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타는 사막
들쑤셔 대며
담금질한
황동빛 노을
煞(살).
무너진 성벽 딛고
비틀거리는
내 머리통
서걱서걱
날래게 벼린다.
천 수백 년 묵혀 둔
혼 물.
철 철
솟구쳐
아프로시압 폐허
황청색
무지개 벌창된다.
불놀이야.
물놀이야.
빛놀이야.
살풀이
청사靑史 춤추는
나.
하양 떼창 소리에 홀리다
자지러든다.
아라랑 아라랑 아라리이요.
- 2025년 음력 9월 29일. 아프로시압 성 유적지 앞에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아프로시압(Afrosiyob) 성城은 인공을 첨가한 언덕 위 220헥타르의 광대한 규모로 만든 소위 도시국가이다. 상상할 수 없는 내부구조와 거대한 방어시설들이 있다.
국립사마르칸트국립대학교에서 50년째 발굴 중인 이 성은 페르시아와 알렉산더, 파르티아, 특히 1220년의 징기스칸 공격 등을 대대적으로 받은 중앙아시아의 핵심 도시였다. 그래서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 유물들. 그리스의 암포라나 각종 토기와 조각품들, 쿠샨 제국, 서돌궐 등의 유물들이 발견되고 있다.


광개토태왕이 돌아가신 지 1613년이 되는 지난 11월 17일. 즉 음력 9월 29일. 이곳을 방문했다. 지난 6월 발굴 때 이후 다섯 달 만이다. 고구려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절박한 심정으로 이곳에 파견됐던 고구려인들의 아팠던 체취를 가슴에 담고 싶어서였다.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는 한국 고대사와 해양 교류사를 연구한 동아지중해론의 대가이자 시인으로, 현재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국립대학교에서 고대 한국과 중앙아시아 관계사를 강의하고 있다.