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전시실이 새롭게 단장하거나 새로 개관해 관람객들의 호기심과 즐거움을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 27일 새롭게 단장한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국보)을 비롯해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 총 45건(국보 3건, 보물 6건 포함)을 전시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12일부터 신라 불교조각을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실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함순섭)은 지난 15일 박물관 소장 도서를 일반 관람객이 열람할 수 있는 ‘박물관 안 도서관, 신라천년서고’를 개관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새롭게 단장한 <과학문화실> 첫 선

과학문화실 전경[이미지 국립고궁박물관]
과학문화실 전경[이미지 국립고궁박물관]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 27일 새롭게 단장한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의 첫 선을 보이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국보)을 비롯해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 총 45건(국보 3건, 보물 6건 포함)을 전시한다. 

새롭게 단장한 <과학문화>실은 ‘관상과 수시’라는 주제 아래 어려운 과학문화유산의 의미와 작동원리 등을 쉽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1부 ‘조선 국왕의 통치 이념과 천문’ △2부 ‘조선왕실의 천문 사업’ △3부 ‘조선의 천문의기’ 총 3부로 구성했다. 

먼저, 1부 ‘조선 국왕의 통치 이념과 천문’에서는 국왕의 임무 가운데 으뜸인 ‘관상수시’가 국가 통치 이념이자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 주요 유물로는 강우량 측정 기구인 <창덕궁 이문원 측우대>(국보), 고대부터 왕권의 상징물이던 천체관측기구 <혼천의>, 통치자를 상징하는 북두칠성과 28수 별자리를 새긴 <인검> 등이 있다. 

2부 ‘조선왕실의 천문사업’에서는 조선 왕실에서 추진한 천문 관련 사업과 그 결과물로 편찬된 여러 역서를 소개한다. 주요 유물로는 천문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설치했던 관서인 관상감 관련 유물과, 천문학서인 <천문류초(天文類抄)>, 역서인 <칠정산 내편>, <칠정산외편>, <내용삼서(內用三書)>, <대통력>, <시헌서> 등이 있다. 역서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중요한 일정 등을 적어 놓은 흔적도 찾을 수 있으며, 1772년 어느 관원이 사용했던 <시헌서>를 다룬 정보영상 등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도 제공한다.

3부 ‘조선의 천문의기’ 에서는 관상수시에 사용했던 천문기기를 종합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주요 유물로는 천체관측기구인 <일성정시의>, <소일영>, <혼천의>, 각종 시계인 <앙부일구>, <지평일구>,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보물) 등이 있다. 특히 현재까지 완형이 남아 있지 않은 <자격루>의 부속품인 항아리, 부표, 주전 등의 유물을 만나볼 수 있고, 참여형 영상을 통해 경복궁과 창덕궁·창경궁에 설치된 여러 기구의 위치와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과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별도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이 숫자를 눌러보며 각석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실 입구에 ‘숫자로 만나는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참여형 정보영상을 마련했으며, 전시실 내부에서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각석의 내용과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실감영상과 각석 투사영상을 상영한다.  

이번 개편에서는 어려운 유물의 이해를 도울 다양한 정보영상과 혼천의, 측우대, 앙부일구, 자격루의 수수호 등 4개의 유물 촉지 모형을 만져볼 수 있는 ‘손끝으로 만나는 조선의 과학문화’, ‘큰 글씨 안내물’ 등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의 편의를 높였다. 또한 측우대에서는 빗소리를, 자격루에서는 시각을 알리는 북·종소리를 들으며 전시 유물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도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불교조각실’ 개편

전시 포스터[이미지 국립경주박물관]
전시 포스터[이미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12일부터 신라 불교조각을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실을 선보이고 있다. 신라 불교미술은 신라 능묘, 월지와 더불어 국립경주박물관이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테마로, 이번에 신라미술관 1층에 새로 마련한 불교조각실은 신라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불교조각 57건 70점(국보 1건, 보물 2건)을 전시한다.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색채와 장식을 최소화한 공간을 조성했으며, 노출 전시로 조각상이 지닌 조형성과 에너지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신라 불교조각의 아름다움과 시각적 다채로움이 역사, 전설, 정토라는 개념 위에서 펼쳐지도록 구성했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불교의 힘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믿음, 신라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와 위안을 주고 전설이 된 부처와 보살 이야기, 불교적 이상세계인 정토가 전하는 희망과 위안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 연출에서는 전시품을 다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조각의 입체성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기존의 정면 위주의 배치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 주변에 충분한 공간을 두어 360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유로운 관람 동선으로 관람객들이 조각 사이를 거닐며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전시실에는 다섯 편의 영상을 상영한다. 도입부 이차돈 순교비에는 디지털 맵핑 영상 ‘이차돈-꽃비 내리는 길’을 20분마다 상영해 불교 공인의 계기가 된 사건을 한층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전시실 로비에는 촉각 전시를 조성했다. 불교조각실의 대표 전시품인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과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의 축소 모형을 점자 설명문과 함께 배치했다. 관람객이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전시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국립경주박물관, 박물관 안 도서관 신라천년서고 개관

신라천년서고 전경[이미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전경[이미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15일 박물관 소장 도서를 일반 관람객이 열람할 수 있는 ‘박물관 안 도서관, 신라천년서고’를 개관했다. 국립경주박물관 내에 위치한 신라천년서고는 과거 수장고로 사용하던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이용자 친화적인 도서관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공간이다. 

신라천년서고에서 이번에 공개하는 도서는 국내외 전시 도록과 신라 및 경주학 관련 도서들이다. 일반인들과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시 도록을 이번에 모두 공개하는 점에서 신라천년서고는 박물관 내 신라 역사‧문화 전문도서관으로서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신라 및 경주학 관련 도서는 ‘박물관과 신라 불교’, ‘문화재와 미술’, ‘고고학과 경주’라는 소주제로 별도로 배가했는데, 이 도서들은 박물관과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차별성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또, 국립경주박물관이 지금까지 발간한 모든 도서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신라천년서고의 가장 큰 매력은 큐레이터와 사서가 협업한 북큐레이션 공간이다. 신라천년서고의 북큐레이션은 특별전시 기간 전시실에서 얻지 못하는 전시품의 추가 정보를 관람객이 얻어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개관에 맞춰 신라천년서고에서는 오는 2023년 3월 5일까지 진행하는 특별전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 북큐레이션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특별전 전시품과 금령총관련 도서 30여 권을 배가하고 있는데, 이용자들은 큐레이터가 전시에서 하지 못한 또 다른 이야기를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천년서고의 개관 기념으로 음악공연 ‘박물관 속 보사노바산책’ 영상을 오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튜브로 송출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북토크와 같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신라천년서고에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