품목을 추렸어요. 예를 들어 실리콘은 한국에서 재활용하는 데가 없어서 수출을 해야 하는 데 수출할 때는 톤 단위로 받기 때문에 창고가 필요하죠. 우리 가게에서 모아서 실리콘 만드는 업체랑 협업해 전합니다.

멀티탭이나 폐전선은 여러 재질이 섞여 있고 소각하면 유해물질이 나오는 제품이라 매립용 폐봉투를 따로 구입해 버려야 하는데 통상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있어요. 그걸 받아서 구리와 플라스틱을 추출하는 SR센터라는 곳에 보냅니다. 운동화 끈을 받아 파우치 끈으로 재활용하고 커피 가루를 모아 화분이나 연필로 만드는 데 보내기도 하고요.

10여 품목들인데 최근에는 보자기를 받고 있어요. 설이나 추석 명절에 포장용으로 보자기를 쓰는데 집에서는 딱히 재사용할 데가 없거든요. 저희는 그걸 받아서 작고 예쁜 장바구니, 과일바구니 등 새 제품으로 만들죠.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 코너에서 직접 플라스틱을 녹여 S자 고리, 독서 링 등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 코너에서 직접 플라스틱을 녹여 S자 고리, 독서 링 등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플라스틱 달고나 코너가 독특하다

사실 손바닥보다 작은 플라스틱은 선별이 잘 안 되어 그냥 매립, 소각하거나 이동 중 버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병뚜껑을 색깔별로 구분해 파쇄한 재료로 분류 작업, 녹여서 사출 체험을 하도록 했어요. 그런 소품을 사고 싶어하는 분도 있어서 직접 만들어보면 환경교육도 되고 플라스틱을 버릴 때 더욱 신중해지지 않을까 하는 취지입니다.

몇 년 새 1인 가구가 늘고 음식 배달이 늘면서 쓰레기가 더 많아졌다.

맞습니다. 특히, 대학교 주변 집들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고 청소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치킨, 피자 등 음식물이 든 채로 그냥 박스를 버리고, 배달 용기도 기름 묻는 게 싫다고 그냥 버려 제일 골치 아프다고 해요. 씻어서 버리기만 해도 되거든요. 배달 용기에 붙은 비닐도 떨어지지 않으면 함께 버려도 됩니다. 물론 플라스틱 단독보다 품질이 떨어지지만 재활용은 가능해요. (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