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평양과 지방으로 나눕니다. 평양인구는 2008년 기준 약 258만 명입니다. 문제는 평양과 지방의 격차가 지나치게 심하다는 것입니다. 평양시민들은 배급을 받아서 생활하지만, 평양 이외 지방 사람은 배급을 받지 못하고 자기가 알아서 자력갱생을 해야 합니다."

사단법인 국학원(www.kookhakwon.org)이 지난 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태화빌딩 강당에서 개최한 제157회 국민강좌에서 탈북자출신 1호 영화감독인 김규민 감독은 ‘영상으로 보는 북한'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이렇게 시작했다.

▲ 김규민 영화 감독이 9일 국학원 제157회 국민강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평양과 지방은 주거문제를 비롯한 생필품, 각종 문화생활 등 모든 면에서 차별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흔히 ‘북한은 평양공화국과 지방공화국으로, 특권계층과 소외계층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주민, 소외계층이  탈북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규민 감독은 북한 황해북도 봉산 출신이다.

김 감독은 “북한에서 말로는 계급이 없는 사회, 지상낙원의 국가라고 떠들어 대지만, 알고 보면 북한은 지구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가장 엄격한 계급사회이자, 가장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는 1인 독재국가”라고 말했다.
이런 체제속에서 자란 그는 밤마다 몰래 KBS라디오를 듣고 북한 체제의 문제에 눈을 뜨게 되고 점차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김일성 사망 이후인 1997년 북한 고위급 인사 2만5천 명이 처형된 '심화조 사건' 등 김정일의 공포정치, 33만 여명이 사망한 것을 추정된 대기근 등으로 북한 사회는 극도로 살기 어려워졌다. 마침내 김규민 감독은 1999년 탈북하여 2001년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그는 이어 영화 ‘겨울나비’를 보여주었다. 그는 2011년 7월 북한 식량난의 충격적인 실상을 다룬 영화 "겨울나비"를 세상에 내놓아 탈북민 출신 첫 영화감독이 되었다.
그는 33만 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990년 북한의 대기근이 천재지변이나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 사단법인 국학원이 9일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태화빌딩 강당에서 개최한 제157회 국민강좌에서 참석자들이 탈북자출신 1호 영화감독인 김규민 감독의 ‘영상으로 보는 북한'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그는 금수산태양궁전(錦繡山太陽宮殿) 건설과 유지에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건물이다. 건축에 들어간 비용은 8억 9,000만 달러. 이는 당시 국제가격으로 옥수수 600만 톤을 구입할 수 있는 거액으로, 이 옥수수라면 북한 인구 2,300만 명이 3년간 굶주림을 면할 수 있다. 게다가 시체관리 비용으로 매년 80만 달러가 소요된다. 이 대목을 소개하며 김 감독은 가슴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

김 감독은 김정일 사망시 대성통곡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 사람들이 정말 쓸퍼서 울었을까? 김 감독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정말 슬퍼서 웁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감시를 받고 있어 울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태어나서부터 우상화 교육을 받아 세뇌가 되어 있습니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신분상승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세뇌 교육을 받은 북한 주민은 김씨 일가에 의해 조정되는 좀비와 같다고 말했다. 이것이 남한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굶주린 북한 주민들이 오직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고, 세뇌된 군인들에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일무이한 절대권력을 가진 독재자가 그 위에 있습니다. 이것이 큰 위협이 됩니다.”

 

김 감독은 북한을 지탱한 3대 요소가 소멸하여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즉 계획경제(배급)의 붕괴, 독재(군, 공권력)의 부실화,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신격화가 김정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 경제체제의 붕괴로 인하여 등장한 장마당이 계획경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주민들에게 돈이란 무엇인지를 알게 했다. 권력기관도 이제는 돈 앞에 머리를 숙일 정도라는 것. 점차 유입되는 서구문화도 북한 주민을 변하게 하고 있다.

김 감독은 통일은 북한주민의 생명을 살리는 일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리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굶주림과 추위, 공개처형으로 죽어가는 수만 명의 북한 주민,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북한 주민, 자신이 노예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2천만 북한주민을 살리는 길이 통일이라고 했다.

김규민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다양한 영화 작업을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11월 9일"(2014년 9월26일 개봉), 2016년 다큐멘터리영화 "퍼스트 스텝"을 제작하여 현재 개봉 준비 중이다.

한편 국학원 제 158회 국민강좌는 한희원 동국대 법대학장(국가정보학회 회장)을 초청하여 ‘글로벌현실과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주제로 오는 9월 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빌딩 강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