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째 되는 날인 2001년 6월 15일 인류의 평화를 모색해 온 세계의 여러 인사들이 서울에 모였다. 제1회 휴머니티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 였다. 이 행사에 패널로 참석한 인사들 가운데 오랫동안 <뉴욕타임즈> 편집국장을 지냈고, 당시 퓰리처위원회 위원장이자 컬럼비아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던 시모어 타핑 교수가 기자회견 때 한 말이 생각난다.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나는 언론인으로서 수많은 전쟁과 분쟁의 현장에 있었고, 대학에서도 종교 갈등과 민족 분쟁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기존의 정부나 기관들에 더 이상 평화를 기대할 수 없으며, 새로운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휴머니티 컨퍼런스가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휴머니티 컨퍼런스가 끝날 무렵 우리는 시모어 타핑 교수가 말한 그 ‘무엇’을 다 함께 발견했다. 바로 지구인(지구시민)선언대회에 참석한 1만 2천 명의 지구시민들이었다. 우리 생명의 터전인 지구를 살리고 인류평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나의 일’이라고 선언하는 지구시민이 있기에, 나는 지구시민 정신이 우리 민족의 천지인 정신과 홍익철학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평화의 주체는 특정 국가나 종교가 될 수 없다. 평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하고, 평화의 주체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평화는 누구에게 미루거나 맡겨서 될 일이 아니고, 기도한다고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평화는 내 안에서 발견하고 나의 삶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에는 전문가가 따로 없다. 진정으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인간과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평화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평화의 시작은 사람의 인성회복에서 비롯된다. 나 스스로 건강과 행복을 만들 수 있을 때 비로소 평화를 꿈꿀 수 있다. 그래서 지구시민은 인성이 회복되고, 평화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은 21세기 홍익인간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느끼고, 인생과 세상에서 평화를 창조할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다. 그것은 창조주가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인 ‘두뇌’가 있기 때문이다. 뇌가 평화로우면 인생이 평화로워지고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지금처럼 이렇게 세상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은 갈등하고 대립하는 뇌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가 가진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서 인생이 좌우되고 또 세상의 평화가 결정된다.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이 아니라 이기심이다.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소유욕과 지배욕으로 가득한 뇌를 가진 사람은 평화로울 수 없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사람이 만든 인공물이 아니기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창조주가 만든 자연작품이다. 그래서 사람의 뇌는 이기심으로 인위적으로 가릴 수 없는 천연의 신비를 갖고 있다. 그 신비가 바로 사람의 뇌가 가진 홍익의 본능이며 양심이다.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가운데 유일하게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그 물음과 탐구의 끝에 자신 안에 있는 본성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의 뇌에 존재하는 신성을 만날 수 있다. 신성은 다시 말하면 창조성을 뜻한다. 모든 만물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홍익은 창조주의 뜻이고, 그 뜻을 물려받은 뇌를 가진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강재이뇌(降在爾腦) 신 (이미 하늘이 너의 머리에 내려와 있다)’라고 했다.

사람의 뇌가 부정적인 정보와 억압적인 가치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지면, 누구나 존재 자체가 건강이고 행복이고 평화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건강과 행복과 평화를 타인이나 제도에 의지할 필요가 없이, 자신의 내면에 온전하고 완벽하게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영적인 존재로서의 자각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지구 위에 존재하는 생명이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기에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이 지구와 하나이고, 우주와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즉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만나게 되는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른다.

이렇게 사람이 뇌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바로 뇌교육이다. 그래서 평화로 가는 열쇠는 사람의 뇌에 있다는 것을 알고, 뇌교육을 통해 뇌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뇌를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바로 지구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는 나로부터 시작하지만 한 개인이나 단체, 종교, 국가가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평화는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이 있어야 하고, 문명의 전환을 이룰 새로운 인류 집단이 출현해야 한다. 이미 세상은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최고도로 발달한 물질문명에 이르렀지만, 인간성 상실로 인해 속까지 모두 병들어 손볼 도리가 없다. 이제 인류는 그동안 입어왔던 두꺼운 물질문명의 갑옷을 벗고, 가벼운 깃털 같은 새로운 문명의 옷을 입어야 한다. 그 새로운 문명은 지구를 중심가치로 삼고 조화와 화합, 상생의 원칙을 실현하는 공존, 공영의 정신문명을 말한다.

