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민 박사는 국학원 국민강좌에서 ‘천문을 이용한 도시건축’을 주제로 강연했다(사진=윤한주 기자)

“고대의 지도자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봤다. 지상 또한 천국을 본떠 만들었다. 이것이 단군의 재세이화(在世理化)가 아니겠는가?” 

 
김정민 박사(북방아시아 공동역사 문화연구소)는 지난 13일 사단법인 국학원(원장 권은미) 주최로 열린 제161회 국민강좌에서 ‘천문을 이용한 도시건축’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오후 7시 태화빌딩(서울 종로구) 지하 1층 대강당에는 청중 60여 명이 김 박사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먼저 이집트를 살펴보자. 김 박사는 이집트인의 삶과 죽음을 한국인과 비교해서 천문으로 풀었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죽으면 배를 타고 황천(黃泉)을 건넌다. 저승사자는 염라대왕이다. 이집트 또한 사람이 죽으면 태양의 돛단배를 타고 죽음의 강을 건넌다. 저승사자는 오시리스다. 천문으로 보면 북두칠성을 타고 은하수를 건너고 오리온자리가 저승사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김 박사는 예수와 부처 등과 관련한 종교 조형물을 천문으로 해석했다.
 
“예수를 중심으로 황도 12궁의 별자리가 펼쳐진다. 예수는 태양신을 상징한다. 만돌리아(Mandoria)는 가톨릭에선 눈이고 북극성이다. 북극성은 낮에도 뜬다. 항상 본다는 것이다. 만돌리아는 불교의 만다라에서 가져왔다. 북극성을 인격화한 예술작품이다.”
 
이어 모세 이전의 신은 황소자리이고 모세는 양자리로 묘사한다. 모세 다음의 예수는 물고기자리가 된다. 결국 근본으로 올라가면 천문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김 박사의 주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별자리의 이동에 따라 역사적으로 정변이 많았다.
 
“북극성 별자리가 B.C. 2400년경에 이동하는데, 이때가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할 즈음이다. 곰과 호랑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토템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별자리를 상징한다. 환웅이 웅녀를 택한 것은 호랑이 별자리에서 곰 자리로 이동했다. 그러니깐 정치세력의 이동으로 봐야한다.”
 
당시 정치 세력은 천문이 이동할 때 정권을 잡을 기회라고 봤다. 곧 별자리 이동에 따라 국가정변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도시 건축에 알아보자. 
 
▲ 김정민 박사는 국학원 국민강좌에서 ‘천문을 이용한 도시건축’을 주제로 강연했다(사진=윤한주 기자)
 
“태양신의 수명은 365일이다. 그 다음은 새해라고 부른다. 태양신의 수명은 동지(冬至) 때 끝나고 새로운 태양신이 탄생한다고 봤다. 12월 22일에 죽고 3일 동안 부활하지 못하다가 25일에 다시 부활하는 것이다. 샤머니즘의 전통이다. 새 시대의 출발은 동지가 기점이다. 12월은 물고기자리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물병자리가 된다. 이 시기에 맞춰 아스타나가 건설됐다.”
 
김 박사는 아스타나가 천문과 인체를 고려해서 건축했다고 밝혔다. 
 
먼저 ‘평화의 피라미드’(종교)는 황도12궁으로 보면 양의 자리이고 태양계로는 토성이다. 인체의 정수리에 해당한다. 이어 대통령 궁인 ‘아크 오르다’는 황소자리이고 목성이며 인체의 이마라는 것. 그 외 ‘삼룩 카즈나’(금융), ‘바이테렉’(중심부), ‘유라시아 은행’(금융), ‘카즈 무나이 가스’(석유), ‘한 샤트르’(쇼핑센터) 등 또한 별자리와 인체 등과 연결된다.
 
김 박사는 아스타나를 일본의 건축가가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이 이와 같은 도시건축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고대 한민족의 사상은 일본 신도에 남아있다. 우리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조선왕조가 수서령(收書令)으로 고대 역사서를 거뒀고,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삼족(三族)을 멸했다. 일제시대에 일본은 한국의 고서를 불태운 것이 아니라 가져갔다고 본다. 아스타나와 같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일본에 많다. 천문학으로 만든 도시건축을 보면 창피하다. 우리도 카자흐스탄처럼 단군동전을 만들고 남의 나라를 통해 전통사상을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늦지 않았다. 파편처럼 남아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것을 모으면 더 훌륭하게 구현할 수 있다.”
 
질의응답시간에 “고대 성인은 천문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잉태된다”라는 김 박사의 주장에 “석가모니가 아버지가 없었나. 신성모독 아니냐?”라는 질문이 나와서 한동안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 박사 또한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불교 신자가 질문해서 놀랐다. 나 또한 불교신자”라고 답했다. 
 
이어 “단군의 역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은 친일이 청산되지 않고 사대주의와 매국노 때문”이라는 청중의 질문에 김 박사는 “고대사를 식민사학과 민족사학이라는 이분법으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라며 “중국 장기는 다 먹는다. 일본식 장기는 상대편을 내 편으로 만든다. (고대사는) 일본과 몽골 등 모두 안고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이 인접국가와 공동으로 역사교과서를 펴낸 점을 예로 들었다.
 
김 박사는 “(카자흐스탄은) 300년 이상 식민을 당한 나라다. 언어와 전통문화 모두 잃었다. 독립 25년 만에 이것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목이 메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혈통중심의 민족사는 유라시아 시대에 맞지 않는다. 역사관을 바꿀 때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1월과 2월 국학원 국민강좌는 ‘국학과 선비정신’을 주제로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와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가 차례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