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러시아를 뒤흔든 혁명적 걸작을 서울에서 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2021년 12월 31일부터 내년 4월 17일까지 열리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展>에 100년 전 러시아를 뒤흔든 아방가르드 작가 49인의 혁신적 회화 작품 75점이 소개된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1915'.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사진=세종문화회관]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1915'. Ⓒ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사진=세종문화회관]

프랑스어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원래 군사용어로  '먼저 앞에 나서서 호위한다'는 의미를 지닌 전위(前衛)인데 본래 전투에서 선두에 서서 직진으로 돌진하는 부대를 의미했다. 그러나 예술에서는 제1차 세계 대전 무렵부터 프랑스 등에서 일어난 예술 운동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했다.  입체파·미래파·추상화파·초현실파 등의 총칭. 전위파(前衛派)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예술 세계에서 첨단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을 아방가르드라고 한다. 

20세기 초반에 서양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화가들이 대부분 파리를 중심으로 한 서유럽에서 활동한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도 근대 미술의 큰 변화가 있었고 그 흐름을 주도한 역사적인 화가들이 바로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이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19세기 말 이래 1930년대 초두까지 러시아 제국·소비에트 연방에서 일어난 여러 예술 운동의 총칭이다. 이 시기의 유명한 예술가들로는 일 리지츠키, 카지미르 말레비크, 마르크 샤갈 등이 있다.

이들의 활동은 그때까지만 해도 후진적이었던 러시아 미술을 단숨에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것으로 끌어올렸다. 러시아혁명으로 공산주의 국가가 탄생하자 러시아 전위파 예술가들은 과거에 구현되지 않는 예술형태를 고민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비구상미술이라는 새로운 예술장르였다. 비구상주의는 20세기 현대 디자인에 표본을 제시했으며, 그로부터 약 반세기 후에 미국에 등장한 미니멀리즘의 기반이 되었다.  러시아 아방가드르는 이후 서구의 회화, 건축, 조각뿐 아니라 무대예술, 상업디자인 등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칸딘스키가 교수로 있었던 독일 바우하우스(Bauhaus)를 비롯하여 네덜란드 신조형주의(Neo Plasticism)로 전파되며 현대미술과 건축, 그리고 디자인의 효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화가 중 가장 중요한 화가인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작품인 〈절대주의 구성 회화〉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의 순위 30위안에 들어 있다. ‘절대주의’ 창시자인 러시아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1878~1935)의 1916년 작〈절대주의 구성 회화〉는 2008년 뉴욕 소더비에서 6000만 달러(현재 환율 706억2,294만2,500원)에 팔려 러시아 미술 작품 중에서는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을 기록했고, 2018년 다시 크리스티 경매장에 나와 8,580만 달러(현재환율 1,015억140만원)에 판매되어 그 기록을 경신했다. 

 러시아 태생의 화가 비실리 칸딘스키(1866~1944)는  독일 인상파에 반대하고 표현주의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Marc, F.)와 함께 예술 단체 ‘청기사(靑騎士)’를 조직하여 추상 미술의 선구가 되었다. 기하학적 형태의 구성 형식을 추구하여 독자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작품에 <검은 선들>, <청색 분할> 등이 있고, 저서로 《점(點), 선(線), 면(面)》 등이 있다. 1939년 프랑스에 귀화했다.

청기사파는 칸딘스키의 정신성, 마르크의 종교성에 이끌려 표현주의를 표방하여 추상미술의 선구가 되었다. 1914년 제1차세계대전의 발발로 자연 소멸하였다. 이들은 “예술을 통하여 정신적 진리를 표현한다”는 가치관을 공유하였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 개막을 앞두고 전시 관계자들이 작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 개막을 앞두고 전시 관계자들이 작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展>에서는 익히 알려진 칸딘스키와 말레비치는 물론 국내 관객에게는 생소하지만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엘 리시츠키, 미하일 라리오노프, 나탈리야 곤차로바 등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은 러시아 4개 국립미술관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 크라스노야르스크 미술관, 니즈니 노브고로드 미술관, 연해주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모두 러시아 연방 문화부가 문화재로 등록 관리하는 국보급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 오디오 도슨트에는 배우 이제훈 씨가 참여했다. 이제훈 씨는 스튜디오에서 예술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러시아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열정에 공감하며 녹음하는 내내 놀라운 집중력과 몰입도를 보이며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