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참여 작가가 다른 작가를 태그하여 전시를 연다
전시 참여 작가가 다른 작가를 태그하여 전시를 연다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2-03-0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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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a갤러리 서촌, 3월18~ 24일 배한솔, 서혜진, 신다혜, 차심 작가 ‘Off-Tag’ 전

영화 ‘접속’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 전시는 온라인 문화인 ‘Tag’를 미술 전시 프로세스에 적용하여 서로 모르는 작가들이 참여 작가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3월 18일부터 3월 24일까지 tya갤러리 서촌에서 열리는 ‘Off-Tag’전이 그것이다. 이 전시에 배한솔, 서혜진, 신다혜, 차심 총 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 전시는 tya갤러리가 진행한 2022년 “ tya갤러리 정기대관 공모”에 선정되어 열리게 됐다.

배한솔, 콜로니 Colony,  single channel video, dimension variable, 00_10_14 loop, still cut . 2020.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배한솔, 콜로니 Colony, single channel video, dimension variable, 00_10_14 loop, still cut . 2020.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일반적으로 큐레이터, 기획자 또는 예술감독이 기획의도에 맞춰 참여작가를 선정한다. 그와는 반대로 이번 전시는 참여작가가 참여할 작가를 태그(지목)하여 전시를 구성하며 참여작가들의 태그(지목)에 의해 연속적으로 전시가 만들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전시에선 신다혜 작가가 배한솔을, 차심이 서혜진 작가를 지목하였다. 하지만 이들 작가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처음 만났다.

신다혜 작가는 배한솔 작가를 태그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배한솔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다큐멘터리 같았으며 작가의 해석에 의해 편집-파편적 장면을 조합하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장면들-되었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배한솔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인간세계에서 나타나는 징후들, 그리고 그에 관계하는 도시, 기계, 문명 등의 주제들을 통해 절대적일 수 없는 변수를 이야기하며 작품을 풀어내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저 또한 도심, 환경, 기계와 문명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이어가는데요, 더 이상 자연스럽지 못한 인간의 모습과 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인공적 환경, 도시, 기계, 자연물에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미물들을 그려내며 그들의 생존방식과 그들의 우주를 관찰하고 그들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배한솔, 콜로니 Colony,  single channel video, dimension variable, 00_10_14 loop, still cut . 2020.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배한솔, 콜로니 Colony, single channel video, dimension variable, 00_10_14 loop, still cut . 2020.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요컨대 신다혜 작가는 "다른 매체를 활용하지만 그 안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서" 태그하였다.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배한솔 작가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에서 엇나간 부분 혹은 어딘가 모순적인 것을 기록한다. 작가가 기록하고 수집한 상황, 장면, 맥락을 이용하여 또 다른 ‘징후’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콜로니’를 소개한다. ‘콜로니’는 세균이나 곰팡이 따위의 미생물이 고체 배지에서 증식하여 생긴 집단이라는 말한다. ‘콜로니’는 페트리 디쉬를 확대 근접 촬영한 영상이다. ‘콜로니’에 등장하는 미생물 또한 그가 직접 배양하여 촬영하였다. 클로즈업하여 촬영한 콜로니는 작은 대상을 확대한 모습으로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다. 콜로니 주변의 것을 제외하고 그 대상에만 집중되기에 마치 우주처럼 보이기도 하며, 추상적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상자들은 ‘우주’인 줄 알았던 곳이 ‘미생물’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며 그 둘사이의 차이와 기존의 인지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처럼 신다혜와 배한솔은 이렇듯 실재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기록하고 바라본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발견하고, 미생물과 미물에서 우주를 발견한다.

신다혜, 아기 새, oil on canvas, 60.6 x 72.7cm, 2021.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신다혜, 아기 새, oil on canvas, 60.6 x 72.7cm, 2021.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신다혜 작가는 자연 속 미물을 작품으로 끌어온다. 실제 그가 머물렀던 곳에서 본 ‘풀, 새, 강아지’ 등을 그려낸다. 그는 ‘풀’을 그리며 붓으로 쌓아 만들어진 물성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풀의 고유한 개념 혹은 풀의 일반적 성질에서 멀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새로운 관점으로 풀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없었던 경험이다. 이름 모를 잡초를 그리며 그들의 이름을 생각해보며, 나아가 인간이 배제했던 많은 미물에 대해 고민하였다. 그는 미물에서부터 세계를, 풀에서부터 그들의 이름을 고민하고 그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번 전시에 ‘풀’을 그려낸 작품을 소개한다.

신다혜, Untitled,  oil on canvas, 130 x 130cm. 2021.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신다혜, Untitled, oil on canvas, 130 x 130cm. 2021.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차심 작가는 서혜진 작가를 어떻게 지명했나?

