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원   스님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 무더위를 우리는 싫어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찜통 무더위를 싫어하면 찜통 무더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더위를 벗어나기 위해 선풍기 에어컨 등을 사용하였고, 한 때는 시원한 바람으로 더위를 피했으며, 태양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가을이 오면 더위를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방법은 나 자신 스스로의 방법으로 벗어난 것이 아니고 선풍기나 에어컨 등 타방에 의하여 벗어난 것이므로 진정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고 일시적으로 벗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무더위는 반복되어 다시 찾아와서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가 더위를 벗어나고자 사용하는 에어컨의 냉매 수소불화탄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에서 일만 배 이상 오존층을 파괴하여 기후를 악화시킵니다. 이는 강력한 온실효과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같이 무더위를 벗어나기 위한 에어컨이 도리어 더 큰 무더위의 고통을 주는 이 모순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은 오직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크게 5가지 욕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자며, 많은 애욕을 누리고, 많은 재물을 쌓고,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서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오랜 세월 동안 싫어하는 것은 버리고 좋아하는 것은 취하려는 욕망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오욕락(五欲樂)을 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것입니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욕망은 나만을 위한 더 많고, 더 큰 오욕락의 탐욕으로 이어져 지구를 무참히 파괴해서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이 발을 딛고 살 수 없는 폐허의 땅 극한의 환경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마침내 지구에서 쫓겨나는 처량한 이방인(異邦人)의 신세가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중생이 이루고자 하는 소원은 참된 소원이 아니고 중생의 모순되고 어리석은 탐욕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증명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허망하고 어리석은 우리의 탐욕은 자신을 파괴하고 나아가 지구를 파괴하며, 우주세계의 일체생명과 일체존재를 무참히 파괴한다는 진실 앞에 인간은 깊고 통철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찜통더위를 싫어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 하늘에서 이글거리는 저 태양은 스스로 자신이 나는 뜨겁다고 하지 않습니다. 태양이 뜨겁다고 하는 것은 바로 내가 자의적으로 내 마음대로 뜨겁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태양 자신은 뜨겁다고 하지 않는데 나는 왜 뜨겁다고 하는가? 지금 내가 뜨겁다고 하는 것은 나의 업장(業藏)입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세월동안 싫어하고 좋아하는 망념으로 저것은 뜨겁다, 저것은 차다 하는 망령된 생각을 끊임없이 일으키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되고 버릇이 되어 뜨겁다 차다 하는 망념이 마치 진실이 된 듯한 착각하는 것입니다.

지금 저 태양을 보고 뜨겁다 하는 것은 눈도 아니고 목청도 아니며 바로 이 마음입니다. 지금 마음이 뜨겁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마음이 없다면 태양도 없고 눈과 목청도 없습니다.

마조 선사가 말했습니다. “눈으로 대상을 볼 때, 그것은 마음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그 자체만으로는 마음일 수 없으며, 대상과 관계지워질 때에만 마음일 수 있다. 대상 또한 대상 자체만으로는 대상일 수 없으며, 마음과 관계지워질 때에만 대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에도 「대상을 보는 것은 곧 마음을 보는 것이다.」 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의 눈이 저 뜨거운 태양을 볼 때, 태양을 보는 것은 눈이 아니고 바로 마음이 보는 것입니다. 마음은 그 자체만으로는 있을 수도 없고 아무런 의미와 뜻도 없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있을 때, 있을 수도 있고 의미와 뜻도 있는 것입니다. 뜨거운 태양 또한 자체만으로는 있을 수도 없고 아무런 의미와 뜻도 없습니다. 마음이 있을 때, 있을 수 있고 의미와 뜻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 태양을 보는 눈도 마음이고, 보이는 태양도 마음이기 때문에 지금 뜨거운 태양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곧 마음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 이재명 대통령도 마음이고, 전 윤석열 대통령도 마음이며, 이재명과 윤석열을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도 곧 마음입니다. 이와 같이 일체가 오직 한 마음이라는 진실을 굳게 믿으면 싫어하고 좋아하는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평등한 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일체가 평등한 이 마음을 깨닫는 것이 바로 깨달을 각(覺), 인도 언어 범어(梵語)로는 붓다이고 우리말은 부처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 보현사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