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원 제160회 국민강좌 우실하 항공대 교수 강연

"무지개 색깔은 몇 개 입니까?"
8일 오후 7시 국학원 제160회 국민강좌에서 우실하 항공대 인문자연학부 교양학과 교수는 이렇게 물었다. 누군가 대답한다.
“일곱 빛깔 무지개, 일곱 개입니다.”
“정말 확실합니까?”
이런 문답을 한 우 교수는 무지개색은 문화권마다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서양은 그리스시대 크세노폰은 3색, 아리스토텔레스는 4색으로, 로마시대 세네카는 5색으로 보았다. 7색으로 본 사람은 뉴턴이었다. 뉴턴은 왜 일곱 색으로 분류했을까.

▲ 우실하 항공대 교수가 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국학원 '제160회 국민강좌서 '우리 문화와 사상의 원류 '3수 분화의 세계관'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유럽의 경우 수메르지역에서 기원한 성수(聖數) 7의 문화가 뉴턴 당시에는 이미 북유럽의 샤머니즘적 사유체계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우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의 성수는 8이어서 북경올림픽을 2008년 8월8일 저녁 8시8분8초에 개막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서구에서 뉴턴으로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한 일곱 색깔 무지개라는 관념은 불과 100여 년 전 개항기에 서구와의 만남을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전에 우리는 오색(五色) 찬란한 무지개였다. 이는 음양오행론에서 나온 것이다. 선도(仙道)에서는 9, 아홉 색깔 무지개로 보는데 이는 북방 샤머니즘의 고유한 사유체계인 ‘3수 분화의 세계관(1·3·9·81)에서 비롯된 것이다. 
▲ 우실하 항공대 교수.

 

