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전한 최고의 선물, 1년”
“내 아이에게 전한 최고의 선물, 1년”
  • 강나리 기자
  • heonjukk@naver.com
  • 승인 2020.01.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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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부모 김수정 씨(월계초등학교 교사)

“초등학생 중에도 많은 아이가 ‘제 꿈은 건물주’라고 합니다. 의사나 변호사, 판사, 조금 다르면 크리에이터. 소위 ‘잘나가는 직업’을 꿈이라고 한정지어서 우리나라에 직업이 10여 개 안팎인 것 같죠. 어떻게 보면 꿈이 없습니다.”

자유학년제 고교과정을 운영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기 이정모 학생의 어머니 김수정 씨. [사진=김경아 기자]
자유학년제 고교과정을 운영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기 이정모 학생의 어머니 김수정 씨. [사진=김경아 기자]

올해 교직 23년 차를 맞는 초등학교 교사 김수정(44) 씨는 지난 해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큰아들 이정모 군에게 자신만의 계획으로 1년 간 경험과 도전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기에 자유학년제를 권한 이유에 관해 “우리나라도 2018년 전국 중학교 50%가 자유학년제를 했고, 지난해에는 2/3가 넘는 중학교가 하고 있죠. 하지만 학습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서 중학교 1학년이 대상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나 중학교 1,2학년 때 아이들의 꿈이나 진로는 조금 막연합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자신의 행동과 인생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더군요. 선택할 수 있는 힘도 있고 어떻게 살지 고민도 할 수 있죠.”라고 했다.

당시 정모는 S특성화고등학교에 수석 합격한 상태였다.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은 짧은 편인데 성적이 잘 나왔다. 하지만 공부할 때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고 긴장했다. 손재주가 좋고 RC카 조정이나 기계를 다루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드론조정사를 염두하고 드론비행장이 있는 학교를 선택했다. 교사인 남편도 교육관이 그와 비슷했다. 아이들을 대학에 가기위한 시험기계로 만들고 경쟁으로 내몰면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쌓게 된다고 생각했고, 정모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라는 입장이었다.

“정모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어요. 한계를 긋고 자신 있는 것만 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죠. 생각이 많아 정작 행동에 옮기는 걸 주저하고 부딪혀보지도 않고 포기하거나 갑자기 무기력한 모습도 보였고요. 그런 아이에게 자신에게 집중해서 변화할 수 있는 정말 귀한 1년을 선물해주는 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김수정 씨는 뇌교육명상을 하며 쌓은 신뢰와 소신으로, 뇌교육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 자유학년제 고교과정을 운영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대한 정보를 정모에게 주었다. “제가 원한다고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부모로서도 큰 모험이었죠. 벤자민학교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사례들을 접했고,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라는 책을 보면서 뇌교육이 가진 힘을 알고 있었어요.”

정모는 처음에 내켜하지 않았으나, 벤자민학교 졸업생과 만난 자리에서 “정말 목표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 길을 가도 좋다”는 조언을 듣고 고민한 끝에 선택했다. 남편도 아들의 결정을 존중했다.

김수정 씨는
김수정 씨는 "완벽주의 때문에 생각이 많고 행동으로 옮기는 걸 주저하던 아이가 그냥 부딪혀 보는 걸 처음 배웠다. 서슴없이 자신의 꿈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꾸준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라고 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하지만 출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오랫동안 학교생활에 매이고 경쟁에 지친 아이들은 늦잠을 자고 아무것도 안하는 시기를 겪기도 하는데 정모가 그러했다. 중학생 때 영어와 수학학원을 다니며 성과가 좋았는데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고도 계속 하겠다고 고집했다. 정모는 그 과제에만 열중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를 흘려보냈고, ‘드론자격증’을 따겠다고 한 계획을 시도조차하지 않았다.

“저와 남편이 출근하고 난 후 언제까지 잤는지 모르겠고, 퇴근해서 와보면 부스스한 얼굴로 하루 종일 게임만 했는지 눈이 충혈되어 있기도 했어요. 5월까지 늦잠과 컴퓨터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불안했죠. 제가 권한 길이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나더군요. 그때 벤자민학교 선생님이 ‘정모에게 필요한 과정이고, 기다려 달라’고 하셨어요. 마음을 다잡고 되도록 잔소리하지 않으려 했고, 남편에게도 눈치주지 말라고 했죠. 그래도 매주 한 번씩 벤자민학교 강북학습관 오프라인 수업을 갔고, 매월 열리는 워크숍을 다녀오면 아이의 표정이 밝아져 오더군요.”

그러다 5월이 되자 학원에 오는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준비했고, 그 시기 정모는 크게 동요했다. “친구들은 고등학교에 갔고 남들은 공부에 열중하는데 자신만 멈춰있는 것 같아 두려웠던 거죠.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는 부담과 벤자민학교 활동 사이에서 갈등하더군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기 이정모 학생의 도전. (시계방향으로) 미국 세도나 지구시민캠프 참가, 여의도 벚꽃 마라톤대회 참가, 지난 해말 지구시민운동 참여로 봉사상을 탄 이정모 군과 어머니 김수정 씨. 체험활동 모습. [사진=이정모 군 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기 이정모 학생의 도전. (시계방향으로) 미국 세도나 지구시민캠프 참가, 여의도 벚꽃 마라톤대회 참가, 지난 해말 지구시민운동 참여로 봉사상을 탄 이정모 군과 어머니 김수정 씨. 체험활동 모습. [사진=이정모 군 본인 제공]

정모는 6월 미국 세도나로 지구시민캠프를 다녀 온 후 변화하기 시작했다. 벤자민학교의 멘토인 이동진 모험가의 ‘도전스쿨’에 참가하고 바로 다음날 드론자격증 필기시험을 준비할 학원에 등록했다. “정모가 ‘도전을 하려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도부터 해야 되는 구나. 어떻게 될지 결과를 생각하는 것은 도전이 아니다’라는 걸 알겠다고 하더군요. 생각이 많은 아이인데 그냥 부딪혀 보는 걸 처음 배운 거죠.”

