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많이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죄와 벌》이 가장 많이 대출됐다. 출판계에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주요 작품의 재출간, 연구서 발간 등이 활발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레프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다. 1821년 11월 11일에 태어난 그는 1846년 <가난한 사람들>로 소설가로 등단했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이 올해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최근 3년간(2018.11.~2021.10.) 전국 공공도서관의 도스토옙스키 작품 대출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이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전국 1,320개 공공도서관 데이터를 수집·제공하는 ‘도서관 정보나루(data4library.kr)’의 대출데이터 306,874,832건을 분석한 결과이다.

인포그래픽 '도서관에서 찾아보는 도스토옙스키의 메시지'. [자료=국립중앙도서관]
인포그래픽 '도서관에서 찾아보는 도스토옙스키의 메시지'. [자료=국립중앙도서관]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인기를 구가하는 러시아 문학 작가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러시아 문학도서 대출 현황을 보면 톨스토이 작품이 101,969건, 도스토옙스키 작품이 101,626건 대출되어 전체 대출량의 66%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체호프(14,369건), 쿠좁코프(8,868건), 푸시킨(8,084건) 작품 순으로 나타나 19세기가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였음을 다시금 엿볼 수 있었다.

최근 3년간의 도스토옙스키 작품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난한 대학생의 범죄를 통한 인간의 심리변화를 파헤친 《죄와 벌》이 가장 많이 대출됐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성을 확고하게 만든 후기 장편 가운데 첫 작품이다. 그다음으로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룬 마지막 장편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도스토옙스키의 미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지하로부터의 수기》순으로 나타났다.

대출회원 현황을 살펴보면 남성(39,057건, 38.4%)보다 여성(54,026건, 53.1%)이 많았고, 40대(27,874건, 27.4%), 20대(14,637건, 14.4%), 50대(12,802건, 12.6%), 30대(11,010건, 10.8%) 순으로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대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도스토옙스키가 탄생한 11월에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포털사이트에서 ‘도스토옙스키’가 얼마나 검색됐는지 분석한 결과, 2021년 11월 둘째 주에 전주 대비 78% 상승하면서 가장 많은 검색량을 기록했다. 이는 출판계를 중심으로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서적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관련 공연과 전시가 이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파악된다.

최근 3년간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대출 추이를 살펴본 결과, 초·중·고등학생 방학 기간에 대출량이 상승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고전문학이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단면을 보여준다. 이례적으로 2021년 11월에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대출량이 전월 대비 4% 상승한 것을 미루어보아 도스토옙스키에 관한 화제성이 도서 대출에 다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1821년에 태어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2021년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들에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한국 출판계에서도 도스토옙스키의 주요 작품의 재출간이 활발했다. 창비는 올 6월 번역가 홍대화 씨 번역으로 《까라마조프 형제들》(전 3권)을 출간했다.

2000년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전25권)을 국내 최초로 발간한 열린책들은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두 종류의 기념판을 내놓았다. 하나는 신예화가 김윤섭 작가가 표지화를 그린 천 장정의 고급 한정판(전8권)이고, 다른 하나는 보급판(전11권)이다. 한정판 8권은 《죄와 벌》(2권), 《백치》(2권), 《악령》(2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2권)을 수록하였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석영중 교수는 올해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과 《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를 연이어 출간했다.

석영중 교수는 온 저자는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4대 장편을 비롯하여 《가난한 사람들》, 《죽음의 집의 기록》, 《분신》, 《노름꾼》, 《미성년》 등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의 핵심을 이루는 대표 작품들을 망라하여 총 200개의 명장면과 명대사들을 엄선하여 추려냈다.

《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는 ‘종교’와 ‘과학’이라는 코드를 중심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을 파고든다.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테마가 특히 도스토옙스키 소설들의 중심 주제를 관통하는데, 석 교수는 그리스도교 신학과 성서로부터 끌어온 다양한 개념을 통해 그의 작품들을 탐구한다. 과학 분야에서 석 교수는 신경 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연계하여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탐구한다.

문학동네는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 도스토옙스키 중단편 선집 <<백야>>독파챌린지를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