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학원 회원들이 흑성산 전망대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1일 새벽 6시를 앞두고 국학 지도자와 회원들이 한민족역사문화공원(천안) 단군왕검입상 앞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80명은 될 것 같았다. 이들은 전날 사단법인 국학원(원장 권은미) 주최로 열린 ‘제13회 송구영신 축제’에 참석했다. 국학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2017년(단기 4350년) 첫 일출을 흑성산(黑城山 519m)에서 보려고 모인 것이다.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뒤쪽 길로 올라가서 흑성산 정상인 KBS 중계소로 가는 단군목 코스와 반대쪽으로 돌아가서 독립기념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는 코스다. 우대석 교육위원(국학원)은 “단군목 코스는 험난하다. 이쪽이 일출을 보기가 좋다”라며 “어제 답사를 했는데, 가시넝쿨이 많다. 조심하고 따라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6시가 되자 우 위원은 일행과 함께 무사 등반을 기원하며 국조단군에게 세배하였다. 선두에 선 우 위원을 따라 사람들이 야간 산행에 올랐다. 오로지 조명에 의지하며 앞사람의 등을 보고 가야 한다. 40분쯤 지났을까? 흑성산 중턱에 나무로 만든 전망대가 보였다. 
 
▲ 국학원 회원들이 흑성산 전망대에서 신년 해맞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서울에서 온 이기석 씨(83)와 부인 김정중 씨(82)는 안전하게 올라온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이 씨는 “부부가 올라오는데 서로 전등불을 비춰주려고 하고 감싸주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았다”라며 “단체행동을 해보면 안다. 역시 우리 국학인들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국학기공을 하면서 정신이 많이 깨어났다. 새해에도 좋은 말씀을 듣고 마음도 많이 열리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다짐했다.
 
사람들이 모두 모였고, 일출까지는 3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박영준 교육위원(국학원)이 회원들과 함께 단전치기를 시작했다. 두 손으로 아랫배를 두드리는 기체조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몸도 마음도 깨어났다. 
 
이어 손을 잡고 ‘선구자’ 노래를 불렀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라는 가사가 마치 독립군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박 위원은 “이곳은 우리 독립군의 얼이 서려 있다. 독립기념관이 앞에 있다. 또 국학원은 우리 민족의 혼을 깨우는 활동을 한다. 이곳에 올라올 때마다 선구자를 부른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새해 첫 일출을 기다렸지만, 구름에 가린 태양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일출을 못 보고 단군목으로 향했다. 일출은 흑성산 정상인 KBS 중계소에 모인 사람들이 잠깐 볼 수 있었다. 
 
▲ 1일 흑성산 정상인 KBS 중계소에서 구름 사이로 비친 햇살(사진=윤한주 기자)
 
새해를 맞이한 국학인들의 소망은 무엇일까? 
 
박선규 경북국학원 교육국장은 “비록 날이 흐려서 해는 못 봤지만 회원들의 마음이 구름을 거둬내고 일출이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지난해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이 많이 깨어났다. 2017년은 국민을 생각하는 홍익지도자, 홍익대통령이 반드시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유재희 충주시 국학원장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은 금봉산에서 해맞이 한다. 방금 통화하니깐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이제 아들도 아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다. 좀 더 책임감 있게 살아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혜숙 경북국학원 사무처장은 딸 김세희(20) 양과 해맞이 행사에 처음으로 와서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김 양은 “개인적으로 하는 일마다 꾸준히 잘해냈으면 좋겠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흑성산 단군목(사진=윤한주)
 
국학 지도자와 회원들은 단군목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가 신비감을 더한다. 사람들은 두 손을 뻗어 나무로부터 기(氣)를 받고 인증사진으로 한 해의 시작을 알린다. 
 
3시간의 등반을 마치고 국학원 앞마당에 모였다. 이들을 맞이한 권은미 국학원장과 임직원들이 직접 끊인 떡국을 주며 격려했다. 
 
권 원장은 “《삼일신고(三一神誥)》에서 ‘대덕대혜대력(大德大慧大力)’이라는 구절이 있다.  회원들이 올해는 더 지혜롭고 대덕한 마음과 대력한 기운으로 정진하자고 당부했다. 인간사랑, 나라사랑, 지구사랑, 하늘사랑을 창조하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단군할아버지에게 세배하러 오는 그 날까지 행사를 계속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2017년 해맞이를 마치고 하산하는 국학인들(사진=윤한주 기자)
 
한편 흑성산의 본래 이름은 ‘검은산(儉恩山)’이다. 대일항쟁기 때 '검다'는 뜻을 그대로 옮겨서 '흑성산'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 산을 중심으로 김시민, 이동령, 이범석, 유관순, 조병옥 등 많은 구국열사가 배출되었다. 국학원은 ‘검은산’에 관해 ‘왕검(王儉)의 은혜(恩惠)를 잊지 말자’는 마음이 지명이 되어 전해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왕검은 제1세 단군의 이름이다. 따라서 국학원은 흑성산을 ‘단군산’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