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216호인 겸재 정선의 ‘정선필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고故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던 11,023건 2만3천여 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다. 지난 28일 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작품들은 국가지정문화재 60건을 포함해 한국 고고미술사 및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하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측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겸재 정선의 '정선필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고 이건희 회장 유족측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겸재 정선의 '정선필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총 9,797건 2만1천6백여 점이 기증되는데 개관이래 기증된 문화재 5만여 점 중 43%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기증품에는 ‘정선필 인왕제색도’와 함께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1757~1806?)의 마지막 그림인 ‘김홍도필 추성부도(秋聲賦圖) (보물 제1393호)’ 등 우리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통일신라 인화문토기와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도자류와 서화, 전적, 불교미술, 금속공예, 석조물 등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했다.

발굴 매장문화재가 대부분이던 박물관에 우리 역사의 전 시대를 망라한 미술, 역사, 공예 등 다양한 문화재가 골고루 기증되어 고고‧미술사‧역사 분야 전반에 걸쳐 진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미술품 약 1,226건 1천4백 점이 기증된다. 기증품에는 널리 알려진 이중섭의 ‘황소’를 비롯해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대표근대미술품 460여점과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중섭 화가의 '황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중섭 화가의 '황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기증품을 포한 총 1만 2백여 점의 작품을 보유했다. 그중 5,400여 점이 기증품으로 이번 기증이 역대 최대 규모이다. 그동안 희속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미술 작품을 보강하게 되었고, 한국 근대미술사 전시와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해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 공개전(가제)’을 시작으로 유물을 공개하고 내년 10월 기증품 중 대표 명품을 선별해 ‘고 이건의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한다. 또한 13개 지방소속박물관 전시와 국외 주요 박물관 한국실 전시, 우리 문화재 국외전시 등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을 시작을 9월 과천, 내년 청주 등 특별 전시 및 상설 전시로 작품을 공개한다. 아울러 더 많은 국민이 미술자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지역 공립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 해외 주요 미술관 순회전을 통해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두 기관은 기증품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박물관과 미술관 누리집에 공개하고 디지털이미지를 활용한 주요 대표작 등을 국외 박물관과 미술관에 알릴 계획이다. 또한 이번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미술사적 가치를 조명하는 학술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은 “국가지정문화재 및 예술성·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이고, 이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기증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고인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한 유족측에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