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 기술과 제품을 잇따라 복원에 성공함으로써 문화유산의 가치와 활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조선 후기 천문시계인 ‘혼천시계(통천의)’의 복원에 성공했다. 문화재청은 부여 나성(북나성) 발굴조사에서 나성 성벽의 축성공법을 확인하고 1월 4일 발굴현장을 공개했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1월 고대 제철기술 복원실험을 실시하고, 그 과정을 문화재청과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이에 앞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8월 목조건축물의 단청, 괘불, 사찰 벽화 등에 녹색안료로 자주 사용된 인공 무기안료 ‘동록(銅綠)’을 전통 제법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혼천시계’ 260여년 만에 복원

복원 홍대용 혼천시계/ 혼천의(左)와 자명종[이미지 국립중앙과학관]
복원 홍대용 혼천시계/ 혼천의(左)와 자명종[이미지 국립중앙과학관]

국립중앙과학관은 조선 후기 천문시계인 ‘혼천시계(통천의)’의 복원에 성공했다. 이로써 문헌으로만 전해졌던 ‘홍대용의 혼천시계’를 260년 만에 되살렸다. 

  이 혼천시계는 조선후기 북학파 천문학자 홍대용(洪大容, 1731-1783)과 호남의 과학자 나경적(羅景績, 1690-1762)이 지난 1762년에 창제한 기계식 천문시계이다. 이는 홍대용의 저서인 『담헌서(湛軒書)』「농수각의기지(籠水閣儀器志)」에 '통천의(統天儀)'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기록돼 있다.

혼천시계는 1438년 장영실의 ‘흠경각 옥루’ 발명 이래 1669년 송이영의 혼천시계로 이어지는 조선 전통의 천문시계이다. 특히 홍대용 혼천시계(통천의)는 중앙 정부가 아닌 전라도 나주목의 지방관청을 중심으로 실학자들이 공동 개발한 천문시계이다.

혼천시계란 물의 힘(수격식)이나 추의 힘(추동식)을 이용해 작동하는 기계장치를 혼천의(渾天儀)와 연결해 절기와 시각 등을 알려주는 천문시계를 말한다. 홍대용은 『담헌서』에서 혼천시계를 통천의(統天儀)로 명명해 불렀다.

홍대용의 혼천시계는 천체의 운행을 통해 날짜와 시각을 알려주는 혼천의(渾天儀)에 추의 힘으로 작동하는 자명종을 연결해 하나의 기계장치를 이루고 있다. 혼천의 안에 태양을 상징하는 태양진상(太陽眞象, 태양 모형)이 일 년의 절기와 하루의 시각을 알려주고, 달을 상징하는 태음진상(太陰眞象, 달 모형)이 음력 날짜를 알려준다.

홍대용의 혼천시계는 자명종의 추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1669년 제작된 송이영의 혼천시계를 계승 및 기계적 작동원리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과학기술사적 가치가 뛰어난 천문시계이다. 

복원 혼천시계의 혼천의 중심에는 당시의 세계지도를 나타내는 지평판(地平板)이 있는데, 국립중앙과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10여 개의 조선후기 고지도에서 지평판의 모형인 ‘천하도’를 채용했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에 복원 홍대용 혼천시계와 핵심 과학원리를 국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 전시품을 만들어, 현재 복원되어 실험 중에 있는 자격루의 동력 전달 장치인 주전(籌箭) 전시품과 함께 올 봄부터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여 북나성에서 백제의 우수한 토목기술 확인

부여 북나성 조사구역 전경[이미지 문화재청]
부여 북나성 조사구역 전경[이미지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부여군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부여 나성(북나성) 발굴조사에서 나성 성벽의 축성공법을 확인하고 1월 4일 발굴현장을 공개했다.

부여 나성은 사비도성 북쪽과 동쪽의 자연지형을 이용해 부여 시가지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길이 6.6㎞의 성곽이다.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체계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성벽, 치, 문지, 건물지 등이 확인돼 백제 사비도성의 경계와 방어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조사는 부여 나성의 북쪽(북나성)에서 부소산성과 이어지는 구간의 성벽 현황과 축조양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진행했다. 조사결과 북쪽 출입시설(북문지)과 상태가 양호한 약 60m의 성벽이 확인됐다.  특히 부여 나성에서는 처음으로 성벽 안쪽(토축부)의 평면조사를 실시해 10개의 구역으로 구분된 성토의 흔적(규모 약 3.5~18.3m)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는 사비도성 북동쪽의 방어를 담당하는 북나성의 축조방식, 특히 가증천 제방(둑)에 연접한 성벽의 축조방법을 확인해 백제의 우수한 토목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추진단은 부여군과 함께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유적의 진정성 있는 정비와 관리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며, 부여 나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지원하여 백제 사비도성의 본모습을 밝히고, 나아가 백제왕도의 실체를 복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고대 제철기술 복원실험 실시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11월 17일 연구소 내 제철기술 복원실험장에서 고대 제철기술 복원실험을 실시하고, 그 과정을 문화재청과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이번 제련실험에서는 백제의 제련로(製鍊爐)인 충주 칠금동 제철유적 31호로를 모형으로 해 제작한 실험로에서 철광석과 숯을 넣고 불을 피워 괴련철(塊鍊鐵)을 생산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2개의 송풍관을 사용한 실험으로, 송풍관의 개수가 철 생산 효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함께 쇳물을 거푸집에 넣어 철부(쇠도끼)를 만드는 주조실험도 실시된다. 이번 실험에서는 형태가 비교적 온전하게 확인된 경주 황성동유적 가마를 참고해 제작한 용해로에 쓰다가 버려진 가마솥을 녹여 쇳물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용도가 불분명했던 추정 ‘출탕구’의 사용 방법과 거푸집에 철물을 넣는 방식 등을 밝혀냈다.

복원한 환두대도[이미지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복원한 환두대도[이미지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또한 지난해 10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유튜브로 공개한 <복원된 백제 기술로 태어난 ‘환두대도’>의 제작품을 전시해, 철 생산에서 철기 제작까지 백제인의 수준 높은 제철기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 전통 안료 ‘동록(銅綠)’ 복원 성공

전통 인공 무기안료 동록의 원료와 재현 안료[이미지 국립문화재연구원]
전통 인공 무기안료 동록의 원료와 재현 안료[이미지 국립문화재연구원]

이에 앞서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목조건축물의 단청, 괘불, 사찰 벽화 등에 녹색안료로 자주 사용된 인공 무기안료 ‘동록(銅綠)’을 전통 제법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동록은 천연 또는 인공적으로 구리가 산화돼 만들어진 녹색안료인데, 전통적으로도 구리 및 구리합금을 인공적으로 부식시킨 후 분말 형태로 제조하여 썼다. 연잎처럼 짙은 녹색을 띠어 ‘하엽(연꽃의 잎)’으로도 불리며,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주로 천연 광물인 녹염동광 또는 인공 화합물인 염화동으로 식별되는 터라 천연 안료인지 인공 합성안료인지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국립문화재연구원은 한·중·일 고문헌을 연구해 동록의 명칭과 제조 방법을 찾아내 동록을 재현하고, 재료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오랜 동안 전통 단청, 괘불, 사찰 벽화, 조선시대 초상화 등 다양한 채색 문화유산에 높은 비중으로 두루 사용돼 온 하엽 색상의 안료인 동록의 물질을 정의하고 그 특성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불어 단절된 동록 제조기술까지 확보함으로써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동록 안료의 제법 재현 연구를 정리해 관련 학계에 발표하고 제조기술 특허출원과 기술이전, 종합보고서 발간 등 단계적으로 자세한 연구 성과를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