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TRA-MARINE, 162.2x130.3cm, oil on canvas, 2022. [사진 제공 갤러리데이지]
ULTRA-MARINE, 162.2x130.3cm, oil on canvas, 2022. [사진 제공 갤러리데이지]

화가 김춘수는 특유의 푸른색 화면을 통해 회화의 평면성을 고집하는 작가다. 작가의 작업은 1980년대 '창'시리즈를 시작으로 1990년대 '수상한 혀' 시리즈, 2000년대 들어서는 '무제' 'Sweet Slips' '희고 푸르게' '울트라-마린' 시리즈로 전개되고 있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그의 대표작 '울트라-마린'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작가의 회화관을 반영한다. 작품들의 제목인 ‘울트라-마린’은 그의 작품에 활용한 청색 물감의 명칭이기도 하지만, 그 이름에서 비롯된 본래의 의미 ‘바다 건너편’의 그리움이며 유토피아를 말한다.

푸른색을 택한 것은 분청사기의 색깔이 좋은데다가 빨강이나 노란색보다 훨씬 편안하고 나아가 공간감을 나타내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업에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신체의 일부인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직접 캔버스에 바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언어를 구사한다. 수백, 수천 번의 신체 움직임을 통해 살아있는 선과 면의 율동이 작가의 호흡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화면에 물결친다. 분출하는 듯한 율동감이 입체적이고 강한 생명력을 가지며 화면 자체가 숨 쉬는 거대한 분수처럼 생기를 뿜는다. 작가는 서양화가이면서도 바탕은 동양적 정신성을 두고 있다.

김춘수 작가가 개인전 ‘울트라-마린, 그리움에 관한 질문’을 7월 15일부터 갤러리데이지에서 개최한다. 올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 교수를 정년 퇴임하면서 교단을 벗어나 작가 본업의 시작을 알리는 첫 개인전이다. 제주도의 공활한 하늘, 푸른 바다, 생명 가득한 숲과 어울리는 김춘수의 대표작 '울트라마린'을 만나볼 기회이다.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있는 갤러리데이지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에 작가의 신작 38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정주 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전시 서문에서 "김춘수 작가가 구현하는 울트라-마린의 회화세계는 청명한 하늘색을 농축해 놓은 듯한 강렬한 청량감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마치 푸른색의 정령과 마주한 듯한 강한 이끌림은 물 흐르듯 자연의 순수성에 대한 끝없는 동경으로 이어지고, 내적 이완과 함께 정서적 안정과 행복, 희망을 유발하는 차분하고도 명료한 에너지를 흡입하게 한다. 이러한 자기 몰두의 단초는 내면의 소리에 대한 경청에 머물지 않고, 현실 너머의 초자연적인 차원으로도 확장되어 저마다의 상상이 닿는 해방과 자유, 이상향의 세계로 그 외연을 경계 없이 무한히 넓혀 나가게도 한다"고 소개했다.

최정주 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제주의 갤러리데이지에서 열리는 김춘수 작가의 '울트라-마린, 그리움에 관한 질문' 전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가 추구하는 그리움에 관한 질문이 제주가 추구하는 그리움의 정서에 부단히 호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더 살펴보자. 

"그의 ‘울트라-마린’이 작가 자신, 혹은 세상이 부르는 그리움을 향한 수신호로 분주히 조력하여 애초의 본질에 대응하는 궁극의 가치를 찾아주듯이, 제주의 ‘푸른 자연’은 근원을 향한 원초적인 그리움의 무게를 지닌 채 동행의 가치와 삶의 연속성을 북돋우는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감내하지 못해서, 또 가늠하지 못해서 토로했던 무수한 질문들이 제주의 말간 하늘과 짙푸른 바다, 초록의 오름과 숲에 가득함을 우리는 안다. 좌충우돌의 뜨거운 사연을 머금은 묵직한 질문들은 청정한 제주의 푸른 자연 앞에서 둔탁했던 시야를 걷어내고 한껏 힘을 낸 파란 에너지로 돌아와 우리 자신의 성숙함에 기여하는 것을 번번이 목격해왔다. 김춘수 작가가 울트라-마린을 통해 제시하는 그리움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은 다시 발화지점으로 가만히 잠입해올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꾸어 온 울트라-마린의 정중동, 동중정의 변신에서 분명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김춘수 작가는 195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및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3년 제3회 토탈미술 대상을 수상하고, 1996년 제23회 상파울루비엔날레 참가/한국관 대표, 2006년 대한민국 예술원 우수예술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전시는 7월 15일부터 8월 20일까지. 전시문의 갤러리데이지 064-772-4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