우 교수는 이날 ‘한국 문화와 사상의 원류 ’3수 분화의 세계관‘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우 교수는 20년 가까이 연구를 지속한 결과, ‘3수 분화의 세계관’이 고대 북방 샤머니즘을 공유하고 있던 동북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중앙아시아를 거쳐 북유럽 지역의 기층문화에도 폭넓게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그는 현재는 ‘3수 분화의 세계관’을 ‘동북아 모태문화’라는 범위를 넘어 ‘북방 유라시아 모태문화’라고 부른다.
‘3수 분화의 세계관’은 중원 쪽에서는 황노학(黃老學), 도가나 도교, 신선사상 등에 체계화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신사상(三神思想), 선도, 풍류도, 대종교 등에 체계화된다.
우 교수는 "(1)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3.1(Three in One)관념을 바탕으로 한 3.1철학을 ‘본체론적인 논리’를 지니고, (2) 하나에서 둘을 거치지 않고 셋으로 지속적으로 분화되는 ‘3수 분화의 프랙탈(fractal) 구조’에 기초한 ‘우주론적 자기 전개의 논리’를 지니며, (3) 이 과정에서 탄생하는 3, 9(3×3), 81(9×9)이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 성수로 사용되는 북방 샤머니즘의 일련의 사유체계가 ‘3수 분화의 세계관’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팔괘가 아래 위로 쌓이면서 64괘를 형성, 64괘에 관한 풀이가 주역(周易)인데 주역은 음양(陰陽)이라는 ‘2수 분화의 세계관’을 체계화한 철학이다. 양웅(揚雄, B.C. 53~A.D. 18)의 ‘태현경(太玄經)’은 유가의 ‘주역’과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도가의 역’이라고 불린다. 우 교수는 ‘태현경’에서는 ‘주역’의 음양론에 따른 ‘2수 분화’와는 전혀 다른 ‘3수 분화’의 논리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성스런 수 3.9.81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 교수는 3은 ‘변화의 계기수’라고 설명한다. 우리 속담에도 ‘좋은 말도 3번 하면 듣기 싫다’ ‘셋째 딸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 등이 그 증거이고 몽골에서는 오보를 3바퀴 돌면서 기원을 하고 고시레도 3번 한다는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9(3×3)는 변화의 완성수이다. ‘시집살이는 벙어리 3년, 봉사 3년, 귀머거리 3년이다’는 속담은 9년이면 시집살이가 끝난다는 것이니 변화의 완성이다. 꼬리가 9개 달린 구미호(九尾狐)를 보면 구미호도 재주를 3번 넘어야 변화가 시작되고 완성된다. 우 교수는 81(9×9)은 ‘우주적 완성수’ 완벽한 완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몽골 나담축제에서 씨름, 활쏘기, 말달리기 3종 경기가 열리고, 최종 우승자에게 81종의 선물을 주었던 것도 81을 ‘우주적 완성수’로 보기 때문이다. 우 교수는 몽골의 천막집인 ‘겔’에는 우리나라의 서까래에 해당하는 우니(Uni)가 대부분 81개라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 8일 열린 국학원 제160회 국민강좌에서 참석자들이 우실하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우 교수는 ‘3수 분화의 세계관’이 후대에 논리화, 철학화된 것이 도가(道家)나 신선사상, 선도 계통에 잘 정리된 소위 ‘3.1철학’이라며 ‘3.1철학’에서는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임을 강조하고 논리전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면 ‘3수 분화의 세계관’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 교수는 ‘환일(幻日) 현상’으로 설명했다. 공기 중의 얼음입자에 태양빛이 반사되어 태양의 좌우 22도 각도에서 각각 가짜 태양이 뜨는 현상을 환일 현상이라 한다. 우리말로는 ‘여러 개의 해’를 의미하는 ‘무리해’, 한자어로는 ‘가짜 태양’이라는 의미의 환일(幻日), 과학용어로는 파히리온(Parhelion)이라 한다.
우 교수는 환일현상과 ‘3수 분화의 세계관’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대인들에게 태양은 신=태양신이었다. 몇년만에 한 번씩 환일 현상이 일어난다면, 고대인들에게는 형용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을 것이다. 환일이 일어난 다음날 다시 1개의 태양이 뜨면, 고대인들에게는 ‘저 1개의 태양 안에는 3개의 태양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1개의 태양 안에 3개의 태양이 내재되어 있다’는 고대인들의 믿음은 몇 년을 단위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환일현상을 통해 확신이 되었다. 이러한 1=3이라는 삼일관념, 삼일신 개념은 후대에 체계화 논리화된다. 1이 지속적으로 3으로 분화되는 사유체계는 북방샤머니즘의 고유한 사유체계인 ‘3수 분화의 세계관(1-3-9-81)’로 정착되게 된다.”

우 교수는 연구를 거듭한 결과 ‘3수 분화의 세계관’이 매우 넓게 확산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북방 샤머니즘 지역에서 기원하여 홍산문화 후기(B.C. 3,500~ B.C. 3,000)에 최초로 체계화되어 북방 샤머니즘 안에 잘 보존되어 있다. 북방 초원 루트를 통한 민족과 문화의 이동, 교류, 전파를 통해서 중앙아시아 샤머니즘과 북유럽신화, 고대 켈트족의 드루이드교 등을 통해 기층문화에 전승되고 있다. 몽골리안 루트를 따라 간헐적으로 이동이 이루어진 남북 아메리카지역에서도 전승되고 있다. 기원전 2,000~1,500년 고대 아리안족의 대대적인 남방 이동으로 이들이 점령한 인더스 문명지역에도 일부 전승되고 있다.
우 교수는 “‘3수 분화의 세계관’이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면서 선도와 풍류도, 그리고 각종 민족종교에 전승되고 있다. 중원 쪽으로 남하하면서 신선사상, 도가, 황노학, 도교 등에 전승되고 있다.” 고 강조하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우실하 교수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였고 중국 요녕대 한국학과와 적봉대 홍산문화연구원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항공대 교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3수 분화의 세계관 : 동북아 모태문화(2012)’, ‘고조선의 강역과 요하문명(2007)’,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2007)’, ‘한국 전통 문화의 구성 원리(199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