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라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발표가 간절한 시기이다. 한국은 코로나19의 2차 파도를 완만히 넘어가고 있다. 30~50명 내외로 확진자가 나오고 경제적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 직장인 등이 체감하는 불안이 적지 않다.

생활방역 이후 서울 강남의 밤거리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자리를 하는 것을 보면 ‘조심 좀 하지! 이기적이다.’라는 걱정과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지’라는 이해가 오간다.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한 자발적인 ‘집콕’생활이 길어지며 코로나블루(코로나 우울증)을 느끼는 이들도 많은 가운데 ‘힐링 예능’이 주목받는다.

지난 6월 7일부터 시작한 JTBC 예능 '비긴어게인 코리아' 인트로.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6월 7일부터 시작한 JTBC 예능 '비긴어게인 코리아' 인트로.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7일과 14일 두 차례 방영된 JTBC 예능 ‘비긴 어게인 코리아’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새로운 모범이 되고 있다. ‘비긴어게인’은 본래 실력파 가수들이 외국에서 ‘버스킹(거리공연)’을 하는 콘셉트이나, 지금 전 세계 하늘길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선택한 것은 우리나라이다.

‘가요계의 유니콘’이라 불리는 이소라를 비롯해 뛰어난 연주 실력과 그에 못지않은 노래 실력을 갖춘 적재와 하림, 그리고 상큼하면서도 누구와도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매실청’같은 목소리를 가진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고막남친’으로 불리는 크러쉬와 정승환, 그리고 천재 뮤지션 헨리가 버스킹의 주인공들이다.

텅빈 공항의 로비에서 '비긴 어게인 코리아'의 첫 공연이 열렸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텅빈 공항의 로비에서 '비긴 어게인 코리아'의 첫 공연이 열렸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첫 방문지는 인천공항이었다. 세계와 연결된 문으로 방역 일선에서 애쓴 공항 내 직원들에게 들려주는 힐링노래가 공항 로비를 울렸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던 공황이 텅 빈 상황이 지금 현실을 잘 반영했다.

코로나19 상황 초기부터 대한민국의 하늘 길을 지키는 방역의 최전선에서 너무나 바빠 가족에게조차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한 공항직원의 인터뷰는 공항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지켜낸 이들이 겪었을 치열한 전투를 대변했다.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앉아 있어도 서로의 위로가 공명하는 공연이었다. 또한 의료진과 방역요원 등 ‘덕분에’ 찬사를 받는 영웅들 중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인천공항에서 열린 '비긴어게인 코리아' 첫 공연에 위안을 찾는 사람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인천공항에서 열린 '비긴어게인 코리아' 첫 공연에 위안을 찾는 사람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같은 날 두 번째 방문지는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였다. 코로나19로 문 닫은 문화비축기지 광장에 자동차가 무대를 중심으로 원형을 이루어 ‘드라이브 인 버스킹’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이루었다. 이날 사연을 보내 당첨된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각각 차에 탑승함으로써 공연을 완성했다.

오프닝을 맡은 헨리는 우리나라 악기 ‘북’과 바이올린 등을 섭렵하며 무대를 누볐고 관람객들은 흥분했다. 이날 소개된 사연들은 시청자들에게도 뭉클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비긴어게인 코리아' 두번째 공연은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비긴어게인 코리아' 두번째 공연은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당일 결혼식을 하고도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청년부부는 이소라의 ‘청혼’을 축가로 받았다. 귀농 후 상추농사를 짓는데 ‘하루 16상자를 팔아도 인건비 등을 주고 나면 200원이 남는다.’는 청년농부의 사연에 모두가 탄식을 했다. 그러나 청년농부가 이번 공연 관람에 당첨된 이후 최근 상추 값이 올라 이제 걱정을 덜고 잠도 잘 잔다는 소식에 다들 나의 일 인양 기뻐했다.

공연장은 멋진 퍼포먼스와 실력파 가수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축제가 되었다. 관객들은 전조등과 경적, 휴대폰 불빛. 그리고 자동차 지붕창을 통해 환호를 보내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마음껏 열정과 호응을 표현할 다양한 방법을 창안해냈다.

휴대폰 불빛, 경적, 전조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호하는 관람객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휴대폰 불빛, 경적, 전조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호하는 관람객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두 번째 우리나라의 여행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급속히 퍼졌던 대구광역시였다. 출연진이 도착한 동대구역은 인천공황처럼 텅텅 빈 모습으로 현실을 인식시켰다. 도착 후 출연진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이소라와 하림, 크러쉬는 코로나19 거점병원이 되었던 동산병원을 찾았고, 이수현과 헨리, 정승환, 적재는 대구 계명대학교를 찾았다.

JTBC 예능 '비긴어게인 코리아' 2회 첫 공연은 대구의 코로나19 거점병원인 동산병원이었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JTBC 예능 '비긴어게인 코리아' 2회 첫 공연은 대구의 코로나19 거점병원인 동산병원이었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대구 동산병원에서는 10분 만 방역복을 입어도 땀으로 온몸이 젖어 탈진하는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돌본 의료진의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스크 너머로 발진이 일어난 얼굴이 그 수고로움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특히 대구의 위기상황에 거점병원을 자원한 모녀 간호사의 인터뷰와 그들의 눈물이 남다른 감동을 주었다. 어머니는 자신은 해도 딸은 말리고 싶었던 마음과 딸의 강한 사명감에 승낙을 하며 조심할 것을 전했다고 한다. 우리가 영웅이라 부르는 그들의 헌신이 전해졌다. 이번 공연은 그들에게 잠시 쉴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대구 동산병원에서 함께 근무한 모녀 간호사의 인터뷰와 눈물이 그들의 사명감과 헌신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대구 동산병원에서 함께 근무한 모녀 간호사의 인터뷰와 눈물이 그들의 사명감과 헌신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사진=JTBC 방송 갈무리]

한창 대학축제가 열릴 계절에도 일부 실험실습을 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텅 빈 캠퍼스를 찾은 팀은 일정 거리를 두고 앉을 수 있는 작은 돗자리와 발 모양 패드를 설치했다. 캠퍼스 이곳저곳에서 모인 학생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겼다.

그날 저녁 수성못공원에서의 합동공연은 흥겨움과 힐링의 향연이었다. 두 번의 방송만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코로나19상황에서 고립과 봉쇄 없이도 총선도 치렀고, 이제 철저한 방역 속에서도 공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