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기획회의》(571)가 ‘2022 출판계 키워드 30’을 선정했다. 외부 편집위원이 현장에서 포착한 키워드를 여러 개 추천하고, 열띤 토론을 거쳐서 그중 30개를 선정했다. 올해는 K-콘텐츠의 세계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변화와 확장을 의미하는 키워드가 많았다.

키워드 30은 다음과 같다.

01. 세계를 강타한 K-콘텐츠 02. 출판과 OTT 03. 장애를 다룬 출판 04. 일상을 위로하는 소설 05. 상담사회와 공감의 출판 06. 그림책 독자의 확장 07. 북클럽과 독서플랫폼의 영향력 08. 논문과 출판 09. 퀴어문학의 약진 10.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출판 11. 창작도구 출판 12. 2030 여성이 만든 베스트셀러 13. 창작노동권 14. 개인창작자 출판과 저작권 15. 작법서 과포화 현상 16. 성공을 파는 사회 17. 대본집 열풍 18.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출판 19. 채팅형 소설 20. 문프셀러 21. 앤솔러지의 다양화 22. 인공지능의 창작 23. 유튜버의 책 24. 뉴스레터의 확장 25. 디아스포라 문학 26. 디지털 아카이브의 필요성 27. 2차 창작 공모전 28. 기후위기와 출판 29. 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수상 30. 오프라인서점의 위기.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571) [사진 정유철 기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571) [사진 정유철 기자]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키워드 ‘세계를 강타한 K-콘텐츠’에서 K-콘텐츠의 위세를 보여준 것은 K-팝, K-무비, K-드라마에 이어 웹툰이고, 출판에서는 그림책이었고, 그 뒤를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소설이다며 그 예로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창비), 2018년 조남주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 올해 일본에서 ‘2022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손원평 작가의 《서른의 반격》(은행나무)을 들었다.

한 소장은 “지금 세계시민의 화두는 ‘생존’이다. 따라서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니크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삶의 지문’, 즉 유일한 스토리가 있게 마련인데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야만 한다. 바로 스토리리빙이 되어야 한다”며 특히 올해 하반기에 출간되어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른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를 예로 들며 “이렇게 한국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여야 세계시민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 이제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본격적인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의 출판계는 그런 가능성을 확실하게 확인시켜주었다”고 짚었다. 

북마녀 《기획회의》편집위원(웹소설 편집자&유튜버)은 키워드 ‘상담사회와 공감의 출판’에서 “2022년의 출판시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책으로 출판되지 않았던 문제를 찾아내고 관계된 인물, 이왕이면 인지도가 있는 저자를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었다. 니즈가 다양화되는 만큼 출판시장에서도 이를 세분화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신경정신과 전문의부터 심리상담가, 종교인, 반려동물 수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저자들의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어찌 보면 산업의 측면으로 새로운 기획 상품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들 책들의 목적은 명백하게 위로와 공감, 조언이며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충분한 의의가 있다. 이 출판 트렌드는 당분간 오래 유지될 전망이다”고 예상했다.

이융희 《기획회의》 편집위원(문화연구자)은 키워드 ‘창작도구 출판’에서 “코로나19 시대 이후 2021년부터 각종 작법서의 출간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2022년은 작법을 익힌 사람들이 활용할 만한 도구의 출간이 연달아 이어졌다. ‘에이케어 트리비아북’ 시리즈나 월북 등의 출판사에서 출간된 창작도구의 출판은 그 이전에도 계속되어 왔지만, 이러한 출판의 소비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것은 2022년부터다”라면서 “이러한 창작도구의 출판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은 텀블벅으로, 고전적인 서양 자료의 완역본이 출간된다거나 웹툰, 웹소설 제작에 필요한 툴이 출간되는 등의 다양한 사업적 시도가 이루어지며, 그 수익 규모도 억 단위를 심심찮게 넘기는 실정이다”고 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571). [사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571). [사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강양구 《기획회의》 편집위원(지식큐레이터)은 “키워드 30개를 선정하고 보니, 올해 출판계, 정확히 말하면 출판시장에 영향을 줬던 중요한 행위자가 누구인지를 거칠게나마 일별할 수 있었다”며 “지금 출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위자는 ‘넷플릭스’ ‘애플 TV’같은 글로벌 OTT와 ‘유튜브’ 같은 다양한 디지털 콘테츠 플랫폼이었다”고 했다.

강 편집위원은 또 “2022년에는 다양한 성격의 ‘북클럽’도 가세했다. 특히, 김영하나 최인아 같은 대중이 신뢰하는 영향력 있는 개인을 내세운 북클럽이 출판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충성도 높은 독자를 거느린 대형출판사가 꾸린 북클럽도 출판과 독자 사이의 신뢰를 쌓는 선순환으로 흥미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과 북클럽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20대~30대 여성 독자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왜냐하면, 바로 이들도 출판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라며 “‘일상을 위로하는 소설’ ‘상담사회와 공감의 출판’ ‘그림책 독자의 확장’ ‘북클럽과 독서플랫폼의 영향력’ ‘퀴어문학의 약진’ 모두 이들의 선호를 염두에 둘 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흐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