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명의 조합원이 모여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제로웨이스트숍 ‘감탄상회’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조용한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숍 '감탄상회' 대표 조양민 씨. 감탄상회는 20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이다. 사진 강나리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숍 '감탄상회' 대표 조양민 씨. 감탄상회는 20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이다. 사진 강나리 기자.

비건 샌드위치와 커피, 차를 즐기는 작은 카페를 겸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자,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고 환경에 관해 공부하며 서로의 관심과 실천에 박수로 응원하는 소통공간이다.

조양민 감탄상회 대표는 “주민들과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자 했는데 이 공간에서 주민들의 ‘골목 반상회’가 활성화되었어요. 처음에는 저희가 주축이 되었지만, 나중에는 주민들이 환경의 필요성도, 재미도 느끼면서 주도적으로 ‘우리가 뭔가 해 보자’며 활동했죠. 그 활동이 올해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선정되었어요”라고 했다.

감탄상회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2월이지만, 출발은 10년 전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학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가르쳐 주자”고 마음을 모은 이들이 전개한 ‘숲속 도서관’부터라고 한다. 지난 20일 조양민 대표를 만나 숲속도서관과 감탄상회를 운영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은 어떤 일을 하다가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건축 설계를 쭉 해오다가 늦둥이로 둘째를 낳으면서 잠시 쉬는 기간이 있었어요.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다니다 보니 동작구에 있는 도서관에서 지역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게 도서관 운동으로, 다시 친환경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주민들의 소통 공간인 카페와 제로웨이스트숍 공간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주민들의 소통 공간인 카페와 제로웨이스트숍 공간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산속에 컨테이너를 활용해 작은 ‘숲속도서관’을 열게 되었다고.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인성 수업을 진행하던 저와 선생님들이 ‘도서관에서 하는 활동은 한정된다. 좀 더 많은 아이와 만나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우리만의 공간을 찾자’라고 의기투합했죠. 하지만 구청 등 여러 곳을 다녀봐도 쉽게 공간이 나오지 않더군요.

포기할 때쯤 한 분이 숭실대와 중앙대 사이 작은 산의 숲에 버려진 컨테이너를 발견했어요. 구청 녹지과에 연락하니 창고로 쓰던 곳이라고 했는데 담당자께서 우리가 그곳에 도서관을 만든다고 하니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라며 적극적으로 도왔죠. 재능기부도 받아서 도서관을 만들었어요. 아마 세상에서 제일 작은 도서관일 겁니다.

숲속도서관 활동이 어떻게 제로웨이스트숍까지 연결되었나요?

숲속도서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책과 노니는 텐트’인데 텐트를 설치하고 그 안에서 책도 읽어주고 숲 체험도 진행했어요. 나무와 놀면서 생태와 환경, 문화예술과 관련된 체험활동을 하면서 인성을 다독여주려고 한 것이죠. 이 프로그램이 유명해져서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인원을 받을 수 없어 아이 6명을 신청받았는데 100명 이상 지원해서 깜짝 놀랐어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환경이 너무나 중요하다. 우리만 이렇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도심에서 주민들과 섞여서 친환경 활동을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제로웨이스트숍 추진까지 하게 되었죠.

감탄상회의 상품선정, 메뉴, 운영방식, 인테리어 모두 조합원들의 아이디어로 이루어졌다. 친환경 제품 전시 공간은 옛 '책가도'를 모티브로 조양민 대표가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감탄상회의 상품선정, 메뉴, 운영방식, 인테리어 모두 조합원들의 아이디어로 이루어졌다. 친환경 제품 전시 공간은 옛 '책가도'를 모티브로 조양민 대표가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1년 가까이 회의를 거쳐 협동조합 형태로 제로웨이스트숍을 냈다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면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재미있게 해 보자’고 서로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메뉴 하나, 상품 하나 선정하는 것, 인테리어도 의견을 모았죠. 여기 상품 전시공간은 책가도에서 힌트를 얻어 제가 설계했는데 훌륭하다고 모두 칭찬하시더군요. (하하)

전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각자 생각이 다르니 의견을 일치하는 게 어려울 때도 있지만 열정 넘치는 협조로 진행했죠. 2021년 12월에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22년 1월 사업허가를 받아 시작할 수 있었죠. 컨설팅을 받을 때 협동조합으로 20명은 매우 많은 인원이라고 해서 이후에는 정회원으로 참여하게 했어요.

왜 이름을 감탄상회로 했는지.

탄소를 감소시키는 상회라는 뜻이 있고, 여기에 찾아온 분들이 감탄했으면 해서예요.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매월 2차례씩 벼룩시장 알뜰장터도 진행하고, 자원순환 활동도 하고 있어 우유팩을 깨끗이 씻어오면 대나무 칫솔로 교환해주기도 하고요. ‘원데이 클래스’라고 친환경 샴푸나 비건샌드위치 만들기도 진행합니다. 아이들은 커피 찌꺼기로 커피클레이 체험을 하며 환경 관련한 동화책 읽기도 하죠. 인근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와서 교육도 받고 있어요. 오는 22일 ‘지구의 날’에는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조양민 대표는 오가는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게 감탄가게 앞에 마련한 휴식 공간에서 오는 22일 '지구의 날' 이야기를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조양민 대표는 오가는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게 감탄가게 앞에 마련한 휴식 공간에서 오는 22일 '지구의 날' 이야기를 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감탄상회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다고.

