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전통 문화유산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향기로운 전시가 마련된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함순섭)은 오는 2023년 3월 5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금령金鈴, 어린 영혼의 길동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관이 출토된 능묘 중 가장 작은 무덤, 허리춤에서 출토된 금령(금방울) 때문에 〈금령총〉이라는 이름을 얻은 신라 능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3일 새롭게 단장한 ‘청자실’을 공개했다. 이번에 개편한 청자실은 지난 해 2월 개관한 분청사기ㆍ백자실의 후속이자 상설전시관 3층 도자공예실의 완결로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작년 11월 선보인 ‘사유의 방’에 이어서 청자실이 국립중앙박물관의 두 번째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금령金鈴, 어린 영혼의 길동무'

특별전 포스터[이미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포스터[이미지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관장 함순섭)은 오는 2023년 3월 5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금령金鈴, 어린 영혼의 길동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관이 출토된 능묘 중 가장 작은 무덤, 허리춤에서 출토된 금령(금방울) 때문에 <금령총>이라는 이름을 얻은 신라 능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의 금령총 재발굴 성과 집약 금령총은 일제강점기 22일 만에 조사를 완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충실한 발굴보고서가 발간돼 이후 신라 적석목곽묘(돌무지덧널무덤)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처럼 중요한 유적을 새롭게 조망하고자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발굴을 진행했다. 재발굴 결과, 금령총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지름 30여 m의 무덤임이 밝혀졌다. 또한 호석 밖에서 출토된 제기祭器(제사에 쓰는 그릇)와 공헌물, 이를 담은 큰 항아리 등을 분석해 당시 제사의 모습도 복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사 성과를 총정리해 특별전에서 소개하고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유적의 가치를 새롭게 밝혔다.

금방울(6세기 초, 지름 1.4㎝)  [이미지 국립경주박물관]
금방울(6세기 초, 지름 1.4㎝) [이미지 국립경주박물관]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 ‘금령총,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1부 ‘1924년: 금령총, 세상에 드러나다.’ △2부 ‘내세로의 여정을 같이하다.’ △3부 ‘2018년: 금령총, 다시 들여다보다.’ △에필로그 ‘재발굴이 가져온 1,500년 만의 만남’ 등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했다.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금령총 이야기” 특별전도 함께 선보인다. 그간 금령총 조사연구를 집약한 이번 특별전과 함께 국립경주박물관은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박물관 특별전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 도 동시에 개막한다. 내년 4월 16일까지 열리는 이 특별전에서는 금령총에서 출토된 대표 유물 5개를 미취학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금령총에서 출토된 말을 탄 사람 모양 주자가 안내자가 되어 금령총 안으로 따라 들어가 여행하는 이야기로 도중에 배 모양 그릇, 금관과 금허리띠, 금방울까지 4개의 껴묻거리 보물 친구들을 만나며 신라인들이 생각했던 무덤 속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전시 동선에 따라 금령총 여행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어린이 관람객이 여행자가 되어 몰입하여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새 단장 마친 청자실 안에 대표 문화공간 ‘고려비색’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상형청자들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상형청자들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3일 새롭게 단장한 ‘청자실’을 공개했다. 이번에 개편한 청자실은 지난 해 2월 개관한 분청사기․백자실의 후속이자 상설전시관 3층 도자공예실의 완결로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작년 11월 선보인 ‘사유의 방’에 이어서 청자실이 우리 관의 두 번째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고려(918-1392)가 10세기 무렵 당시 최첨단 제품인 자기 제작에 성공한 것은 생활 문화 전반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 혁신적인 계기가 됐다. 고려인은 불과 150여 년 만에 자기 제작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고려청자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재인 고려청자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청자실은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와 <청자 참외모양 병>(국보) 등 국보 12점과 보물 12점 등 2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개편의 특징은 고려청자가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비롯해 제작기법과 실제 쓰임새, 그리고 자기 제작의 시작과 완성이라는 문화사적 의의도 주목했다는 점이다. 또한 그동안 청자실에 전시되지 않았던 초기 가마터를 비롯한 중요 가마터 출토 청자 조각 등 여러 자료를 활용해 고려청자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보여주려 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청자실 안에 특별히 마련한 ‘고려비색’ 공간이다. 이곳은 고려 비색청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몰입형 감상공간이다. 

비색翡色청자란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취색을 띤 절정기의 고려청자를 말한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1091-1153)이 1123년 고려를 방문한 후 남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당시 고려인이 청자 종주국인 송나라 청자의 비색祕色과 구별해 고려청자의 색을 비색翡色이라 불렀다고 기록됐으며, 서긍 역시 고려 비색청자를 극찬했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색은 오늘날에도 감탄의 대상이다. 월탄 박종화(1901-1981)는 그의 시 「청자부」에서 고려청자를 “가을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하늘 한 조각”과 같다고 노래했으며, 최순우(1916-1984)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하늘빛 청자」에서 고려청자의 비색을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맑은 하늘빛”에 비유했다. 이처럼 고려 비색청자는 한국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널리 인식됐다.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국보 '청자 칠보 투각무늬 향로'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국보 '청자 칠보 투각무늬 향로'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몰입형 감상공간인 ‘고려비색’에는 비색청자 중에서도 비색과 조형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상형청자 18점(국보 5점, 보물 3점 포함)을 엄선해 공개한다. 세계적인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상형청자 18점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박물관은 ‘고려비색’ 공간을 조성하면서 시각적 요소를 절제해 관람객이 전시품 감상에 몰입하도록 했다. 이곳에 들어서면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 ‘블루 셀라돈(Blue Celadon)’이 나직이 펼쳐진다. 이 곡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다니엘 카펠리앙(Daniel Kapelian: 오마 스페이스 팀원,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공동기획자)이 작곡했다. 몰입감을 선사하는 음악과 함께 상형청자의 뛰어난 조형성과 아름다운 비색에 온전히 빠져드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고려비색’ 공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과 마음의 평온이다. 미술사학자 고유섭(1905-1944)은 그의 저서 『고려청자』(1939년)에서 고려청자를 “화려한 듯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따뜻하고 고요한 맛이 있다”고 평했다. 이 특별한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비색 상형청자에 깃든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치 명상을 하듯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비색청자와 나 자신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예술적 감동의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한다.

이밖에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수집된 상감청자 조각들도 특별히 전시된다. 현재 조각으로는 남아있으나 완형의 예가 전하지 않는 유일한 것들이다. 이 상감청자 조각들에는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풍경 등 자연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희귀한 상감청자 무늬를 모티프로 삼은 서정미 넘치는 일러스트 영상 ‘자연을 즐기다’는 김영준 작가가, 자연의 일부같은 이끼 연출은 오수 작가가 담당했다. 

새롭게 탈바꿈한 청자실은 상설전시관 도각공예실 3층에 위치하며, 연중 무료 관람이다. 11월과 12월에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