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 개인전은 10년 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어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소통할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온 게 믿어지지 않아요.”

재기발랄한 18살 조원정 캐릭터 작가가 데뷔전 ‘퐁퐁이의 첫 번째 꿈 이야기’를 17일 갤러리 B.O.S(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열었다. 19일까지 3일간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무엇을 잘 하지 않아도 되요. 나는 그냥 나에요.”, “너의 소리를 내봐” 등 코로나가 심각해져 힘든 시기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과 힐링이다.

지난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연희동 갤러리 B.O.S에서 개인전 '퐁퐁이의 첫 번째 꿈 이야기' 전시를 한 조원정(18) 작가.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연희동 갤러리 B.O.S에서 개인전 '퐁퐁이의 첫 번째 꿈 이야기' 전시를 한 조원정(18) 작가. [사진=강나리 기자]

이번 전시에는 조원정 작가가 전문 창작 앱을 통해 그린 펭귄 캐릭터 ‘퐁퐁이’가 주인공이다. 멘토인 한지수 작가와 작업을 하며 처음 아크릴 물감에도 도전해 디지털 그림과 아크릴화가 함께 전시되었다.

그는 캐릭터 ‘퐁퐁이’를 “언제나 귀여운 모습으로 친구들을 심쿵하게 만들고 남을 잘 챙겨준다”라며 심리검사 MBTI의 유형 중 ‘INFJ’라고 소개했다. 창의력과 통찰력, 독창성과 사적인 독립심이 강하며, 확고한 신념과 원칙으로 공동의 이익을 가져오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는 유형이다. 또한 그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남에게 강요하기보다 행동과 권유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따르게 만드는 지도력이 있다고도 한다.

전시된 작품 전반에서 그 감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현재 한국형 갭이어 고교과정을 밟는 조원정 작가 자신의 성격과 추구하는 이상과도 닮았다. 지난 17일 전시실에서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위) 전시회를 찾은 박시익 박사(오른쪽)와 조원정 작가. (아래) 조원정 작가의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 [사진=강나리 기자]
(위) 전시회를 찾은 박시익 동양학 박사(오른쪽)와 조원정 작가. (아래) 조원정 작가의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 [사진=강나리 기자]

전시작품 중 가장 심혈을 그린 작품을 하나만 손꼽는다면

하나하나마다 의미있고 소중한데 그중에서도 ‘명상하는 퐁퐁이’에 많은 에너지를 담았어요. 저는 명상을 하는 동안 제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여러 가지 영감도 떠오르고, 스스로 질문도 해 봐요. ‘명상하는 퐁퐁이’는 제가 처음 아크릴화에 도전해 제 한계를 넘은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잘되지 않았는데 한지수 작가님이 ‘실망하지 마. 100번을 그려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라고 격려해주셨죠. 100번은 아니고, 좀 더 해보니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고 올해 갭이어 대안고등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진학했는데 이유는 무엇인지.

원래 제 계획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친구들도 만날 수 없고, 오로지 시험 보러만 등교하니까 답답했어요. 부모님께 검정고시로 대학을 가겠다고 하니까 엄마가 ‘그럼 이번 기회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 너 자신에게 집중해서 꿈을 찾아보면 어떻겠느냐’라고 권유하셔서 상담받아보고 선택했어요. 그 선택이 맞았어요.

조원정 작가의 첫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찾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친구들. [사진=강나리 기자]
조원정 작가의 첫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찾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친구들. [사진=강나리 기자]
네이버에서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김영신 작가(왼쪽)와 조원정 작가. 두 사람은 한국형 갭이어 고교과정을 함께 밟는 친구사이다. [사진=강나리 기자]
네이버에서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김영신 작가(왼쪽)와 조원정 작가. 두 사람은 한국형 갭이어 고교과정을 함께 밟는 친구사이다. [사진=강나리 기자]

갭이어 고교과정을 밟은 것이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전에는 자신감이 없고 발표회 때마다 실수할까 봐 긴장을 많이 했어요. 벤자민학교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많은 도전과 성공, 실패도 경험하면서 체력과 자신감이 생기고 여유를 찾았죠. 제가 좀 성장한 걸 느껴요. 지난 10월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지구시민캠프에 참가했는데 바닷가에서 태평양을 향해 ‘나는 할 수 있다’고 자기선언을 했거든요. 가슴이 뻥 뚫리고 나는 당연히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이 느껴져 뭉클했어요. 한밤중에 한 사람씩 떨어져서 산행하는 마고대장정에서도 저 자신을 다독이며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어요.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된 것과도 관련이 있는지.

