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혜자. '봄', 71x71cm, 2020. [사진=주프랑스한국문화원 제공]
방혜자. '봄', 71x71cm, 2020. [사진=주프랑스한국문화원 제공]

해외문화홍보원(원장 박명순)과 주프랑스한국문화원(원장 전해웅)은 ‘빛의 화가'로 알려진 방혜자(1937~) 화백의 도불 60주년 기념 특별전 〈새로운 세상을 향해…〉를 3월 2일(수)부터 4월 29일(금)까지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평생 빛에 대한 탐구에 몰두한 방 화백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고, 빛의 아름다움을 회화, 조각,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여러 형태로 재현한 작품 등 신작 10여 점을 포함한 총 4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보인 샤르트르 대성당 종교 참사 회의실에 방 화백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되는 시기에 함께 진행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 

경기도 고양군 능동(지금은 서울이 되었다) 아차산 아래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는 그 마을 개울 맑은 물 속에 잠겨 반짝이던 자갈돌들의 투명한 빛이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게 해준 첫 씨앗이 되었다.  서울대 미술대학 재학시절에 그린 첫 작품 〈서울풍경〉(1958)에서 평생 작품의 주제가 된 ‘빛’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어둠의 중심에서 발현되는 한줄기 빛을 그린 이 그림에는 빛을 그리겠다는 내면의 의지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1961년, 예술가의 천국과 같은 파리에서 자유로운 창작 세계를 경험하고자 했던 그는 파리에서 미술을 배운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조카이자 당시 유럽화단에서 활동한 여성화가 나희균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파리로 향한 방혜자는 도착하자마자 몇 달 동안은 줄곧 화랑과 미술관만을 돌아다녔다. 베르메르, 렘브란트, 반 고흐, 칸딘스키, 세잔, 클레, 비에이라 다 실바 등의 작품에 매혹되었으며, 레옹 작, 자오 우 키, 이자벨 루오 같은 화가를 만나게 된다. 1963년,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하던 그는 미술비평가이자 미술사가인 피에르 쿠르티옹(Pierre Courthion, 1902-1988)을 만난다. 그는 방혜자의 초기 작품들에서 가능성을 알아보고는 생의 마지막까지 그를 아낌없이 격려하고 후원한다.

'가울',  71x71cm,  2020. [사진=주프랑스문화원 제공]
'가울', 71x71cm, 2020. [사진=주프랑스문화원 제공]

훗날 피에르 쿠르티옹은 방혜자의 작품을 "자연, 그리고 원소들에 대한 관찰이 통합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방혜자의 작품은 직접적인 표현형태라기보다는 원소적인 것이 숭고화된, 초월적 해석이다. 방혜자의 그림 속에서 나는 흙과 공기, 그리고 물을 다시 발견한다. 불의 경우, 신성한 불이 그의 마음속에 있다"라고 소개했다.

한국추상미술 제1세대인 방혜자는 파리에서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에 뛰어들어 유화, 프레스코, 이콘(러시아 성상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기법을 습득하는 동시에 타국 생활의 경험을 통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깊이 인식하고 한국의 전통 기법을 재발견하였다. 파리로 떠나 그가 배우게 된 것은 오히려 동양의 아름다움이었고 우리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이었다. 

이에 그는 서양의 기법에 한지, 닥종이, 황토와 같은 한국적이고 자연적인 재료와 서예의 붓놀림이 사용하는 등 동서양의 기법을 접목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정립해 나간다.

이후 60여 년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발한 작업을 펼친 방혜자 작가는 파리 세르누치박물관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100회가 넘는 전시를 개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모형, 209x79cm, 2019. [사진=주프랑스한국문화원 제공]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모형, 209x79cm, 2019. [사진=주프랑스한국문화원 제공]

지난 2012년에는 프랑스 미술계에 한국의 예술을 널리 알리고, 한·불 문화 교류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방 화백의 공로가 인정돼 한불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방혜자 작가의 빛을 향한 예술작업은 2010년대 들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2018년, 프랑스 고딕 예술을 대표하는 성당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샤르트르 대성당 종교 참사 회의실에 새로 설치할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공모에서 방 화백의 작품이 최종 선정된 것이다. 대성당의 창과 같은 청색 바탕의 4개 창에 각각 빛, 생명, 사랑,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그의 작품은 올해 3월 중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될 작품 중 제1창‘빛의 탄생’의 모형도 함께 전시돼 그의 걸작을 미리 감상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될 스테인드 글라스 앞에 서있는 방혜자 화백 © DRAC CVL et atelier Glasmalerei Peters. [사진=주프랑스한국문화원 제공]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될 스테인드 글라스 앞에 서있는 방혜자 화백 © DRAC CVL et atelier Glasmalerei Peters. [사진=주프랑스한국문화원 제공]

팔순을 넘긴 지금까지 끊임없이 빛을 탐구하는 방혜자 작가는 "빛을 한 점 한 점 그려내어 평화와 기쁨을 심는 씨앗이라고 생각하며 그린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관객이 빛과 희망의 메시지를 얻어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전시가 열리는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은 방혜자 작가와 인연이 깊다. 작가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문화원을 프랑스에 알리는 데 힘을 보태 왔다. 또한 그가 프랑스 사람들에게 10여 년간 서예를 가르친 곳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기욤 갤러리, 프랑수아즈 리비넥 갤러리와 프랑스 제데옹 프로덕션과의 협업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