노량진 학원에서 8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가기 위해 정모는 새벽 6시부터 스스로 일어나 준비했고, 한 달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 넘게 양주에 있는 드론센터에서 실기를 연습했다. 실기 시험은 화성에 있는 비행장에서 실시되었는데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첫 시험에 떨어졌다. 그러자 정모는 왕복 7시간이 걸리는 화성 비행장으로 한 달 넘게 꾸준히 다녔다.

“정모도 ‘정말 힘들어서 이번에 떨어지면 더 도전을 못할 것 같아.’라고 털어놓기도 했지만 포기하진 않더군요. 지도한 교관이 정모에게 ‘네가 떨어지면 합격할 사람이 없을 거야’라고 했다고 합니다. 정성과 공을 많이 들였고, 두 번째 시험에서 합격했어요. 정모가 정말 성실하다는 걸 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기 이정모 군이 독거어르신을 방문해 힐링하는 모습. 정모 군은 지난해 연말 지구시민운동연합에서 봉사상을 받았다. [사진=이정모 군 본인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6기 이정모 군이 독거어르신을 방문해 힐링하는 모습. 정모 군은 지난해 연말 지구시민운동연합에서 봉사상을 받았다. [사진=이정모 군 본인제공]

11월 초 정모는 드론자격 시험에 합격한 지 3일 후 강북학습관 친구와 부산까지 일주일간 자전거 국토종주를 떠났다.

김수정 씨는 “너무나 대견해서 힘들지 않았는지 물어보니 ‘괜찮았어. 또 해도 되겠어.’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선생님께 들어보니, 매일 기록한 일지에 무릎이 무척 아파서 파스를 뿌리며 무척 고생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고 하시더군요. 함께 간 친구가 목표를 정하면 무조건 가야하는 성격이라 더욱 힘들었을 거라고. 그런 과정에서 정모는 ‘한계에 부딪혔지만 한계가 없다는 걸 알았다.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걸 경험했더군요. 힘든 걸 이겨내고 끝까지 해낸 경험이 정모에게는 가장 클라이맥스였던 것 같습니다.”

이정모 군이 친구와 함께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를 했다. [사진=이정모 군 본인제공]
이정모 군이 친구와 함께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를 했다. [사진=이정모 군 본인제공]

정모는 지구시민운동연합에서 독거어르신을 위한 반찬 봉사와 함께 어르신들을 힐링하고 말벗이 되어드리는 활동을 1년 간 꾸준히 했다. 지난해 말에는 지구시민운동 우수활동가로 봉사상을 수상했고, 벤자민학교 선배인 홍다경 양과 환경보호운동을 한 공로로 신지식인협회에서 장학금도 받았다.

벤자민학교 1년 과정을 거치면서 정모는 훌쩍 어른이 되어있었다. 김수정 씨는 “세 아들과 함께 제주도 명상여행을 갔을 때, 영실을 오르며 저는 둘째 아들이 사춘기여서 짜증이 많아 챙기느라 바빴죠. 정모는 7살인 막내를 챙겨서 올라갔는데, 졸음이 쏟아진 막내를 업고 내려왔더군요. 혼자 걷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전에는 부탁해야 집안일을 도와주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하고 아침 설거지도 흔쾌히 해주죠. 남편과 제가 출근한 사이 어린이집에서 막내를 데리고 와서 씻기고 밥을 챙겨줍니다. 전에는 짓궂은 형이었는데, 이제는 두 동생을 돌보며 큰 아들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동생들도 형을 아빠처럼 따르고요. 요즘은 제가 결정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정모에게 상의하고 의견을 물어볼 때가 많습니다.”라고 했다.

올해 정모는 드론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을 목표로 인문고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는 “여러 경험을 통해 끝까지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냥 시도하면 된다는 값진 경험을 잊지 말고, 삶에서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의 기대나 눈치를 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위해 뭐든지 시도하고 도전했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김수정 씨는
김수정 씨는 "학창시절 몇 년은 정말 긴 인생에서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 기간에 자신에 대해 알고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세상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김경아 기자]

김수정 씨는 부모로서 정모의 1년을 지켜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제가 아이를 벤자민학교에 보냈다고 하면 많은 부모님이 궁금해 하고, 보내고 싶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다들 겁을 내시죠. 공교육을 벗어났을 때 우리 아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인 거죠. 저는 아이를 성공시켜야겠다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충분히 도전하면서 인생을 완성해갔으면 합니다.

제가 인생의 모든 순간을 돌이켜 보았을 때, 어떤 선택도 제게 해害가 되었던 적은 없었어요. 많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더군요. 120세 인생을 말하는데 학창시절 몇 년은 정말 긴 인생에서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그 기간에 자신에 대해 알고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세상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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