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은 러시아 태생이자 프랑스에 정착한 화가로 다채로운 색감과 몽환적인 화풍을 바탕으로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해 피카소, 마티스 등과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색채의 마술사’ ‘꿈을 그려낸 화가’ 등으로 불리며 그동안 여러 차례 전시회가 열렸다.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은 화가 샤갈의 회고전이자, 샤갈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 창조의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개최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은 화가 샤갈의 회고전이자, 샤갈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 창조의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개최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샤갈의 작품 세계를 ‘성서’와 관련하여 살펴보는 전시회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서울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샤갈은 마흔셋이 되던 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서에 관한 주제를 깊이 탐구하며, 평생에 걸쳐 성서 속 이야기와 인물들을 그의 그림 속의 주요 모티프로 다룬다. 2월 16일 오전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이 샤갈의 작품을 응시하며 묵언을 나누고 있었다. 사진을 촬영할 수 없어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광경. [사진=김경아 기자]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광경. [사진=김경아 기자]

 

이번 전시는 ‘성서’라는 주제와 함께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등 유화, 과슈화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및 독일 Kunstmuseum Pablo Picasso Münster 소장품 등 총 22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다. 샤갈은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는 시간 동안 전쟁과 학살로부터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펼쳤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전시를 관람하자.

전시에서는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등 총 22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전시에서는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등 총 22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전시 섹션1 샤갈의 모티프에서는 1956년경에 제작된 석판화를 통해 화가 샤갈의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한 주요 모티프들을 살펴본다. 러시아 출신 화가인데, 맨 먼저 접하는 작품은 프랑스와 관련된 것들이다. 샤가과 프랑스의 관계를 생각하며 보면 좋을 섹션이다. 석판화 안에서 그가 주로 다뤄온 모티프인 자화상, 고향, 마을, 축제, 동물, 악기, 연인, 성모자, 파리 등의 키워드로 나누어 그들이 상징하는 바를 탐구한다. 파리를 배경으로 제작한 석판화에는 에펠탑, 노트르담성당,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의 주요 명소를 배경으로 그의 모티프들이 낭만적인 파리의 광경 위에 수놓아진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여인과 아이가 등장하는 등 그림 속 파리는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화가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생각하며 감상해 여지를 남긴다.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광경. [사진=김경아 기자]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광경. [사진=김경아 기자]

섹션2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에서는 샤갈이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남긴 예루살렘의 풍경과 그가 구약성서에서 선별한 105점의 장면들을 에칭으로 만든 <성서(The Bible)> 연작을 순서대로 볼 수 있다. 창조주가 인간을 창조하는 장면부터, 신비로운 예지몽을 꾸고 이집트의 재상이 되어 가족을 모두 이집트로 데려오는 요셉, 이집트의 핍박으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을 구출한 모세의 이야기 등 구약성서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성서는 샤갈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어렸을 때부터 저는 성서에 사로잡혀 있었었습니다. 저는 항상 그것이 역대 가장 위대한 시의 원천이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섹션3 성서적 메시지에서는 샤갈이 주요하게 다루는 성서적 모티프들을 매체의 경계를 넘어 한 자리에 모았다. 이 섹션은 인간창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십계명을 받아든 모세, 체구의 열세를 딛고 거인 골리앗을 전략으로 이긴 다윗, 지혜로움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 등 샤갈이 성서에서 여러 차례 반복해서 그린 성서적 모티프들을 주제별로 엮어 유화, 과슈화, 석판화, 대형 태피스트리까지 작품 매체의 경계를 넘어 볼 수 있다.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광경. [사진=김경아 기자]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광경. [사진=김경아 기자]

샤갈은 1933년 독일에서 러시아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퇴폐미술가로 낙인찍혀 탄압을 받았고 1941년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1930년대 후반부터 유대인 집단학살을 목격해야 했던 샤갈은 큰 충격을 받았고 그의 작품들은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샤갈은 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유대인의 희생과 결부지었으며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로부터 해방시키는 탈출기(출애굽기) 일화를 나치의 핍박으로부터 해방된 유대인으로 재해석하여 담아냈다.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광경. [사진=김경아 기자]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광경. [사진=김경아 기자]

섹션4 또 다른 빛을 향하여에서는 샤갈이 쓴 시와 삽화를 볼 수 있다. 샤갈은 젊은 시설부터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 폴 엘뤼아르와 교류했다. 1968년에는 ‘고향’, ‘화가로서 정체성’, ‘유대인의 운명’ 등을 주제로 쓴 시와 직접 그린 삽화를 엮은 시집 《시》를 출간하였다. 또한 샤갈이 제작한 포스터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샤갈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으로 알려진 〈또 다른 빛은 향해(Vers l’autre Clarté〉(1985)에서는 생의 마지막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샤갈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선미리 마이아트뮤지엄 큐레이터는 ‘전시서문’에서 이번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을 통해 "샤갈에게 중요했던 주제인 성서가 담긴 다채로운 매체의 작품들이 한국 대중에게 소개될 수 있어 기쁘다"며 "샤갈이 성서 안의 장면을 차용하면서, 자신만의 경험과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그린 그림들은 어떤 종교적 유파에 속하지 않으며, 미술사에 성서를 다룬 작품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서화를 그리는 시간 동안 전쟁과 학살로부터 고통받는 인류에 대해 사랑을 바탕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펼쳤으며 이를 말미암아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했다. 이런 그의 성서에 담은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가 힘겨운 팬데믹의 시기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다시 한번 큰 울림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마이아트뮤지엄은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을 2021년 11월 25일부터 2022년 4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마이아트뮤지엄은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을 2021년 11월 25일부터 2022년 4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사진=김경아 기자]

 마이아트뮤지엄이 독창적인 소재와 화풍으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화가 샤갈의 회고전이자, 샤갈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 창조의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개최하는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은 2021년 11월 25일부터 2022년 4월 10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