- 중학교 때부터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었는데 제 꿈을 위해 투자할 수 있던 게 일러스트 전시회에 가서 좋은 작품을 보는 경험 정도였죠. 벤자민학교에서는 안남숙 화가 멘토님을 만나 경험도 듣고, 지난 9월 서울학습관 친구들과 경북 청도에 찾아가서 화가님과 마을벽화를 그리는 공동작업도 할 수 있었죠. 그 벽에 ‘퐁퐁이’를 그려 넣었어요. 이번에 한지수 화가님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요. 제가 이번에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제가 받은 사랑과 응원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시계방향으로) 작품 '너의 꿈은 뭐야', '명상하는 퐁퐁이', '코로나 함께 이겨내요.' '오로라는 나를 밝혀줘'. [사진=강나리 기자]
(시계방향으로) 작품 '너의 꿈은 뭐야', '명상하는 퐁퐁이', '코로나 함께 이겨내요.' '오로라는 나를 밝혀줘'. [사진=강나리 기자]

캐릭터 ‘퐁퐁이’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원래 사람 캐릭터를 제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는데 실수로 계정을 삭제해버렸어요. 한동안 ‘멘붕(멘탈붕괴)’이 왔는데 천천히 제가 좋아하는 펭귄 인형을 모티브로해서 스케치를 하다가 우리집에 있는 빨간 베레모를 쓴 ‘퐁퐁이’가 탄생했어요. 어릴 적 펜션으로 놀러 갔을 때 풍선 게임에서 제 점수가 1점 모자랐는데도 핑크색 펭귄 인형을 선물받아 소중하게 간직했거든요.

그런데 제 벤자민 프로젝트 경험들을 퐁퐁이를 통해 표현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팔로워가 아는 친구 10명뿐이던 게 점점 늘어서 지금은 1,465명이 되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여러 작가님과도 친해졌고,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팬들을 ‘퐁당’이라고 하는데, 퐁퐁이에게 퐁당 빠지라고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안 좋은 경험이 그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로 이어졌죠. 좌절하지 않고 또 다른 기회로 만들 수 있던 건 어렸을 때부터 뇌를 활용하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뇌교육에서는 ‘굿뉴스가 굿브레인을 만든다’ ‘모든 환경을 디자인하라’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라고 하거든요.

조원정 작가의 캐릭터 '퐁퐁이'는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의 일상을 공유한다. (왼쪽) 제주도에서 열린 지구시민캠프에서 귤을 따는 퐁퐁이, (오른쪽) 계곡으로 간 워크숍에서 수박도 먹고 돗자리에 앉아 매미소리도 듣는 퐁퐁이. [사진=강나리 기자]
조원정 작가의 캐릭터 '퐁퐁이'는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의 일상을 공유한다. (왼쪽) 제주도에서 열린 지구시민캠프에서 귤을 따는 퐁퐁이, (오른쪽) 계곡으로 간 워크숍에서 수박도 먹고 돗자리에 앉아 매미소리도 듣는 퐁퐁이. [사진=강나리 기자]

캐릭터 주인공 ‘퐁퐁이’가 조원정 작가와 닮은 것 같다

- 퐁퐁이를 통해 저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도 그림 속에서는 이루어졌어요. 예를 들면 지금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부자유스러운데 충분히 할 수도 있죠. 제가 하지 못한 말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요. 저를 대신해서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예요. 디지털 그림이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저에게도 위로가 되요.

이번 전시의 주인공 퐁퐁이(오른쪽)과 세 살 터울의 오빠 해풍이. 조원정 작가 본인도 세 살 터울 오빠가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이번 전시의 주인공 퐁퐁이(오른쪽)와 세 살 터울의 오빠 해풍이. 조원정 작가 본인도 세 살 터울 오빠가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또래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번 전시회가 끝나도 계속 작품을 그리면서 포기하지 않고 제 꿈을 향해 나아갈 거예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 꿈이 없다고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며 남보다 뒤처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취미로라도 잘하는 것, 원하는 것을 해보며 천천히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제 경험을 말해주고 싶어요.

조원정 작가의 데뷔전을 찾은 관람객들의 메시지. [사진=강나리 기자]
조원정 작가의 데뷔전을 찾은 관람객들의 메시지. [사진=강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