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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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2월 15일 새롭게 개관한 선사고대관 상설전시에서 고조선 관련 전시를 대폭 축소·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조선의 건국시조 단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연표와 지도 역시 삭제되어 관람객들과 학계 비판이 제기된다.

고조선 전시, 무엇이 달라졌나?

관람객들의 지적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고조선과 청동기시대관이 분리되어 고조선이 마치 철기시대 이후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또 고조선·부여·삼한이 한 전시실에 통합되면서 고조선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고조선 연표와 지도 삭제다. 2005년 개관 당시에도 개국 시기를 누락한 연표로 논란이 된바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연표 자체가 사라졌다.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 전시실의 낭랑 설명 내용. 사진 최명희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 전시실의 낭랑 설명 내용. 사진 최명희

이뿐만 아니라 단군왕검의 건국 신화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고조선의 대표 유물로 꼽히는 만주 일대 비파형동검문화권은 배제된 채, 한반도 청동기 유적 중심으로만 전시가 구성되었다. 이에 따라 고조선은 ‘마을 군장사회’ 정도의 수준으로 축소 표현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민사학 논란 재점화

무엇보다 충격적인 대목은 전시 해설에서 한사군 평양설을 그대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나라가 설치한 식민지 행정조직이 420년간 평양에 존재했다는 주장으로,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자들이 조선의 자주적 고대사를 축소하기 위해 강조한 학설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요동 지역에 한사군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이를 무시한 채 식민사학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 평양 관련 내용에서도 평양에 낭랑군과 대방군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사진 최명희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 평양 관련 내용에서도 평양에 낭랑군과 대방군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사진 최명희

전문가와 시민들은 이번 전시가 “단군조선을 삭제하고, 고조선의 정체성을 위만조선 중심으로 왜곡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단군왕검 건국 기록 누락 사유 공개 ▲만주일대 홍산문화·하가점하층문화 등과의 연관성 적극 반영 ▲사대사관·식민사관 탈피 후 전시 전면 수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시민들 “전면 수정해야”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사를 대표하는 국가기관 전시관으로서, 민족사의 출발점인 고조선의 위상을 정확히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오히려 역사 인식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적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