우리가 사회적기업을 지향하고 있어서 신청했는데 기대를 못 했어요. 개업한 지 6개월밖에 안 될 때라서. 그런데 숲속도서관 활동부터 진행해 온 과정이 인정받아 선정되었더군요. 무척 기뻤습니다.

숲속도서관에서도 환경교육을 본격적으로 했나봅니다.

환경‧생태교육도 하고 환경 관련 캠페인도 계속 했죠. 특히, ‘별 헤는 숲’이란 콘텐츠는 한밤중에 음악회와 연극을 열고 마지막에는 텐트에서 캠핑하면서 밤의 숲을 느끼는 프로그램이에요. 누구 한 사람은 강의하고 누구는 듣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환경의 가치를 전달했죠.

우리가 밤에 연극을 하려면 깜깜해야 되는데 도심의 불빛이 밝으면 방해를 받게 되고 아이들은 빛 공해에 대해 알게 되죠. 자연을 느끼면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흘리는 겁니다. 또, 비건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냥 고기 한 번만 줄여도 환경활동가다. 환경을 생각하는 거다.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알려주고요.

재작년에 이 콘텐츠를 서울관광재단에 냈는데 1등을 했어요. “이런 게 마을여행”이라고 심사위원들께 칭찬을 좀 들었죠. 우리 나름대로 기획하고 실현했는데 선정되니까 ‘아! 우리가 맞구나’하면서 방향성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자부심도 느꼈어요.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을 듯합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이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걸 실천해보는데 주민들과도 방향성이 맞으니 같이 동참하시는 것이죠. 저희는 그런 반응을 보면서 또 즐겁고 보람을 느낍니다.

감탄상회의 핵심적인 경영철학은 무엇인지

한 명의 100% 완벽한 환경활동가보다 부족하더라도 10%, 20%의 불완전한 100명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제로(zero)웨이스트라기 보다는 레스(less)웨이스트라고 할 수 있겠죠. 환경운동에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면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 ‘나는 완벽한가?’라고 자신에게 질문했지만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턱을 낮추자고 했죠. 그래야 주민들도 쉽게 접근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신나고 재미있어야 남에게도 권할 수 있고, 지치지 않아야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감탄상회는 프린터기와 프로젝트빔, 얼음 등을 대여하고 나누는 공유사업을 하고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감탄상회는 프린터기와 프로젝트빔, 얼음 등을 대여하고 나누는 공유사업을 하고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감탄상회에서 하는 특별한 사업은?

공유사업입니다. 프린터기와 프로젝트 빔을 무상으로 대여하고, 공유 서재도 운영하죠. 참 얼음도 무상으로 드려요. 1인 가구가 많은데 냉장고 얼음이 쉽게 얼지 않는다고 해요. 또 얼음이 급히 필요할 때도 있잖아요. 숲속도서관에서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텐트와 보드게임도 공유합니다.

이곳을 찾는 분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친환경 상품이 있다면.

제가 가장 애용하는 것은 시중에 많이 있는 건데 텀블러를 세척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수세미예요. 디자인과 성능이 신박하더군요. 그리고 무해한 성분으로 감탄비누 셋트를 개발했는데 ‘씩씩한 시금치 비누愛 감탄’ ‘상큼한 귤진피 비누愛 감탄’, ‘어여쁜 어성초비누愛 감탄’이라고이름도 우리끼리 모여 신나게 아이디어를 내서 선발했고, 우리 상회 이름으로 나온 첫 상품이라 특별히 소중합니다. (하하)

감탄상회의 이름으로 첫 출시한 '감탄비누'와 제로웨이스숍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수세미. 사진 강나리 기자.
감탄상회의 이름으로 첫 출시한 '감탄비누'와 제로웨이스숍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수세미. 사진 강나리 기자.

감탄상회의 경영 목표나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지요?

아직 조합원 강사, 활동가들의 반 재능기부로 운영이 됩니다. 수익이 많지 않지만 안정된 환경에서 정당한 대가를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 목표입니다. 또, 환경을 매개로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여성 활동가들이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목표로는 ‘별 헤는 숲’ 콘텐츠를 더 활성화에서 가을에는 조금 다른 형태로 숲을 향유하며 환경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가 지속가능한 ESG경영을 위해 기업과 시, 구에 용역을 준다고 합니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경을 위한 시스템, 인프라를 갖추는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한 가지 예로 저희도 자원순환 활동을 하는데 모아온 우유팩 등을 둘 공간이 별로 없어요. 거점이 곳곳에 있어야 하는 데 많지 않아 수레로, 차로 이동해야 하죠. 수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제로웨이스트 등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논의 자리에 불러주었으면 하는데 어느 곳도 불러주는 곳이 없네요.

그 외에 그린포인트(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적용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만 적용되고, 제로웨이스트숍과 같은 중소업체에는 적용이 안되는 문제도 해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 개인적인 사명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뭔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하나씩은 좀 남기고 갔으면 합니다.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말을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공감합니다.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만큼 뭔가 좀 되돌려주고 조그마한 거라도 실천하며 함께 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렇게 조금씩 남기면 우리 후세대들은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