정신문명은 현재 물질문명의 반대편에 있는 문명이 아니라, 물질문명의 모든 성과를 포함하면서 그것을 넘어선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철든 문명’이다. 정신문명은 물질문명처럼 이념적이고 시스템적인 통제로 지탱하는 문명이 아니라, 자연법칙과 조화와 원리에 의해 다스려지는 문명이다. 또한, 공전과 자전, 구심력과 원심력, 공평과 평등이라는 자연의 조화로운 원리가 모든 질서의 근본이 되는 문명을 말한다.

정신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1억 명의 지구시민이 탄생해야 한다. 지구 곳곳에서 국가와 인종, 종교와 사상을 넘어선 모든 지구시민들의 영적인 연대가 이루어질 때 지구평화와 정신문명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지구시민운동연합이 전 세계 17개국에서 교육과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구시민운동연합은 2001년 제1회 휴머니티 컨퍼런스에서 1만 2천 명의 지구시민 선언을 계기로 2002년에 창설되었고, 2018년에는 1만 2천 지구시민 리더의 탄생과 100만 지구시민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앞으로 지구시민운동은 전 세계 1억 지구시민들의 영적인 연대인 스피리츄얼 유엔(SUN)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홍익정신을 갖고 지구와 인간을 위해 자신의 뇌를 잘 활용하는 1억 지구시민과 SUN의 탄생은 새로운 문명, 정신문명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리가 21세기 이 지구에 온 이유는 이 지구와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1억 명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지구시민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대한민국에 희망을 창조하는 길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는 길이다. 정신은 정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신이 모이면 기가 되고 물질이 되듯이, 진정으로 나라와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이 모이면 우리는 정말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새로운 정신문명의 창조로 이어질 것이다.

지구에 있는 모든 학교가 지구시민을 양성하고 모든 가정이 지구시민을 키우고 모든 직장과 사회단체, 국가와 유엔, 그리고 모든 학문의 목표가 아름다운 지구환경과 인간성 회복, 인류평화를 지향해야 한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의식을 넘어, 인간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지구시민을 양성하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의식의 혁명이 지금부터 일어난다면, 이것은 인류역사의 진보를 이룰 큰 기적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동참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앞으로 2년 후인 2020년에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 새로운 지구촌의 모습을 창조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2020년 6월 15일에는 1억 명의 지구시민이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지구시민 선언문’을 당당하게 선언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지구시민 선언문 (Earth Citizen Declaration)

1. 나는 나의 존재가치를 찾고, 인성을 회복한 사람으로서, 모든 인간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지구시민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loves and cherishes all humans and all life, as someone who has found my value and recovered my character.

2. 나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과 평화로운 공동체 실현에 기여하는 지구시민 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contributes to making a healthy and happy family and a peaceful community.

3. 나는 국가와 인종,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인류가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지구촌을 위해 살아가는 지구시민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lives for an Earth Village where all of humankind lives as one family beyond nationality, race, and religion.

4. 나는 지구가 본래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회복하도록 지구 생태계 보호와 복원을 위해 실천하는 지구시민 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acts to protect and restore the global ecosystem so that the earth recovers its original beauty and vitality.

5. 나는 인류의식의 진화와 새로운 지구문명시대의 도래를 위해 1억 명의 지구시민을 양성하는 일에 동참하는 지구시민입니다.

I am an Earth Citizen who takes part in the work of developing 100 million Earth Citizens for the evolution of the human consciousness and the advent of a new era of civilization on 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