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역사적‧인문학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지원하는 첫 작업으로 추진한 (재)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장 전영우) 소장 문화유산 200여 점이 최근 완료되었다.

민역익 필 《운미난첩芸楣蘭帖》 1,2면의 보존처리 전(왼쪽)과 보존처리 후 모습. [사진=문화재청]
민역익 필 《운미난첩芸楣蘭帖》 1,2면의 보존처리 전(왼쪽)과 보존처리 후 모습. [사진=문화재청]

‘비지정 문화재 보존처리 및 예방적 관리’사업으로 ‘한시각(1621~?) 필 《포대화상布袋和尙》’ 등 총 3건 79점을 보존처리하고, 120점의 서화와 도자류는 훼손을 예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문화재청이 그간 지정문화재 위주로 추진하던 작업을 비지정 문화재까지 확대한 노력의 첫 수확이다.

문화재청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한시각 필 《포대화상》’과 ‘이인상(1710~1760) 필 《원령희초첩元靈戱草帖》’, ‘민영익(1860~1914) 필 《운미난첩芸楣蘭帖》’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지난 한 해동안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산하 지류‧회화수리복원연구소(책임연구원 이상현 교수)가 보존처리를 담당했다.

민역익 필 《운미난첩芸楣蘭帖》의 앞표지 보존처리 전(왼쪽)과 보존처리 후 모습. [사진=문화재청]
민역익 필 《운미난첩芸楣蘭帖》의 앞표지 보존처리 전(왼쪽)과 보존처리 후 모습. [사진=문화재청]

《포대화상》은 조선 중기 화가 한시각이 남긴 포대도 중 현존하는 5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품이다. 포대도는 포대를 메고 다니는 고승을 그린 그림이다. 1655년(효종 6년) 을미통신사 수행 당시 일본 측 요청으로 ‘사행록使行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소중한 문화재다.

《원령희초집》은 시, 서, 화에 능해 ‘삼절三絶’로 불린 이인상의 뛰어난 글씨와 함께 동양화에서 화가의 생각이나 의중을 그림에 표현하는 사의寫意적인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운미난첩》은 근대 한국화단에 큰 영향을 미친 민영익이 1895년 을미사변 후 중국 상해로 망명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망명 당시 중국 서화가들과 교류하며 묵란화墨蘭畵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해석한 ‘운미란芸楣蘭’72점으로 구성되었다. 운미는 민영익의 호이며, 난초를 그릴 때 짙은 먹을 써서 줄기를 고르게, 잎의 끝을 뭉툭하게 처리하는 등 독창적인 표현을 하여 ‘운미란’이라 불린다.

3건 모두 제작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추정되어 본래의 장황(粧䌙 족자, 병풍, 책 등의 형태로 꾸미는 일)을 재사용하고 결손된 부분은 유물의 바탕재와 최대한 유사한 재료를 사용해 보존처리했다. 이를 통해 유물의 오염도가 현저히 줄고 보관상 안정성도 높아졌다.

서화류는 건식처리와 응급처리를 주로하고, 도자류는 손상된 보관상자를 수리, 제작하고 내부 충진재를 새로 제작한 솜포로 교체해 물리적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도록 했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문화재청과 (재)간송미술문화재단은 조선 후기 서화 수장가였던 김광국(1727~1797)의 《석농화원石農畵苑》 중 일부로 알려진 ‘해동명화집海東名畵集’ 1건 60점과 초간본으로 추정되는 권우(1363~1419)의 『매헌집梅軒集』 5책 1권에 대한 보존처리와 인문학적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