“서혜진 작가의 작품은 인스타를 통해 처음 접했고, 작업이 멋있어서 태그를 했습니다!”

서혜진, 그 남자 #2, 3, 4_That Man #2,3,4, pen on paper, 각 78.8x 109.1cm, 2018.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서혜진, 그 남자 #2, 3, 4_That Man #2,3,4, pen on paper, 각 78.8x 109.1cm, 2018.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서혜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드로잉을 소개한다. 작가는 2006년도부터 드로잉을 모아왔으며 어느 시점에서 드로잉을 다시 꺼내 보며 특정 드로잉을 먹지를 이용하여 여러 장으로 만들거나 몇몇 드로잉을 재조합하고 결합하여 또 다른 드로잉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그가 그려온 수많은 드로잉이 지금에 이르러 다시 작품이 되기도 하고 여전히 진행되는 작품으로 남게 된다. 드로잉 속 이미지는 인체, 동물, 자연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인체, 동물, 자연의 모습을 왜 그리는지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해왔으나 그 이유를 말하지도 쓰지도 못하였다. 마음속 풍경, 머릿속의 이미지들은 글로 묘사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의 주의 깊은 시선이 반영된 이미지는 감상자에게 그 자체로 심미적인 경험을 제공해준다.

서혜진, 천지창조 The Creation, collage on paper, 29.7x42cm, 2018.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서혜진, 천지창조 The Creation, collage on paper, 29.7x42cm, 2018.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작가 차심은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이야기 속 등장인물과 캐릭터가 모험하며 만나는 여러 상황을 회화매체를 통해 그려낸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 알파공간(인간세계)와 베타 공간(상상세계)를 구분지어 서사를 만들어가며, 이번 전시에는 베타 공간에서 이루어진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그는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시스템, 불안한 감정, 현실의 제약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을 ‘자연’ 즉, 베타 공간으로 상정하여 그곳으로 도피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베타 공간에서 ‘Paronormal Reflection’ 와 같이 인간은 자연에 동화되어 동물과 함께 자신을 비춰보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며, 이상적인 공간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한다. 그의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화면 속에는 추상적 요소와 구상적 요소가 함께 표현된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화사한 색채와 얇고 두꺼운 붓질을 통해 감상자가 베타 공간이 현실과 다른 층위의 곳임을 느끼고 회화가 주는 물성 자체에 대한 시각적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이번 전시에 차심과 서혜진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체와 동물들을 함께 선보인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간, 동물, 자연이라는 소재는 동일할 수 있지만 해석하고 그려내는 방식은 다르다. 그 다름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면 또다른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차심, Paranormal Reflection, oil on canvas, 130.3x162.2cm, 2021.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차심, Paranormal Reflection, oil on canvas, 130.3x162.2cm, 2021. [사진=tya갤러리 서촌 제공]

 

전시는 각 작품의 관계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진행하며, 신다혜 작가와 배한솔 작가의 경우 좌대에 작은 작품은 같이 놓고 좌대를 중심으로 맞은 편 벽에 두 작가의 작품이 걸린다.

차심과 서혜진 작가의 경우 나란히 전시되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각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인 인물과 동물을 연결고리로 하여 전시된다.

차심, When the egg hatches, oil on canvas, 72.7x72.7cm, 2021. [사진=tya갤러리 제공]
차심, When the egg hatches, oil on canvas, 72.7x72.7cm, 2021. [사진=tya갤러리 제공]

 

tya갤러리  박주희 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주제보다는 전시의 형식에 주목하였다. 작가 중심으로 지목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큐레이터, 기획자 또는 예술감독이 알지 못했던 작가들을 발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전시에 맞춰 바뀌는 전시 여건-전시장, 참여작가, 작품 장르-으로 인하여 우연하게 흥미로운 전시가 나올 수 있다고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주희 기획자가 보는 관람객의 감상 주안점은 무엇일까?

“관람객이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다양한 장르-영상, 사진, 드로잉, 유화-의 작품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모이게 됩니다. 따라서 감상자는 여러 작품을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어요. 대부분이 신진작가로 구성되어 기성 갤러리, 혹은 미술관, 전시공간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시각과 작품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태그’를 통해 이어지는 전시이자 프로젝트이며, 우연하게 만난 작가들이 만든 의도적인 전시로 볼 수도 있다. 앞으로도 ‘태그’를 통해 계속해서 이동하고 실천하며 또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로 만나는 길 기대한다.

전시는  tya갤러리 서촌(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5길 28)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휴관일 없으며 관람시간은 낮 12시~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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